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의 산실로 불리는 이화에서도 여성혐오를 비롯해 다양한 혐오와 차별을 온전히 피하는 것은 어렵다. 얼마 전 의과대학 교수의 메리 스크랜튼 초대 총장 비하와 여성혐오 발언으로 교내에서 논란이 일었다. 해당 발언을 들은 학생들은 대자보를 붙이고 단과대학과 지도교수에게 제보해 수면 위로 떠올렸다.

  논란 후 학교는 해당 교수에게 진상 확인 후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교내에서 교수의 이런 발언이 아예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지만 이에 대해 학생들이 공론화한 사례는 흔치 않다. 수업 중 교수가 부적절한 언행을 보여도 학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 논란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생은 교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입장인 만큼 교수의 문제를 거론하며 맞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해당 교수의 사과에 그치지 않고 강의평가에 성평등과 인권 침해에 관련된 문항을 추가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본지 1540호 5월22일자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내 10개 대학 중 6개 대학(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이 강의평가에 성차별을 묻고 있다. 실효성이 크진 않지만 성평등 인식 개선에 도움 돼 이를 실시하고 있는 대학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의 제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의 신변보호가 최우선돼야 한다. 한 학기에 두 번씩 실시되는 강의평가는 수업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학생들이 수강한 강의를 직접 평가하는 제도다. 하지만 학생들은 혹시나 자신이 드러나 불이익을 받을까봐 수업의 부정적인 면을 곧이곧대로 평가하는 것을 주저하기도 한다. 강의평가는 익명으로 진행되지만 학생들은 완전히 안심하지 못해 자신의 정보가 유출될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즉 학교는 학생들이 신변노출에 대한 두려움 없이 부당한 점에 대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확실한 신뢰를 구축해야한다. 강의평가와는 독립적으로 성차별과 인권 침해에 대한 발언을 제보하는 완전 익명 시스템을 개설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에 나아가기 위해선 교수 개인의 인식 개선 역시 필요하다. 현재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양성평등 교육은 성매매 방지, 성폭력 예방 등에 대한 온라인 영상 시청과 문제 풀이로 이뤄져 있다. 영상만 재생한 뒤 문제만 해결하면 교육을 이수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진행되는 교육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성차별은 우리 일상과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에 수동적인 온라인 교육을 넘어 흔히 쓰이는 언행부터 주의를 줄 수 있는 세심한 교육이 제공돼야 할 것이다.

  차별과 혐오를 거부하는 이화이기 때문에 학내 구성원부터 노력해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모두 조금씩 변화한다면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 학교 차원의 시스템부터 구성원 개인의 인식 변화까지 모두가 평등한 이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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