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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평범함’에 던진 질문 “우리 사랑은 평범하지 않나요?”
2017년 12월 04일 (월) 전샘 기자 rkddkwl822@ewhain.net
   
 
  ▲ 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강영현 조교  
 

    평범함을 미덕으로 삼는 사회에서, 평범하지 않은 사람으로 규정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음’으로 결혼을 정의하는 사회에서 성 소수자로 산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본지는 억압받는 성 소수자의 삶을 조망하기 위해, ‘결혼’, ‘종교’ 그리고 ‘차별’에 주목해 책면을 기획했다.

  본 기사는 교내 성 소수자 인권운동 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변날)와 함께 했다.

 

  본교생 ㄱ씨는 주변인에게 커밍아웃(coming out)한 이후, 빈번하게 그의 정체성을 검증받고 부정당했다.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개적인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그와 그의 연애를 안줏거리로 삼았고 친한 지인과 하나둘 멀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존재로 격리됐다. 애인과 손을 잡고 데이트하고 싸우기도 하는 여느 연인과 다름없지만, 남들로부터 유별나다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ㄱ씨의 커밍아웃이 그들에게 비난할 권한을 주는 것도 아닌데,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그럴 위치에 있는 것처럼 굴었다.

  때로는 그들을 ‘이해한다’며 시혜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개방적이고 편견 없는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ㄱ씨와 ㄱ씨의 애인을 이용했다. 혹자는 순수한 궁금증 해소를 빙자해 사적인 부분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ㄱ씨는 궁금했다. 결혼이 ‘남녀’의 부부관계로 정의되는 이유, 성적 지향점이 찬반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유, 무엇보다도 남들에게 들키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 말이다.

 

성 소수자, 종교의 억압에서 자유로워지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ㄱ씨는 기독교 신자다. 기독교 신자인 성 소수자는 어떤 이의 시선에선 양립할 수 없는 존재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ㄱ씨는 “기독교라는 교리마저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며 특정 종교가 성적 지향성을 반대할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님을 역설했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는 종교와 성적 지향성 사이 혼란을 겪는 사람에게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작가이자 주인공 ‘지넷’은 동성애를 죄악으로 여기는 보수적 기독교 집단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지넷은 우연한 기회로 ‘멜라니’와 가까워지며 애틋함이 깊어진다. 어느 날 두 사람의 관계는 기독교 사회에 소문이 나고 모두가 그들이 악마에게 홀렸다고 손가락질한다.

  어른들은 이날 밤 10시가 돼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나의 머리 위에서 기도하고, 나에게 손을 올리고, 주님 앞에서 나의 죄를 회개하라고 촉구하며 그날 하루를 보냈다. “이 아이에게서 떠나라, 떠나라, 사탄아.” 목사는 계속 이렇게 말했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p.181)

  목사와 마을 사람들, 그리고 엄마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넷은 같은 성별을 가진 멜라니를 사랑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오랜 시간 보수적인 종교 사회에 노출돼왔지만, 그들의 교리가 불합리하다는 것에 확신을 가지며 이렇게 말한다.

 “진정 사랑이 악마의 것이란 말인가?”(「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p.182)

 “세상에는 수많은 형태의 사랑과 애정이 있다.”(「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p.282)

  지넷이 그랬듯, ㄱ씨 역시 보수적 기독교 사회가 동성애에 가지는 편견에 정면으로 대항한다. ㄱ씨는 “나의 하나님은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나를 정죄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이러한 믿음으로 한국 기독교 사회에서도 흔들림 없이 성적 지향성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녀의 결혼만이 정상인가요?

-「딸에 대하여」

 「딸에 대하여」는 레즈비언 딸을 둔 보수적 여성 ‘나’와 딸 ‘그린’, 딸의 애인 ‘레인’이 함께 살며 벌어지는 모녀 갈등과 세대 갈등을 담고 있다. 엄마와 딸의 엇갈린 시선을 다룬 「딸에 대하여」는 남녀만의 사랑을 정상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사회에 노골적인 비판을 던진다.

 “혼자가 아니라니. 넌 혼자야. 네가 뭐가 있니? 남편이 있니, 자식이 있니? 친구나 동료는 다 떠나 버리고 말아.” “왜 남편이나 자식만 가족이 되는 건데? 엄마, 레인은 내 가족이야. 친구가 아니고. 지난 7년 동안 우리는 정말 가족처럼 지냈어. 가족이 뭔데? 힘이 되고 곁에 있고 그런 거 아냐? 왜 이건 가족이고 저건 가족이 아닌데?”(「딸에 대하여),p.105)

  변날은 「딸에 대하여」의 ‘그린’과 ‘레인’이 그렇듯 남녀 간의 결혼만을, 나아가 결혼 그 자체를 일반적으로 여기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왜 사회에서 결혼을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는지 질문할 필요가 있어요. 타인의 눈에 자연스럽지 않으면 그건 평범하지 않고, 흔히 이상하고 나쁜 것이 돼버리죠. 사회는 평범함과 정상이라는 이름으로 퀴어를 억압하고 있어요. 이제는 사회가 정의한 ‘평범’에 의문을 제기하고, 평범함이라는 잣대로 가해지는 폭력에 저항해야 해요.”

  ㄱ씨는 부모 세대가 성 소수자에 갖는 반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보다 더 보수적인 사회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퀴어의 개념이 익숙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들이 배워온 것과는 상반되는 개념이잖아요. 낯설고 거부감이 드는 것 자체는 이해해요. 하지만 최소한 그들이 생각하는 평범함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라요. 평범한 삶은 개인마다 정의하는 바가 다르잖아요.”

