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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청와대 청원 20만 명 넘었다… 다시 불붙은 논쟁
2017년 11월 06일 (월) 김동건 기자 gunnykddong@ewhain.net

낙태죄 폐지로 여성 건강권 지켜야”

청와대 답변에 향후 귀추 주목돼

헌재도 낙태죄 위헌 여부 재심리 착수

   
 
  ▲ 청와대 홈페이지에 등재된 낙태죄 폐지 및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청원을 캡쳐한 사진.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9월30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에 등록된 ‘형법 269조(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가 약 23만 명의 청원에 힘입어 청와대 국민청원 2호로 접수됐다. 최근 정부 방침에 따르면 청와대는 청원 마감 30일 이내에 해당 안건에 대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해당 청원자는 “낙태죄를 만들고 낙태약을 불법으로 규정짓는 것은 이 나라 여성들의 안전과 건강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 나라 여성들은 사회의 구성원이며 당당히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할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주장했다. 또, “원치 않은 임신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을 구제하고 그들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프진 합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본교생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김주은(인문·17)씨는 낙태가 전적으로 여성의 권리라고 주장한다. 김씨는 “학창시절 모든 생명은 귀중하기에 낙태는 죄라고 배워왔다”며 “그러나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므로 임신을 한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왈가왈부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임신이 피임을 하지 않은 대가이며 책임이라고 한다면 남성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가온(행정·14)씨는 여성의 권리가 초기 태아보다 상위에 있음을 강조한다. 박씨는 “미프진은 북한,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여권이 낮은 국가에서도 유통되는 초기 낙태약”이라며 “몇 주도 살지 않은 세포의 권리가 몇 십년간 쌓아온 여성의 삶보다 더 상위의 가치라고 여겨지는 한국 사회에 환멸이 난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한 그는 “낙태를 하지 못해 억지로 출산해야 한다면 그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여성뿐만 아니라 축복받지 못하는 생명이 될 아기도 불쌍하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10월29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낙태죄 폐지를 금지하라는 청원이 새로 등재됐다. 이들은 ‘낙태가 태아의 생명권 침해라는 것’과 ‘피임이 동반되지 않은 무책임한 성관계가 만연해 낙태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유장훈(18·남·서울시 종로구)씨는 “여성이 자기 몸에 대한 선택권을 갖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태아도 생명인데 사회에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박성민(자유전공·17)씨는 “기본적으로 태아는 엄연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임신한 여성은 그 생명체에 대한 책임을 지닌다”며 “그런 책임은 여성의 성행위에 대한 선택에 따르는 것으로 이후에 생명체에 대한 살인과 다름없는 낙태를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 홍연지씨는 “생명을 경시하기 때문에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건강권 때문에 비범죄화 하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반박한다. 홍씨는 “낙태를 허용했기 때문에 피임을 하지 않고 낙태를 쉽게 선택하는 사람이 어딨겠냐”며 “낙태를 선택한 이상 안전하게 그리고 많은 정보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홍씨는 “아이를 하나 낳는다는 것은 인생에서 큰 부분인데 이에 대한 여성 본인의 결정권이 미약하다”며 “낙태가 여성의 성행위에 대한 책임이라기엔 남녀 공동의 책임이며 완벽한 피임법은 존재하지 않기에 여성 단독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헌재)는 낙태죄 폐지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중앙일보>, MBC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8명(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 제외) 중 5명이 낙태죄와 관련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지금껏 헌재가 적용해온 ‘사익인 임부의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례에 상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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