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과 졸업 씨리낫 씨리랏 교수, 태국 정부 공인 한국어 교재 집필

▲ 태국 정부 공인 한국어 교재를 집필한 씨리낫 씨리랏 교수 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10월8일 태국 정부의 공인을 받은 한국어 교재가 첫 발간됐다. 이 한국어 교과서를 집필한 사람은 다름 아닌 태국인 씨리낫 씨리랏 (SIRINAT SIRIRAT ) 교수다. 본교 국제대학원 한국학과를 졸업한 씨리랏 교수는 태국 씰라빠껀대(Silpakorn University)에서 한국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어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을 알아보기 위해 씨리랏 교수를 11월24일 학교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태국에서 공인한 외국어 교과서는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이 있지만 한국어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도까지만 해도 태국에서 한국은 익숙한 나라가 아니었지만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많아졌다. “태국인 대부분이 케이팝(K-pop)때문에 한국어에 처음 관심을 가져요. 대학생 고학년이 될수록 단순히 한류보다는 진로나 직장생활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많아지죠. 현재 한국 회사가 태국에 많이 진출해있어 한국어를 할 수 있다면 취업에 매우 유리해요.”

  실제로 포스코 등 여러 한국 회사가 태국에 입주해있다. 씨리랏 교수에 따르면 태국 내 한국 성형외과의 인기가 높아 한국어 통역을 배우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그는 학부모의 태도 변화로 한국어의 인기를 실감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하면 부모들이 ‘한국어를 배워서 어디에 쓸 거냐’면서 반대했어요. 지금은 한국어 공부를 응원해주는 부모가 늘고 있죠.”

  올해 태국 교육부에 따르면 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 수는 중·고등학생만 해도 약 3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에도 이때까지 정부에서 인정된 한국어 교재가 없었다. 이로 인해 태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려면 한국 봉사단원들이 직접 가져온 교재만으로 수업을 받아야 했다. “통일된 한국어 교재가 없으니 일정한 커리큘럼도 없어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화여대에 입학하기 전부터 집필을 다짐했죠.”

  씨리랏 교수도 커리큘럼이 없이 한국어를 배운 학습자 중 한 명이다. 그나마 지금은 인터넷이라도 발전됐지만 그가 공부할 때만 해도 사전조차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제가 다니던 대학교가 처음으로 한국어 수업을 개설해 따로 한국어를 배울 시설도 없고 사전도 없었어요. 제가 공부할 수 있는 도구라고는 함께하는 동료들과 봉사단원으로 오신 한국인 선생님 뿐이었죠.”

  그럼에도 그는 한국인의 친절에 매료돼 한국어 전공을 결심했다. “원래 부전공은 한국어가 아니었어요. 그러나 한국의 친절함과 한국어의 매력에 빠져 생소한 한국어를 배우자고 다짐했죠.”

  그는 본교 한국학과가 태국에서 한국어 교육 분야로 가장 유명하다고 전했다. 씨리랏 교수가 유학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수업은 ‘한국어 교재론’이다. “한국어 교재론 강의에서 교재 개발과정을 처음 접했고, 교재 개발에 대해 발표해보기도 했죠. 제가 태국으로 돌아갔을 때 이 수업에서 배운 것을 많이 활용했어요.”

  한국어 교재를 집필하면서 그는 교육과정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태국 각 학교마다 수업현황이 달라 통일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태국 전국에 있는 중고등학생을 위한 교재고, 학교마다 수업 현황이 다르기 때문에 교육과정 개발에 가장 신경을 썼어요. 외국어 수업 시수가 어떻게 되고, 학생들의 한국어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등 여러 가지 설문도 진행하고 연구도 끊임없이 해왔죠.”

  중등 교육과 고등 교육을 하나로 연결한 과정도 고민의 흔적이다. “현재 집필한 교과서는 중고등학생이 모두 배우는 한국어 교과서예요. 이 교육과정이 대학서 배우는 방식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전에는 중등 교육과정과 고등 교육과정을 따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해요.”

  씨리랏 교수는 본인이 집필한 한국어 교과서가 중·고등학생에게 학습 동기 부여가 되길 바란다.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학생이 아니더라도 한국어 학습에 흥미를 유발 하는 것이 교과서 집필의 목적 중 하나다. “중고등학생은 내용이 재미가 없고 어려우면 학습에도 흥미를 잃어요.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가볍게 집필하려고 했어요.”

▲ 태국에서 공인된 한국어 교과서를 들고 있는 대표 집필진들 제공=기획처 홍보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집필을 이뤄낸 것은 아니다. 태국한국교육원과 한국 교육부, 본교 언어교육원, 씰라빠껀 대학의 태국인 교수들이 모두 함께한 덕분에 가능했다. “집필을 위해 팀도 여러 번 구성했어요. 그 중 결정된 태국인 집필진 10명과 이화여대 언어교육원한국어교육부 강사 18명이 함께 했죠.”

  그는 지금도 한국어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은 학생이다. 한국어 지식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배움의 문을 언제나 열어놓고 있다. “현재 재태 한국어교육학회 회장을 맡고있어요. 예전에는 활동이 적었지만, 이제는 태국 한국어 교사들이 모여 한국어에 대해 서로 배우고 경험을 나누는 장을 만들고 싶어요.”

  현재 그가 집필한 한국어 교재 6권 중 1권만 완료됐다. 그는 마지막 교재가 나올 때까지 한국어 교육 관계자에게 많은 지원과 관심을 부탁했다. “태국인이 한국어를 교육하는 데 이화여대에서 많은 지원을 해줬어요. 특히 유학하지 못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KF-Ewha e-스쿨 프로그램이 도움됐죠. 앞으로도 많은 도움과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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