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 전통 의장대의 경호 속에서 청와대를 찾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의장대는 화려하면서도 한국적인 예식을 갖춰 만족스러운 첫인상을 보여줬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다운 환영식이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일부러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그 뒤로 중국 의장대, 베트남 의장대 등의 사진도 보게 됐다. 대부분의 나라가 비슷했는데, 일반적으로 제복을 입고 열을 맞춘 채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나라의 의장대 사열에도 여성은 없었다.

  의장대란 국가 경축 행사나 외국 사절에 대한 환영·환송 의식을 베풀기 위해 특별히 조직된 군부대로, 서유럽의 전통 행사에서 시작된 문화다.

  의장대 사열은 군 병사들로 조직되는데, 여군을 징집하는 소수의 나라들조차 최소한 외국 사절 환영식의 의장대 사열은 모두 남성으로 이뤄져 있었다. 한 나라의 첫인상을 좌우한다는 의장대에 하나같이 여성이 빠진 이유가 있을까?

  사실 우리나라는 인원이 약 10명밖에 안되지만 여군의장대가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하얀색 치마를 입고 모형 총을 돌리며 ‘절도와 미의 조화’, ‘날씬하고 예쁜 여군들’이라는 찬사(?)를 받는 이 의장대는 ‘국격의 상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남군의장대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진다. 중국 역시 여군의장대가 존재하는데, 지난 2015년에는 중국 열병식 사상 처음으로 여군의장대가 참가했다고 한다. 다만 이에 대한 기사는 ‘키 178cm, 모델급 미모’, ‘반할만한 미모에 열병식 반대하던 일본조차 꿈틀’라며 온통 그들의 미모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성평등 의식이 세계 중 가장 높고, 여군의 보직 제한도 없는 노르웨이와 핀란드 등의 국가까지도 외국 사절에 대한 의장대 사열에는 남성뿐이었다. ‘여성은 무거운 총을 돌리기 어렵다?는 이유는 전혀 납득할 수 없었다. 사실 그 이유에 대해 말하는 글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배제된 곳은 수없이 많고, 이제는 배제됐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지 않다.

  다만, 불편한 현실의 진상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누구도 문제 제기하지 않은, 모두가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당연히 여기는 것이 많다는 사실이 다시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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