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순・조기주 동문 ‘모녀전’

▲ 이경순 화백의 ‘어머니’(왼쪽), ‘소녀’, ‘기주’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모녀가 모두 서양화를 전공하고 또 같이 전시를 하는 것은 흔치 않다. 그러나 1994년, 2015년 두 차례의 모녀전 이후 올해 세 번째 모녀전을 개최한 이들이 있다. 바로 이경순(서양화・50년졸) 조기주(서양화・79년졸) 모녀다. ‘연속, 그러나 불연속’이라는 제목으로 7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이번 전시에서는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왼쪽 벽면에는 이경순 화백의 작품이, 오른쪽 벽면에는 조기주 작가의 작품이 나란히 걸려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이 화백의 작품은 ‘어머니’(1955), ‘자화상’(1965), ‘기주’(1960), ‘정주’(1991)의 4대 모녀다. 그 중 ‘어머니’(1955)와 ‘기주’(1960)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들이다.

  4대 모녀 그림의 가장 큰 특징은 ‘시대상’이다. 이 화백이 자신의 어머니를 그린 ‘어머니’(1955)는 1950년대 여성의 옷차림을 보여준다. 또한 한복을 입은 ‘자화상’(1953)과 양장을 입은 ‘자화상’(1965)을 통해 달라지는 옷에서 시대상의 변화를 알 수 있다. 4대 모녀 중 가장 최근작인 ‘정주’(1991)의 옷차림은 가장 현대적이고 익숙한 모습이다.

  특히 이 화백은 딸 조기주 작가를 모델로 삼아 작품 활동을 펼치기도 했는데, 초・중・고등학교로 이어지는 ‘기주’ 시리즈를 통해 성장하는 딸의 모습을 담아냈다. ‘기주’ 시리즈는 대부분 의자에 앉아있는 조 작가의 모습을 담았다. 해가 지날수록 조 작가가 입고 있는 옷과 앉아있는 의자, 그리고 자세가 조금씩 달라지지만 딸에 대한 이 화백의 여전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 전시관 왼쪽에 마련된 이경순 화백의 작품 선모은 작가 monsikk@ewhain.net

  이 화백은 평생 꽃, 그중에서도 장미를 많이 그려 ‘장미화가’라고도 불린다. ‘화병의 흰 장미’(1960)는 이 화백이 본교 대학원생 시절 그린 초기 장미 그림으로, 창고에서 찾아내 새로 선보인 작품 중 하나다. 조 작가는 “어머니는 육아로 인해 여행을 자주 가지 못해 대신 집에서 얼마든지 그릴 수 있는 꽃을 주로 그렸다”며 “남성 위주 사회에서 초기 활동하던 여성 작가로서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이 화백의 ‘창가의 버들강아지’(2003)와 ‘작은 실내’(2013) 두 작품은 동일한 서랍장과 전통 한지 창문을 보여줌으로써 이 둘이 같은 공간임을 나타낸다. ‘창가의 버들강아지’에서 닫혀있던 창문이 ‘작은 실내’에서 열려있는 등의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의 연결을 담아냈다.

이 화백의 작품 맞은편에는 조 작가의 작품이 배치됐다. 이 화백이 회화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면, 조 작가는 드로잉, 영상, 설치작 등 여러 양식을 차용했다. 이뿐만 아니라 작품마다 구리, 시멘트, 종이 등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했다.

  조 작가는 2008년부터 ‘The Stains of Life’(삶의 흔적)라는 타이틀로 작품 전시를 해왔다. 특히 그의 시멘트 작품은 세 단계로 발전했다. 처음에는 건축자재를 넣어 가볍지만 두껍게 만들었다면 2단계로 다른 재료는 추가하지 않고 순수하게 오직 시멘트로만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시멘트로만 작업하다 보니 깨지거나 갈라지는 문제가 생겨 마지막으로 모래를 섞은 시멘트에 철망을 넣어 제작하는 기법으로 발전하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 조 작가의 시멘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벽면 구석에 두꺼운 시멘트가 기대어 있고, 바닥에는 깨진 시멘트들이 흩뿌려 있는 설치작품이 있다. 또한 그의 최근 기법인 모래를 섞은 시멘트에 철망을 넣어서 무늬를 만든 추상적인 작품도 볼 수 있다. 그는 관람자가 자유롭게 상상하며 작품을 감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작품에 ‘무제’라는 제목을 붙였다.

▲ 전시관 오른쪽에 마련된 조기주 작가의 작품 선모은 작가 monsikk@ewhain.net

  조 작가의 많은 작품에는 ‘원’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주제가 있다. 그가 변치 않는 것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원이었다. 그는 원이 항상 똑같은 출발지점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완벽하고 영원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원을 그리기보다 그는 원 위에 무언가를 얹거나 원을 움직이게 만들어 다양함을 추구했다.

  전시회의 한쪽 면에 조 작가의 이러한 원 그림이 벽면 가득 채워져 있다. 작품마다 똑같은 회색 원이 등장하지만, 각각의 원 위에 얹어진 물감 덩어리는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낸다. 그는 물감 덩어리는 버려지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덩어리들이 본인 작품의 소재가 되면서 가치가 생기고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이 외에도 조 작가가 직접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상도 전시됐다. 영상은 이 화백과 조 작가, 그리고 조 작가의 딸이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해, 세대 간의 갈등, 소통의 부재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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