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애인과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남자를 만날 기회가 없지는 않았지만 (누구에게 로맨틱한 감정으로 끌려본 적이 없으니 사실 나의 지향성을 단언할 수는 없지만), 여태까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그런 일이 있었는데 정말 그 사람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단 말이야?”, “그런 상황에서 설레지 않았단 말이야?”라는 말을 자주 들었었고, 그냥 이런 나를 받아들이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렇게 생겨 먹었다는 이유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어진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적이 없는 나는 살면서 계속 ‘솔로’였다. 한국에서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은 “솔로야? 어떡해~ 빨리 연애해!”, “왜 연애 안 해?”와 같이, 왜 연애를 하지 않냐며,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연애 하라는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연애를 하지 않는 나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하고,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이 나의 외모 때문 아니냐며 외모에 대한 평가를 당하기도 한다. 때로는 어떤 깊은 사연의 주인공으로 오해받아 동정의 눈빛을 받기도 한다. 슬픈 것은, 나는 이러한 평가나 시선들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고, 가끔은 내가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나 인기 같은 것으로 나를 증명하려 애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나를 증명해 보이려고 할 때 오만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내가 행복하더라도, 연애하지 않는 나는 행복하지 않은 것인가’, ‘연애라는 것은 사람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는가’, ‘사랑을 못 하는 내가 정말 이상한 걸까’, ‘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주변의 시선 때문에 나도 모르게 애쓰려고 할 때에도 나는 알고 있다. 스스로의 가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 세우는 것임을, 그리고 그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닌 나는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이런 생각들에 이르면 애쓰려는 내가 싫어져서 애쓰는 것을 관둔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말고 있는 나를 그대로 존중하기로 다짐한다.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은,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해서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한국에, 아니, 사실 멀리 찾을 필요도 없고 학교 안에도 분명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 없는 사람들, 그런 감정을 모르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힘든 것은,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솔로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들의 강요와 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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