  소설 속에서 ‘동성애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레인은 동성애는 이해의 범주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건 이해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에요. 이해해 달라고 사정해야 할 문제도 아니고요. 이건 그냥 권리잖아요.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갖는 거요.”(「딸에 대하여),p.156)

  소설의 후반부에서도 ‘나’는 딸과 그의 애인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다만 자신이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주체라는 점을 인정한다. “내가 너희를 이해할 수 있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까. 때로 기적은 끔찍한 모습으로 오기도 하니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오긴 오겠지. 그럴 수도 있겠지.”(「딸에 대하여」,p.194)

 

당신은 다름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을까?

-「아내들의 학교」

  「아내들의 학교」는 동성 결혼이 법제화된 가상 사회를 배경으로 사회가 동성 커플 ‘선’과 ‘설혜’를 소비하는 방식을 지적한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금기가 사라진다는 것이 결코 ‘유토피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ㄱ씨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린다면, 동성애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변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커밍아웃을 했을 때 주변인의 반응은 그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친했던 지인들과는 멀어지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저는 늘 같은 사람인데도 커밍아웃 한 이후로 모든 사람이 제 행동을 문제 삼았어요. 제가 퀴어라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말하기도 해요.”

  어쩌면 ㄱ씨의 사례는 ‘동성결혼 법제화’가 성 소수자 인권 운동의 종착역이 아님을 보여준다.

  5월 대만 최고 법원인 사법원은 동성결혼을 금지한 현행법이 위헌이라고 결정 내리고, 2년 안에 법률 제정 또는 개정으로 동성결혼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11월29일에는 호주 연방 상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아내들의 학교」는 동성결혼 법제화가 끝이 아닌 시작임을 시사한다. 모델 ‘선’이 ‘톱 모델 서바이벌 코리아’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자 그들은 선과 설혜가 레즈비언 커플이라는 사실을 방송 소재로 활용하려 한다.

  그때, 설혜는 대학 시절 당시 ‘성 소수자 권리’를 위한 인터뷰에 참여할 것을 종용하던 선배의 목소리를 회상한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잖아. 너는 네가 부끄럽니? 케이블 방송이니까. 공중파가 아니니까. 어찌 되었든 너 스스로에게 당당해져야 하니까. 그게 네 애인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니까. 그건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이니까”(「아내들의 학교),p.234)

  그의 애인 선 역시 성 소수자라는 타이틀이 세간의 관심을 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설혜와 입양 자녀가 함께 방송에 나올 것을 요구한다.

 “그러니까, 아이도 함께 나가야 한다고?”

 “그래. 그래야 드라마가 되겠지.”

 “드라마라니? 아이에게 너무한 거 아니야?”

 (중략)

 선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게 사람들이 나한테 바라는 드라마라고. 이거 안 하면 나 우승 못 해.”(「아내들의 학교),p.235)

  변날은 동성결혼 합법화라는 단어도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성애가 불법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동성결혼이 불법에서 합법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법 조항이 없었다가 제정되는 것이니 ‘동성결혼 법제화’가 정확한 표현이죠. 사회가 성 소수자를 차별 없이 대하려면 그들의 위치가 어느 정도에 와있는지, 성 소수자며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무게로 다가오는지 파악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해요.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인 이상 함께 살아가는 존재의 인권을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책 소개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지넷 윈터슨 지음 / 김은정 옮김 / 민음사 / 2009

지넷 윈터슨의 자전적 소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는 양부모에게 기도와 선교를 강요받으며 자란 기억과 소녀를 사랑했던 경험을 담았다. 엄격하고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기도와 선교에 집착하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소녀 지넷은 우연히 만난 한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 어머니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그녀가 악마에 홀렸다고 비난하지만, 지넷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왜 잘못이고 죄악인지 이해할 수 없다.

지넷은 자신의 정체성과 자유를 찾기 위해 종교 공동체를 나온다. 그에게 엄격한 기독교인이 될 것을 강요하던 어머니도 결국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지”라며 자신만이 옳은 것은 아님을 인정한다.

 

「딸에 대하여」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

「딸에 대하여」는 혐오와 배제의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을 그려낸 소설이다. 엄마인 ‘나’와 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이 경제적 이유로 동거를 시작한다. 못내 외면하고 싶은 딸애의 사생활 앞에 노출된 엄마와 세상과 불화하는 삶이 일상이 된 딸. 이들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며 엄마의 일상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는 많이 배우고 똑똑한 딸이 거리에서 시위하며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인생을 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분노와 미움은 딸의 연인을 향한다.

‘퀴어 딸’을 바라보는 엄마가 최선의 이해에 도달해 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타인을 이해하는 행위의 한계와 가능성이 서로 갈등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아내들의 학교」

박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

「아내들의 학교」는 동성 간의 결혼이 합법화된 가상의 사회를 배경으로 동성애를 향한 사회의 배타적인 시선을 넘어선 더 깊은 문제를 다룬다. ‘선’과 ‘설혜’는 결혼 후 아이를 입양해 키우며 사는 커플이다. 문제는 모델인 선이 ‘톱 모델 서바이벌 코리아’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발생한다. 선이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방송 소재로 활용하려고 하는 TV 프로그램 관계자는, 대학 시절 여학생회 활동을 하던 설혜가 한 선배에게 “부끄러운 일 아니잖아. 너는 네가 부끄럽니?”라는 말을 듣고 아우팅을 당해야 했던 경험과 연결된다.

이 소설은 동성애에 대한 금기가 사라진 사회가 곧 ‘유토피아’가 아님을, 동성애가 사회에서 소비되는 다양한 사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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