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처 “절차 안 밟은 팻말 설치 불허… 다양한 학내 구성원 의견 조율과 협의 필요해”

  ‘이화여대 친일청산 프로젝트 기획단’(기획단)이 추진한 김활란 박사 동상 옆 친일 행적 알림 팻말 설치가 난항을 겪고 있다.

  기획단과 학생처가 주고받은 공문을 확인한 결과, 기획단은 10월13일 학교에 팻말 설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묻는 공문을 보냈으나 학교 측은 규정에 따른 절차를 밟지 않은 공공물의 설치는 허가할 수 없다는 뜻을 10월23일 전했다.

  기획단이 설치하려는 알림 팻말은 임시 게시물이 아닌 영구 설치물이고, 이는 학칙 ‘건물 등의 명칭 부여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 규정의 절차를 따르지 않은 영구 설치물은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규정에 따르면 교내 영구설치물은 기획처의 발의와 건물명칭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건물명칭심의위원회는 관련 처장 외 이화역사관장, 학교법인 이화학당 사무국장, 그리고 총장이 지명하는 3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학생처 최성희 처장은 “교내에 영구적 공공물을 설치할 때 규정에 정해진 절차를 따르지 않는다면 각종 설치물이 캠퍼스에 난립하는 것을 방지할 방법이 없다”라며 “캠퍼스는 재학생뿐 아니라 교직원과 22만 동문의 공동 자산이므로 영구 설치물의 디자인과 내용은 대다수가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하기에 다양한 이화 구성원들의 의견 조율과 협의 과정을 거치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단은 정어진(역교·16)씨가 친일 인사의 동상이 교내에 설치된 데 문제를 제기하며 올해 초 출범했다. 기획단은 올해 3월부터 팻말 제작을 위한 이화인 천 명의 서명과 모금을 진행했고 7개월 만에 목표치를 달성해 본격적으로 팻말을 제작하고 설치를 앞두고 있었다.  

  알림 팻말 설치에 대한 학교의 입장을 묻는 말에 최 처장은 “작년 4월 교내 주요 건물 및 동(석)상에 안내판을 부착했지만, 김활란 동상의 현판은 최종적으로 설치하지 않았다”며 “상반된 역사적 평가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쪽으로든 일면적으로 규정해 영구히 못 박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획단은 이와 같은 학교의 답변에 유감을 표했다. 기획단 운영팀은 “학교 측에 공문을 보낸 것은 절차상 교내 설치가 가능한지를 물어봄과 동시에 학교의 입장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라며 “학생처는 절차상의 문제일 뿐 팻말 내용이나 팻말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고 했지만, 학교 측에서도 김활란의 친일 행적을 알리는 팻말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면 이에 대한 추가적인 입장과 행동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단은 학교 측의 명확한 입장을 확인하고, 친일행적 알림 팻말을 무사히 설치하고자 총장과의 공개면담도 요청했다. 공개면담이 성사되면 애초 계획했던 8일(수) 오후4시에 공개면담을 진행하고, 13일(월)에는 기획단의 마지막 공식 활동인 팻말 제막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획단 운영팀은 “면담에서 팻말 설치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총장님께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며 “김활란 동상이 철거될 때까지 팻말을 세워 업적 아래 가려진 친일 행적을 알리겠다는 궁극적인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획단과의 협력 의사를 밝힌 총학생회는 “학교가 단순히 규정상의 이유로 팻말 설치를 불허하기 전에, 많은 이화인이 동참한 프로젝트인 만큼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기획단과 함께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 소통하는 중이며 이번 주 내로 학교 측에 알림 팻말 설치를 위한 협조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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