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진 지진, 학교 측 대처는 무엇이 달라졌나

  작년 9월11일 경상북도(경북) 경주시 지진 이후로 약 1년 만에 경북 포항시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수업 중 진동을 느낀 황지현(건축공・16)씨는 “본교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이 더는 지진에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며 “이번 지진 때 믿고 따를 수 있는 본교의 대처나 안내가 없었던 것 같다”고 불안했던 당시 심경을 밝혔다.

  지진 발생 시 교내가 안전한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걱정하는 구성원들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지진 발생에 대한 학교 측 대처와 향후계획을 알아봤다.

 

지진 대처 빨랐으나, 실속은 없어

  총무처에 따르면 포항 지진 당일 본교의 대처는 작년 경주 지진 때보다 신속하게 진행됐다.

  오후2시29분 포항 지진으로 인한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고 본교는 약 5분 후 학교 홈페이지(ewha.ac.kr) 공지사항에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 안내사항을 게시했다. 지진 발생일로부터 10일 후에나 관련 안내사항이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작년과 비교하면 상당히 빨라졌다.

  반면 게시된 행동요령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지진이 발생하면 게시판을 검색해 대처 요령을 찾아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19일 본교 익명청원 게시판에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만 기재되는 것은 비상사태 시 접근성이 떨어지고 실효성이 낮다”며 “재난 대처 매뉴얼의 요약본을 e-text로 만들어 정기적으로 배포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접근성 뿐만 아니라 행동요령 내용도 여전히 미흡하다. ‘낙하물에 주의하여 가방이나 손으로 머리를 보호한다’, ‘진동 종료 후 가까운 출입구를 열어 대피로를 확보한다’ 등 국민안전처의 원론적인 안전지침 그대로 게시된 것이다.

재학생 박내정(건축・16)씨는 “총무처가 올린 행동요령은 평소 알고 있던 기본적인 내용”이라며 “본교 상황에 적합한 구체적인 지시와 안내가 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총무처 관계자는 “앞으로는 홈페이지 알림창으로 구성원들이 행동요령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한,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지진대피 정보가 포함된 이화생활안전 가이드 서비스를 홈페이지와 모바일로 제공할 것”이라며 “전문가 자문을 통해 본교 실정에 맞도록 지속해서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수 교수(건축공학과)는 “지진 시 학생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학교가 대피 장소를 조사해서 구체적으로 지정해줄 필요가 있다”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면 곧바로 각 건물의 학생들이 대피할 수 있는 경로와 장소를 안내하는 문자를 보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진에 더욱 집중한 훈련 및 교육 필요”

  경주 지진 이후 가장 뚜렷하게 달라진 점은 지진 대비 훈련이 시행됐다는 것이다.

  대학원생 실험실 안전교육에 지진 관련 내용이 추가됐다. 올해 11월2일 진행된 대피훈련에서는 지진 시 행동요령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하고 인쇄물을 배부했다. 그러나 지진보다 화재 및 가스 누출 사고에 초점을 맞춘 훈련 내용은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대피 훈련에 참여한 황지현(건축공・16)씨는 “작년과 달리 지진 관련 내용이 훈련에 포함된 것은 좋았다”면서도 “지진보다는 소방 훈련이 주된 내용이었고 보편적인 행동요령을 알려주는 것에 그쳤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본교는 내년부터 지진 대피 훈련을 따로 시행할 계획이다. 총무처 관계자는 “지진 훈련 외에도 채플 시간을 통한 지진 관련 안전동영상 시청과 안전 교육 실습으로 학생들이 직접 훈련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내진설계 보강해 안전 확보해야”

  작년 본지 조사 결과(1526호 2016년 10월3일자), 설립연도를 파악한 교내건물 50채 중 1988년 이전에 지어져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물은 대강당 및 본관을 비롯해 약 20채였다.

  1988년 이후 지어졌지만 내진설계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내진설계가 미적용된 건물은 9채였다. 자료 부족으로 설립연도 등을 파악하지 못한 건물까지 포함하면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물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내 건물의 내진 설계 보강은 크게 진전되지 않았다. 내진 보강을 위한 기초자료가 미비하고, 공사 기간이나 비용에 대해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무처 시설팀 이종원 팀장은 “올해 내진설계 보강과 관련해 진전된 부분은 없지만 보강을 위한 건물 진단을 논의 중”이라며 “당장 내진설계 보강을 진행하기에는 강의실 사용 문제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힘들다”고 설명했다.

  신영수 교수는 “지반의 높낮이가 다른 학관 건물이나 외장재 마감이 허술한 건물 등을 미리 점검하지 않으면 훗날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용빈도가 높은 건물부터 성능 검사를 한 후 내진을 보강해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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