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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는 모두를 위한 부처, 제도 개선 통해 균형 노력”
여성가족부 이숙진 차관 인터뷰
2017년 11월 06일 (월) 권소정 기자 bookjr@ewhain.net

여성경제참여율 20년 간 고정, 해결 위해 좋은여성일자리늘리기 기획단 설립

   
 
  ▲ 여성가족부 이숙진 차관. 사진=김수연 기자 mangolove0293@ewhain.net  
 

  6월14일 이숙진(여성학 박사·00년졸·사진) 동문이 문재인 정부의 여성가족부(여가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여성학을 전공한 이 차관은 여성운동가로서의 연구업적 및 공직경험을 인정받아 자리에 올랐다.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제도, 인식을 포함해 다각도의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는 그를 10월27일 여가부 접견실에서 만났다.

 

차관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여성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본교의 영향이 있었는가

  학교는 여성학과 여성운동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근거들을 많이 제공해줬다. 여성들로만 이뤄진 기관이라 여성들이 사회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이대학보사에서 활동하며 여성학에 관심을 가졌고 특히 여성노동 분야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자시절 ‘여성 시리즈’를 기획하기도 했다. 당시 여성학이 학교에 처음 도입돼 이론적인 논의도 많이 이뤄지고 1982년 대학원에 여성학 석사과정이 생겼다. 3학년 때 쯤 여성학을 더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여성노동 현장을 접할 당시 어떤 부분이 눈에 들어왔나

  여성 노동자의 노동 여건이 눈에 띄었다. 국내 노동 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며 ◆핑크칼라(Pink-collar) 업무에 다수의 여성이 종사했다. 핑크칼라 업무 중에서도 계산원 등으로 편중돼 있었다.

  남녀가 종사하는 직종이 나뉘는 현상은 ‘성별직종분리’라고 말한다. 직종 자체가 성별로 나뉜다는 뜻이다. 이 현상은 성별임금격차 문제를 야기하는 하나의 요인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별임금격차가 큰 나라에 속한다. 비정규직 여성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성별직종분리다. 여성들이 집중돼 있는 직업이 그렇지 않은 직업보다 평균적으로 조금 낮은 임금을 받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국의 성평등 지수가 낮은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성역할 고정관념으로 인한 채용, 승진 등에서의 여성 차별과 경력단절 등 복합적 요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는 여성의 높은 경제적 자립능력이다. 이를 위해 여성고용율과 의사결정참여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고용 부분에서 한국의 여성경제참여율은 약 51%로 20년 동안 변화가 거의 없었다. 오랜 기간 고정된 수치가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는 여성의 경력단절이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보통 35세~39세 쯤 떨어지기 때문에 경제활동 참가율 곡선은 M자 모양으로 나타난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려면 정부 차원의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

  여성의 의사결정이 취약한 이유는 고위직이나 관리직에 있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서며 내각 여성 비율 30% 공약을 실현해 가장 높은 내각 여성 비율을 달성했다. 성평등 선진국보다는 부족한 비율이지만 특정분야 혹은 고위직에 여성은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마중물이 되리라 예상한다. 이런 현상이 공공부문이나 민간 기업에도 확산되길 바라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시행하는 중인가

  ‘좋은여성일자리늘리기기획단’(여성일자리기획단)을 만들었고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를 운영 중이다. 여성일자리기획단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현장 전문가들, 단체들과 함께 회의한다. 또한 그 결과가 여성 일자리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일자리위원회 등에 건의하고 있다.

새일센터는 여성들의 직업훈련과 취업알선을 담당한다. 한 번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새일센터는 여성들이 처해있는 상황, 노동 경험 등을 고려해 재취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력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나가고 경력이 단절돼도 여성들이 원할 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일자리의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좋은 일자리의 기준은 무엇인가

  좋은 일자리의 대표적인 기준은 임금과 근로시간이다. 경력단절여성이 원하는 임금 수준은 조사할 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보통 경력이 단절되면 이전 직장에서 보다 임금 수준이 낮은 직장으로 옮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구조를 개선해 경력단절여성들이 자신의 생활수준을 지킬 만큼의 희망임금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임금만큼 근로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들도 많다. 초과근무나 장시간 근무로 인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높은 임금을 주는 곳이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없다.

 

성평등을 위해 제도뿐 아니라 의식의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의식의 변화는 어떻게 이룰 수 있나

  의식이 변해야 지금까지의 관습이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의식이 바뀌기 위해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차별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면접 시 여성이라서 탈락하는 상황 등 차별로부터 구제할 수 있는 조치도 마련돼야 한다. 남녀 간 생각 차이를 좁혀나가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성평등 관련한 법안과 정책은 지난 수십 년 간 많이 개선돼왔다. 지금부터는 제도적 변화를 넘어 생활 속에서 성평등을 체감하고 누릴 수 있도록 힘써야 할 시기다.

 

성평등은 남성의 참여도 필요하다. 남성들의 저조한 참여를 활성화할 방안은 무엇인가

  여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가부장 사회에서 남성이 겪고 있는 억압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재의 구조도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남성의 파이(이익)를 뺏는 것이 아니라 파이 자체의 크기를 늘려 전반적으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남성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남성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성평등보이스’(보이스)를 조직했다. 보이스는 45명의 문화 평론가, 만화가, 동화작가, 교수 등 각 계 남성들로 이뤄져있다. 남성이 주체가 돼 토크콘서트 등 성평등 인식확산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여가부가 있으면 남성가족부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여가부의 영어 명칭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다. 즉, 모든 국민을 위한 부처다. 남성은 사회의 중요한 일원이기 때문에 평등사회에 빠질 수 없는 구성원이다. 여가부는 남성들이 겪는 불이익도 함께 조사한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실시하는 등 성평등을 위한 사업들을 해왔다.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남성과 여성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도 하는 중이다. 여가부 업무를 조금만 열린 마음으로 봐 주시길 바란다.

  남성들에게 육아나 가사에 참여하라고 말하는 이유는 남성을 위해서기도 하다. 사람이 생존하려면 세탁이나 요리 등 삶에 필요한 기술들, 돌봄과 관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임금노동 등 생산적 노동에 치중된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재생산적인 부분에 본의 아니게 소외돼 왔다. 사람이 언제까지 누군가에게 의존하며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재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은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당부하고자 하는 말이 있는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The personal is political)라는 말을 중요하게 이야기하곤 한다. 사적인 공간에서 개인적인 노력으로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많은 문제들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공간에서 해결돼야 한다.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면 경쟁사회의 톱니바퀴 안에서 스스로 지칠 때까지 혼자 노력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사회는 연대나 협력, 상생 등의 개념 없이 살아가기 힘들다.

  혼자 판단하고 노력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과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함께 참여하며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성차별 문제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차별에 문제의식을 갖고 관용과 배려, 공익을 중시하는 민주시민이 되길 바란다.

 

핑크칼라=블루칼라, 화이트칼라와 대비되는 노동자 군으로 개인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직에 종사한다. 대표적인 예로 간호사, 유모, 미용사 등이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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