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한글코드 조합형으로 정착해야
표류하는 한글코드 조합형으로 정착해야
  • 이대학보
  • 승인 1991.0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제이후 그칠날없던 한글수난의 역사는 외세의 풍파로 얼룩진 우리나라 역사의 단면이기도 하다.

창제당시 한자에 밀려 뒷전에 제쳐진 것을 비롯, 일제시대에 이어 오늘날까지도 끊임없는 외풍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최첨단 과학기술의 산물이라는 컴퓨터까지 이에 가세해서 한글을 위협하고 있다.

과학문명의 이기는 우리에게 컴퓨터라는 도구를 가져다 주었지만, 표준으로 정해진 컴퓨터에서 구현할 수 있는 한글은 총 1만1천 1백72자 중 20%에 불과한 2천 3백 50자로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현행 한글코드가 일본이나 대만의 한자문화권에 있는 나라들처럼 완성형코드를 따르기 때문인데, 가장 과학적임을 자랑하던 한글이 완성형코드 도입으로 원칙도 규칙도 없는 가장 비과학적인 그림으로 전락해 버린것이다.

완성형 코드의 문제점 완성형 코드는 초성, 중성, 종성의 구분없이 사용빈도수가 많은 한글음절에 코드값을 배열해 한글을 상형문자화한 것이다.

그로인해 제기된 완성형 코드의 첫번째 문제점이 바로 올바른 국어표현의 제약이다.

방언이나 의성어의 일부를 비롯해 고어는 물론 흔히 쓰이는 「또ㅁ방각하」란 단어조차 「또ㅁ」자가 없어 컴퓨터에 입력할수 없는 실정이다.

두번째는 인쇄문화발전의 저해이다.

출판업계에서 확산조짐을 보이고있는 전산사식기에 10만자당 1자꼴, 즉 신문 1면당 1글자가 표현이 안될뿐아니라 용비어천가, 훈민정음등도 컴퓨터에 의한 구현이 불가능하다.

세번째, 인공지능 분야에서 한글활용이 갖는 어려움이다.

이는 완성형코드에선 음소 분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문자·음성인식등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개발에 조합형이 훨씬 유리하다.

네번째, 정보교환용이라는 완성형 한글코드가 오히려 정보교환에 장애가 되고있다.

백과사전 국어사전등을 모두 데이타베이스로 구축하여 단말기를 통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2350자밖에 표현할수 없는 완성형한글로는 이것이 불가능 할수 밖에 없다.

단순히 몇몇 전문가의 기기가 아니라 각종 문서와 논문은 물론 일기와 편지까지 컴퓨터로 작성하는 오늘날, 컴퓨터에서의 올바른 한글 구현을 위한 표준코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한글코드는 표준코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문자 상황에 적합한 조합형코드 이에 반해, 조합형코드는 글자를 초성·중성·종성으로 조합해 만드는 한글의 원리를 따르고 있어 우리문자상황에 더욱 적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현행한글코드는 과학기술이 일부의 이익과 불합리한 과학기술정책과정으로 인해 일반인들의 편의와 요구를 무시하게된 또하나의 실패작에 불과하다.

이는 현행 완성형 한글코드의 채택경로만 보더라도 명확히 드러난다.

87년 표준한글코드 제정시 상황을 보면, 2바이트코드체계에서 완성형코드는 모두 일본에서 개발하거나 기술제휴한 6개기종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국한된 반면, 조합형은 모두 국내에서 개발·생산된 19개 기종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국제규격의 수용이라는 기본방침, 당시 일부 대기업의 완성형코드 사용이 국내 한글코드사용 현황과 한글의 구성원리를 망각하고 완성형코드가 채택되는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이다.

모순된 정부의 과학 정책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87년 제정이후 매달 잡지와 신문에서 현행 한글코드의 문제점과 올바른 코드개정을 촉구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따. 그러자, 정부에서는 89년 3월에 「현행 한글코드가 빠진 글자가 많고 사용하기에 불편하므로 90년말까지 새롭게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 그러나, 이제와서 정부가 내놓은 개정방안은 국제표준규격을 준사한다는 원칙에따라 현재 완성형코드의 뼈대를 그대로 유지한채 표현 못하는 글자일부만을 보완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결국 근본적인 해결없이 국제표준규격을 정부 스스로 무시하는 자기모순으로, 일단 한번 제정된 것은 어쨌든 그대로 고수해야한다는 권위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즉, 87년 당시의 무책임한 한글코드선정과 이번 개정시안의 내용을 볼때, 한글코드의 무네작 기술적 어려움이나 이용의 불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문제의 근원을 인정하고 시정하려는 태가 결여된 정책적인 결과인것이다.

이번에 조합형 한글코드로 개정하게되더라도 지금까지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등을 새로운 한글코드에 맞춰 수정해야하는 등 큰 진통이 예상되기는 한, 최근 컴퓨터보급이 확대되고 정보화의 진행이 가속화됨에따라 코드개정은 더욱더 시급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조직적 대응의 필요성 대두 이에따라, 조직적대응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제기된 것이 한국과학기술청년회 산하 「한글전산화연구회」를 중심으로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의 구성움직임이다.

컴퓨터관력 학회·정보산업단체·대학컴퓨터동아리·한글관련학회등으로 구성될 공대위는 지속적인 서명운동·청원등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 정부의 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또한 바람직한 조합형 한글코드연구에 대한 지원활동으로, 올바른 한글구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한다.

「제2의 훈민정음 창제」로 일컬어지고있는 한글코드표중화사업이 올바로 자리매김하기위해서는 보다많은 이들의 하나된 목소리로, 소모적인 「실랑이」를 하루속히 매듭지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