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11.21 화 23:15
대동제, 기숙사
   
> 뉴스 > 여론·칼럼 > 칼럼
       
느린 땅에서 한국의 빠름을 되돌아 보다
Nhl 응용과학대(Nhl applied science homeschool)
2017년 11월 06일 (월) 노희진(기독・14) -

  두려움이 앞서 섣불리 마음 놓고 즐길 수 없었던 낯선 땅에서의 학기 초를 지나 어느덧 학기 중반에 들어섰다. 이곳 네덜란드에서 2개월이 좀 넘는 지난 시간 동안 뭘 느꼈나 생각해보니 유럽의 복지, 학생들의 열정 부족, 인종차별, 문화 차이 등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학기의 반 이상을 열람실에서 보내야 했던 6학기를 잠시 내려둔 채 쉼을 위해 이곳에 왔던 것 치고는 이미 꽤나 많은 것을 얻었다.

  여유를 바라고 오긴 했지만 늘 열심히 사는 습관이 몸에 밴 나로서는 한없이 느린 이 대륙이 처음엔 낯설기만 했다. 복지 순위도 높고 행복 순위도 높다는 이 나라에는 한가지 부족한 게 있다. 섬세함이 부족했다. 효율도 낮았고, 체계도 부족해 보였다. 잠시 거쳐 갈 장소에서 도착한 지 채 몇 주도 되지 않아 느꼈던 불편함이다. 높은 효율, 어딜 가나 존재하는 섬세한 디테일, 체계적인 시스템. 늘 ‘빨리빨리’를 외치던 내가 단순히 느린 체계에 불평을 늘어놓으며 한국의 높은 효율에서 비롯되는 고차원적 시스템에 향수를 느끼는 와중에 어느 순간, 원인 모를 불편함이 고개를 든다. 나는 왜 불편한가. 세계적인 순위를 자랑하는 한국의 그 높은 효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국경을 넘는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들은 6시간 남짓 되는 거리에도 교대로 운전한다. 기숙사 옆 건물은 내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공사 중이었는데 아마 내가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안 끝날 것 같다. 근무시간이 지나면 어떤 요청이 들어와도 ‘off duty’ 표시만을 가리킨다. 메일을 보내도 마찬가지. 갑질이나 돈질이 통할 리 만무한 이곳은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 임금 착취가 발생하는 대한민국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내가 고효율과 ‘빨리빨리’ 국민성에 젖어 드는 동안 얼마나 많은 노동 착취를 간접적으로 행해왔는지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모든 것이 여유로운 이 나라에서 내가 쉽게 여유를 찾지 못했던 것은 타지에 와서야 비로소 내가 서 있었던 땅의 현실을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유롭지 못한 내 마음은 우리나라와 너무나 대비되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종종 발견되곤 했다. 학점 경쟁을 해볼 일도 없는 유럽 애들과 이야기할 때 그랬고 아빠의 육아 날을 정해놓은 네덜란드의 육아 방식을 들었을 때 그랬다. 노인들 역시 높은 복지 효과를 누릴 수 있었고, 따라서 자기는 부모님의 노후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네덜란드 친구의 말. 방금 읊은 몇 가지 조건만 있어도 한국에서 하는 걱정들의 반 이상이 싹 사라질 수 있었다. 경쟁에 치일 일이 없어서 열정을 덜 보여도, 독박 육아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되는, 자신의 최소한의 권리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는 이 나라 사람들이 부러웠다. 어쩌면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는 노력조차 필요하지 않은 곳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딜 가나 수준 낮은 사람들은 존재했다. 거리 한복판에서 나를 깔보는 눈빛과 함께 ‘니하오’를 외치며 달려오는 사람에게 조용히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굳이 수준의 높낮음을 매긴다면 대한민국보단 네덜란드가 높은 편에 속하지 않을까 매번 생각한다.

ⓒ 이대학보(http://inews.ewha.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졸업 앞둔 조예대생, “멀쩡한 재봉틀
“시설 개선・장부 공개
사람의 손이 닿아 사라진 것들을 추억
“비혼, 그것이 궁금합니다”… ‘비비
마지막 사시에 본교생 5명 합격
뷰티, 그 애증의 코르셋에 대하여
“구성원 동의 없인 해외센터 추진 안
학생회 선거 한 달 앞두고… 사회대
[제50대 총학생회 후보 인터뷰] “
구글 지원 팁을 알려드릴게요!
신문사소개 기자소개 사칙ㆍ윤리강령 광고안내 구독신청 기사제보 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이대학보(ECC B217)
Tel. 편집실 3277-4541, 4542, 4543. 사무실 3277-3166, 316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화경
Copyright 1999~2009 이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akbo@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