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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퀴어로 산다는 것
2017년 11월 27일 (월) 한지아(국제・16) -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주변 사람이 퀴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살아간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처음부터 자기 주변에는 퀴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친구들과의 모든 대화는 이성애를 전제로 하고 연애사를 공유하고 싶어도 커밍아웃할 용기가 없어 애인으로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할 때가 대부분이다. 내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 나의 연애는 누군가의 안줏거리가 되고 술에 취한 남자 지인들은 여자와의 잠자리는 어떻냐는 둥 궁금증을 해소하는 척 성희롱을 일삼는다. 남들에겐 평범한 럽스타그램이, 함께 찍은 스티커 사진이 나에겐 친구들과 가족들로부터 영원히 숨겨야 하는 가장 큰 약점이 된다. 다름이 틀림으로 인식되는 사회와 일반적인 것에서 벗어난 사람을 보았을 때 손가락질하는 꽉 막힌 사람들 틈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자주 길을 잃곤 한다.

  그렇다면 당당하게 나의 존재를 알린다면 인생이 조금 더 수월해질까? 아니다. 가까운 친구들이 “너는 왜 연애를 안 해?”라며 하나 둘 눈치를 채고 거리를 둘 때, 늘 같이 미팅을 나가자던 동기들이 나 없이 새로운 단톡을 만들 때, 사람들로부터 더럽다는 말을 들을 때도 나는 끝없이 견뎌내야 했다. 지인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퀴어였을 때 내 존재가 조용히 비밀리에 부정당했다면, 모두에게 알려진 퀴어가 되고 나서 내 존재는 오히려 더욱 공개적으로 더 강하게 부정당하고 있다. 나의 커밍아웃이 결코 남들에게 나를 손가락질할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의 연애도 이성애자들의 연애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평범하다. 여자친구를 만나서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놀이동산도 가고 시험기간에는 함께 공부도 한다. 함께 셀카를 찍고 손을 잡고 걸어 다니고 봄에는 꽃놀이를, 겨울에는 눈을 보러 간다. 사소한 것에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기념일을 챙길 때도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는 행복해하다가, 똥차를 만나서 안 좋게 헤어진다면 전 애인의 욕을 하기도 한다. 남들과 다 같은 연애인데 왜 나는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받아야 할까? 내가 하는 사랑도 남들과 같은 사랑인데 왜 사회의 찬반의 주제가 되며 남들이 알까 걱정하며 숨겨야 하는 걸까, 나는 매일 고민한다.

  우리는 조금 더 조심스러워야 할 필요가 있다. 매일을 살아가며 지금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퀴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완전히 무너져내릴 수도 있다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어떤 삶을 사는지는 그 누구도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서로가 각자의 다양성과 다름을 온전히 존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와, 나와 같은 대한민국의 퀴어들이 조금이나마 평범하게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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