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평등하게 바꾸면 사회에 평등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어요”
“대학을 평등하게 바꾸면 사회에 평등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어요”
  • 권소정 기자
  • 승인 2017.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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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프로젝트 이명아 단장 인터뷰

- 상징 동물을 펭귄으로 정한 이유는

  흔히 펭귄을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무리를 지어 살아가기 때문이다. 알을 품고 부화시키는 과정도 암수가 나눠 전담하고 새끼를 가르칠 때도 공동육아를 하는 등 평등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물이다.

  특히 퍼스트펭귄이라는 단어를 알고 나서 펭귄을 상징 동물로 못박았다. 퍼스트펭귄은 무리에서 용기를 갖고 물 등 위험한 곳에 먼저 발을 내딛는 펭귄을 의미한다. 성차별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 퍼스트펭귄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 대학 내 어떤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굉장히 다양한 성차별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술자리에서 술 게임을 하는데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벌칙을 시킨다던지, 외모를 갖고 품평을 하는 등의 성차별이 존재할 수 있다.

강의실에서 벌어지는 여성혐오 발언도 대표적인 성차별이다. 강의실에서 벌어지는 여성혐오 발언에는 상대가 교수다 보니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교수가 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시를 보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여대에서도 당연히 성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교수가 전부 여성이 아니기 때문에 교수와 학생간의 성차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과 학생 사이에도 성차별이 존재한다. 이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깨닫지 못해 발생한다. 남녀 공학도 마찬가지다. 사회의 이분법적 구도, 즉 성을 생물학적으로 양분하는 것에 익숙한 시각을 그대로 답습하면 소수자의 존재가 지워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 성평등 활동을 할 때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국민대에서 ‘느릿느릿’이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동아리는 펭귄프로젝트를 발족할 때 함께 생긴 동아리다. 커뮤니티에 동아리 홍보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이고 축제 때 어떤 행사를 할지에 대한 소개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 게시글의 댓글에 ‘메갈이네’ 등 좋지 않은 반응들이 보였다. 동아리 목적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받은 적도 있다.

  중앙동아리 심사과정 중에서도 난처한 일이 있었다. 학교 중앙동아리 중 페미니즘 관련 동아리가 한 개도 없다. 그래서 느릿느릿은 중앙동아리가 되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졌다. 중앙동아리가 되려면 심사를 거쳐야하는데 심사에서 보통 잘 물어보지 않는 질문인 중앙동아리가 돼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래도 무관심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려 한다.

 

- 남학생들의 참여는 있었는가

  나도 처음에는 여자만 모일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 외로 펭귄프로젝트에 관심있어 하는 남성분들이 많아 놀라웠다. 실제로 세미나 등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참가한 분들은 주로 남성 공동체 내부에 존재하는 남성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줘 인상 깊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 남성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 끼지 못했던 사례들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페미니즘 공부가 하고 싶어서 참여한 남성들도 있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신이 살면서 인지하지 못했던 여성혐오 문화들을 반성하는 계기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 차별을 없애기 위해 주로 어떤 노력을 했는가

  펭귄프로젝트의 기획단계에서 요구사항을 건의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할지 아니면 지금까지 대학가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제기를 할지 고민했다.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결과 문제제기 이후 후속조치로 요구사항을 건의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한 학기 동안 대학에서 성차별을 겪었던 사례들을 모으고 분류해 수집한 문제들을 바꾸려고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먼저 보여주려고 했다.

 

- 역차별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에는 어떤 입장인지

  역차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들이 모순됐다고 생각한다. 청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은 남자의 얼굴이라 생각한다. 미성년자, 성인 등 청년 외에도 성 중립적인 단어들이 존재하는데 여성의 모습을 떠올리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산 지도 제작 등으로 미루어 보아 국가는 여성의 역할을 가정 내 재생산 역할만을 담당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성차별과 관련된 객관적인 지표만 봐도 역차별은 말이 안된다.

 

- 대학 내 성평등이 중요한 이유는

  대학은 단순히 고등학교 졸업 후 다음 단계가 아니다. 첫 발을 내딛는 장소라는 인식되고 있다. 또한 사회와 이어져 있으면서 대학에서 겪은 문화들은 직장의 문화와 비슷하기도 하다. 이어져 있다는 것은 대학의 변화가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학을 평등하게 바꿈으로 사회에 평등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가능하다.

  자신이 속한 집단이기 때문에 대학 내 성평등이 더욱 중요하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나누는 활동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비슷한 경험을 나누면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이런 생각은 용기를 준다. 이 용기는 후에 대학을 떠나 다른 집단에 속하게 되더라도 그 집단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