그럼에도 학생회 중요성 인식은 높아, 출범 앞둔 50대 총학, “안건 직접 상정 시스템 도입할 것”

  본교 학생자치의 위기는 저조한 총학 투표율 및 학생회비 납부율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 원인은 무엇일까. 취재 결과, 학생들이 취업난으로 인해 학생회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는 점과 총학의 사회 연대 노선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이 뚜렷이 나타났다.

 

학업부터 취업까지, 바쁜 세대에게 학생자치는 사치

  대학생들이 이전 시대에 비해 바빠진 것은 사실이다. ‘바쁜 대학생’의 기저에는 유례 없는 취업난이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4월~6월) 대졸 이상 실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전체 실업자의 절반을 넘어서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성 대졸자의 취업난은 더욱 처참하다. 2015년 통계청 경제활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대졸자의 실업률은 남성 대졸자보다 약 0.7%p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취업난 탓에 학생회에 신경쓸 여력이 없을 뿐더러 마음의 여유도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앞서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밝힌 A씨는 “내가 가진 스펙으로 사기업 취업은 어렵다는 것을 알아 5급 공채 시험으로 전향했다”며 “공부할 내용이 많아서 학생회 투표 등 학생자치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현아(사회·15)씨는 “부모님 세대처럼 어느 정도 학위로 취업할 수 있는 사회였다면 학생들도 학생회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을 것”이라며 “학점, 대외활동, 각종 어학점수 등 많은 것을 요구 받는 상황 속에서 학생회 일까지 적극 참여할 마음의 여유가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편 학생들의 주장이 모순이라고 지적한 이화인도 있다. 김주은(인문·17)씨는 “총학 선거에 참여하고 학생회비를 내는 것 정도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작은 의무조차 실천하지 않고 총학이 부족한 부분만 비난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는데 이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달라진 세상, 달라진 요구… “총학생회는 학내 사안에 집중했으면”

  각 세대에는 각기 다른 시대적 과제가 있다. 20세기 후반까지 대학생활을 보낸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민주화였다. 당시 대학 진학률은 23.7%(1980년대 기준)로, 대학생은 민주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던 소수의 지식인층이었다. 대다수 학생들은 민주화를 지지했고 이런 요구를 받들어 학생회에서는 민주화운동을 전개했다.

  1980년 5월15일 서울역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 당시 본교생들이 대거 참여했다. 당시 본교 총학생회장 안숙 씨가 남대문 경찰서를 방문해 김종환 내무부 장관과 대화를 한 점, 가두시위를 진행한 점과 본교에서 제1회 전국대학총학생회장단회의를 개최한 점으로 보았을 때 총학이 본교생의 민주화 요구를 받들어 수행했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며 총학이 학교 밖 사안에 개입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 본교생들의 주장이다. 총학이 이런 흐름을 읽지 못하고 학교 밖 사회세력과 연대하는 경향이 학생들로 하여금 학생회에 심리적 거부감을 들게 하고 이는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유하나(정외·16)씨는 “48대 총학의 경우 공약 만족도가 가장 높은 부문은 사회연대였고 49대 총학 역시 학내 사안은 ‘요구’에 그친 반면 농민, 서부노련, 비정규직 노동자 등 외부 세력과의 연대는 충실히 이행했다”며 “학생들의 삶과 괴리된 공약에 치중하니 학생회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장미래(경영·13)씨 또한 “최순실 게이트 당시 많은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가 시위에 참여했지만 그럼에도 우리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이라며 “총학이 고시반 지원 확충, 시험 기간 복지혜택 늘리기, 본교 대외이미지 관리 등 실질적 공약에 더 힘썼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보였다.

  우지수 총학생회장도 사회 연대보다 대학 내부의 사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학생들의 주장에 공감했다. 그는 “총학을 둘러싼 학생자치의 지형이 어떻게 변했고 그런 변화 하에 총학이 학생대표자치기구로서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가야 할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본교생이 생활과 밀접한 실질적 공약에 큰 호응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우 총학생회장은 “스타팅이화의 정책 중 ‘기숙사생활 개선’이나 ‘수강신청 시스템 개선’처럼 본교생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공약들, 그리고 민주적 총장선출을 위한 대응과 같이 가시적인 행동이 있었던 공약에 대해 학생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출범을 앞둔 50대 총학 이펙트 역시 “본교생이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는 대학사회 의제를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본교 구성원들의 삶에 다가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화인들의 관심과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펙트는 “경력개발센터, 고시지원반 등의 개선을 통해 이화인의 진로를 위해 좀 더 힘쓸 것”이라 강조하며 “입학금 폐지, 등록금 인하 등 본교생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 또한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에 대해 대학교육연구소 이은희 연구원은 사안에 따라 연대가 필요한 학내 문제도 있음을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과거에는 학생회 규모가 크고 학생들의 관심도 높았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도 학내 연대로 충분했다”며 “지금 학생회 규모가 작아졌기에 학내 사안이지만 학교 내부 논의로만 해결이 불가능한 것들의 해결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등록금 문제는 학내 문제이지만 동시에 교육부, 정부와 연결된 문제”라며 “한때 고려대 기숙사도 지역사회에서 합의가 안 돼 문제가 됐던 것처럼 사안에 따라 사회와 연대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 “그래도 학생회는 필요해”

  최근 학생자치가 위기를 맞이한 것에는 공감하나 그럼에도 대다수 학생들은 총학의 중요성 및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은 총학이 학생들의 대표이자 학교 당국을 견제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총학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장하린(화학생명·17)씨는 “학생들의 입장을 학교 측에 전달할 매개체 및 학생들의 대표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강대는 올해 학생회가 없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1년을 보냈다. 서강대 재학생 오승은(아트앤테크놀로지·16)씨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총학생회가 처음 인사하는 자리인 해오름제가 열리지 않았다”며 “총학 체제를 겪어보지 못한 신입생의 경우 학생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학생자치에 더욱 무관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협약을 통한 건강검진, 라식 비용 감축 등 복지혜택이 비대위 체제 하에서는 불가능해 아쉬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숙명여대는 지난 2년간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최수련(정외·15)씨는 “비대위라는 존재 자체가 학생들의 투표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총학만큼 대표성을 가지기 어려웠다”며 “학교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학생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대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비대위 임원이 학과 학생회장단으로 꾸려졌기 때문에 그들이 학과 업무와 비대위 업무를 함께 처리해야 해서 업무 부담 및 효율성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이 연구원은 “등록금부터 기숙사, 교육과정 문제 등 풀어야 할 학내 과제가 많은데 이를 개인의 힘으로 풀기는 어렵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내고 학교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역할을 학생회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자치 위기, 이렇게 해결해갈 것

  한편 학생자치 위기를 인식한 총학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예컨대 49대 총학 스타팅이화는 본교생이 직접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들어주세엽서’를 실시했다. 이는 총장공개면담을 준비하며 본교생의 사연을 직접 받아 총장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우 총학생회장은 “많은 엽서들이 있어 하나하나 어떻게 학교가 답변했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웠지만 본교생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하고 총장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점에서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근 50대 총학으로 선출된 이펙트는 “안건 직접상정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한다”며 이는 “특정 안건에 대해 본교생 300인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과정을 보고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학생회 의사결정이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학생들에게 안내되지 않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중운위, 전체학생대표자 회의 등 학생회 의사결정체계에 대해 학생들에게 자세히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