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5시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학교 운영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총장과의 공개면담’이 진행됐다. 이날 공개면담은 김혜숙 총장과 주요 부처가 운영 정책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학생 자유 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총장 “대학평의원회 학생 의원 2명으로”

등록금 사용 내역 공개… 재무처장 “노력해보겠다”

 

  현 총장과 학생의 첫 공식 소통의 자리로 총장과의 공개면담(공개면담)이 진행됐다.

  등록금 내역 공개 및 장학금 제도 개선, 고시반 지원 확대 등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다양한 사항을 논의한 이번 면담은 20일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개최됐으며 약 400명(학생처 추산)의 학생이 참석했다. 총학생회(총학)는 500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공개면담은 민주 정책, 재정 정책, 수업 정책, 대외 정책, 생활 정책, 자치 정책 분야로 나눠 논의가 진행됐다. 김혜숙 총장은 민주 정책 부문을 발표했고 그 외 5개 정책은 담당 처장들이 한 분야씩 맡아 설명했다.

 

민주 정책, 대학평의원회(평의원회) 및 등록심의위원회(등심위) 개선 논의

  민주 정책분야에서는 평의원회, 등심위 개선 등 학내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김 총장은 “학생들의 의견에 최대한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며, 어떤 이야기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며 민주적 소통의 의지를 밝혔다.

  평의원회 구성비율도 주요 쟁점이었다. 학생들은 학생 평의원 수를 늘려달라 요구했고 김 총장은 2인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평의원회는 교원 4인, 직원 2인, 학생 1인, 동문 1인, 기타 2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한 학생은 학생 평의원을 3명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학생 의원을 추가하면 교원, 동창 등 다른 단위에서도 인원 확충을 요구할 수 있다”며 3인 이상은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한 그는 “이 숫자도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도 없다”며 “목표를 100% 달성하는 것보다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심위 개선 논의에서 학생들은 등심위에 참여하는 외부전문가를 학생 측에서 추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등심위는 교직원 6인, 학생 6인, 외부전문가 1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외부전문가는 학교 측에서 추천해서 결정하고 있다.

김 총장은 “교육 규정에 의하면 외부전문가는 학교와 관련 없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며 “어느 한쪽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사람으로 정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정 정책, 등록금 내역 공개 및 장학금 제도 확대 요구 이어져

  재정 정책 중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등록금 사용 내역 공개 여부였다.

  한 학생은 조형예술대학의 열악한 상황을 예시로 들며 자신의 등록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등록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학생들의 의구심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류한영 재무처장은 “예산 내역을 담은 회계장부는 본교 홈페이지에 다 공개돼 있다”며 그 이상의 공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후 우지수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은 상세 내역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등록금 사용 내역 공개를 주장했다. 그는 “숭실대는 회계자료를 낼 때 유도부가 목욕탕을 몇 명이 몇 번 갔는지까지 공개한다”며 “이 정도까지 알려줘서 학생들의 의문이 해소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 재무처장은 “공개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학생들의 요구 수준에 최대한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적립금 축적 여부 및 사용 내역에 대한 질문에 류 재무처장은 사용 가능한 기금이 제한돼 있음을 밝혔다.

  그는 “본교에 약 6900억의 기금이 있으며, 이 기금을 쌓기 위해서 학생들의 등록금을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며 “이것은 선배가 후배를 위해서 쌓아놓은 기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이 기금 중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약 30억이고, 이 이상을 쓰려면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 학생은 “학생들은 등록금 2000억을 내는데 왜 6900억 중 30억밖에 지원 못 받고 이런 대접을 받아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반박했다. 류 재무처장은 “기금을 쓰게 되면 후속 세대에 부담을 지워야 하니 이에 합의해야 한다”며 “오늘 결론을 내기보다는 구성원 전체의 논의사항으로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2015학년도부터 폐지된 성적우수2장학금(우수2)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최성희 학생처장은 “복지장학금을 확대하는 것이 사회적 흐름”이라며 “이에 따라 우수2를 폐지하고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 학생은 우수2는 복지 장학금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수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최 학생처장은 “2018년부터 절대평가를 확대하게 되면 성적이 전체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우수2를 다시 복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수2 학생에게 경제적 보상보다 성적우수 상장을 수여하거나 학생 기록에 해당 사실을 남기는 방식의 명예 포상 수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정책, 취업 관련 시스템 개선 요구

  대외정책 부문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가 오간 주제는 ‘고시반 지원’이었다. 학생들은 고시반 지원 확대를 요구했고 학교 측은 이에 난색을 표했다.

  경력개발센터 강민아 원장은 수험공부 환경 개선 요구에 대해 “행정고시반의 경우 책걸상이 너무 낮다는 의견이 있어 더 큰 것으로 교체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책걸상을 큰 것으로 바꾸면 한 반의 수용 좌석이 줄어들게 되고, 추가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며 “공간 지원이 확보돼야 실현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공개면담에 참여한 한 학생은 “타대처럼 인터넷강의비용, 책값 지원 등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늘려주기 바란다”며 고시반의 지원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 학생처장은 “국가고시에만 지급되던 장려금을 공인회계사 시험(CPA), 기술고시 등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지급조건도 학점 3.0점 이상에서 2.0점 이상으로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시를 준비하지 않는 학생도 있기 때문에 고시준비생만 지원할 수 없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고시반 지원 확대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한편 그는 미래설계장학금 등 고시 준비 여부와 상관없이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많이 활용해주길 당부했다.

 

수업·생활·자치 정책에서도 개선 방향 발표해

  학생들이 관심이 높았던 입결 및 홍보 개선, 성적평가 방식 변화 등도 논의됐다.

  학생들은 “입학처에서 오르비, 수만휘 등의 입시 사이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와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이윤진 입학처장은 “온라인 모니터링 담당자를 지정해 입시 사이트를 보고 관련 내용을 수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공주복 교무처장은 성적 평가 방식 개선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S/U 교과목을 확대하고, 교수자율평가 실시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무처장은 “강의를 개설할 때 교과목의 특성에 대한 교수들의 의견을 받아 S/U 방식을 확대할 것”이며, “교수 자율로 등급별 인원을 정해서 평가할 수 있는 교수자율평가를 2018학년도부터 시범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정책에 대해 토론했지만 학생들은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학생은 “이런 간담회를 몇 차례 열었는데 항상 학교 측은 살펴보겠다, 노력해보겠다고만 대답한다”며 “학생 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또한 학생들은 문제점을 제기하는 질의들에 박수를 보내며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끝까지 공개면담에 함께 했던 김지원(언론·14)씨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구체적 계획을 말하기보다 다른 부처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불필요한 변명들로 답을 대신해 답답했다”며 “학교가 이 자리를 형식적인 답변을 내놓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내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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