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생각하는 사람 도우려면 막연한 조언 아닌 그들의 상황 수용해야

  2016년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은 28.7명으로 OECD 평균인 12명의 두 배가 훨씬 넘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매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죽어가고 있는데 자살에 대한 우리의 민감도는 매우 약하다. 하지만 주변에 자살자가 생기는 순간 그 위기를 절감하게 된다. 주위의 많은 유가족과 주변인들이 자살사별자로서 영향을 받고 있다. 한 명의 자살은 적어도 다섯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말은 한 명의 자살시도자를 구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연간 평균 230명, 매주 네 명의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는 초·중·고등학생의 자살자 평균인 109명보다 2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학생의 자살은 성인기에 근접하기 때문에 외면받는다. 대학생 시기는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의 전이가 이뤄지는 시기로, 새로운 환경, 학업, 진로, 취업, 대인관계 등 다양한 현실적 차원에서의 적응과 대처를 필요로 한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경제 불황과 청년실업 등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자살자들은 사전에 위험징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충동적으로 자살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절망감 속에 자살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주변인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자살과 관련해 흔히 말하는, ‘죽을 용기를 가지고 살아라’ 또는 ‘네가 죽으면 주변 사람이 얼마나 마음 아파할 텐데 죽으려 하느냐’ 하는 식의 이야기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을 향해 힘내어 헤엄쳐 나오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성적으로 설명한다고 해서 삶에 대한 의지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만약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도와주고 싶다면 그들이 처한 상황을 내 시각에서 재단하지 말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해주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비판 없이 무조건 경청하다 보면 팽팽한 고무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그들에게 서서히 격한 감정이 누그러지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또한 최종적으로 그들을 확실하게 살리는 것은 직면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도움이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죽음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은 자신도 언젠가 처할지 모를 위험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힘을 길러놓는 결과가 된다. 자살이 정신적으로 유약한 사람에게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치부해서도 안된다.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여길 때 오히려 내게도 그러한 일이 찾아올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정신적으로 견딜 만한 때에는 공부나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막상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됐을 때 대처할 방법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소에 내면의 건강을 돌아볼 여유를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삶은 크고 작은 시련과 역경의 연속이다. 이때 가족, 친구, 교직원 등 주변에 손 내밀면 기꺼이 잡아줄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주변 사람이 어렵다면 교내 상담센터나 생명의 전화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니 혼자 힘들어 하지 말자. 그리고 누군가 내게 힘든 이야기를 한다면 그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작은 도움이 그 사람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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