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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성들의 삶,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북한 여성들의 실상 다룬 책 3권
2017년 09월 25일 (월) 한채영 기자 gkscodud57@ewhain.net

  “여자는 남자와 똑같은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지닌다. 국가는 산전산후 휴가의 보장, 여러 어린이를 가진 어머니를 위한 노동시간의 단축, 산원, 탁아소와 유치원의 망의 확장, 그 밖의 시책을 통하여 어머니와 어린이를 특별히 보호한다, 국가는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할 온갖 조건을 지어준다.”

  ‘여권이 높은 선진국의 법 조항인가?’ 위 문장을 처음 본 당신은 이렇게 추측할지도 모른다. 놀랍게도 이 조항은 1992년 개정 북한 헌법 제76조에 규정된 남녀평등 관련 조항이다.

  과연 북한 여성의 삶은 법에 실린 문자 그대로일까. 북한 내 성차별 철폐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으며, 여성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가. 북한 여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싶은 당신을 위해 북한 여권 실상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책 세 권을 소개한다.

 

   
 
  ▲ 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강영현 조교  
 

  김석향 교수(북한학과)는 1946년 제정된 북한 남녀평등권 법령에 대해 많은 국내 여성학자들이 부러워했다고 말한다. 조항 그 자체만으로는 많은 여성들이 꿈꿔온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북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북한 내 여권이 번지르르한 법과 달리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북한 내에서 여성이란 ‘남성보다 값어치가 떨어지는’ 집단일 뿐이다.

“북한에는 도구적 인간관을 바탕으로 한 ‘사람값’이라는 말이 있어요. 사람을 값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가격표와 같은 개념이죠.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여자의 사람값은 남자의 반이라고 말해요.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와 국가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 여성은 사람값이 낮은 집단으로 분류되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여성해방’을 운운하며 모든 성평등을 이룩했다고 공식적으로 주장한다. 2014년 남녀평등권 법령 공표 68주년을 맞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남녀평등권 법령이 공표된 것을 두고 ‘여성들을 온갖 사회적 질곡과 불평등에서 해방한 역사적인 사변’이라며 ‘북한 여성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강조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과연 북한 여성들은 ‘잘’ 살고 있을까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북한이 주장하는 바와 달리, 북한 여성들이 ‘잘’ 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무엇을 포기하면서 사는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북한 내 여성 인권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탈북 여대생의 자전적 소설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은 이 막연한 생각에 생생한 경험을 덧붙여준다.

  저자이자 주인공인 박연미씨가 회고하는 북한에서의 유년기는 배고픔과 불안, 억압의 연속이다. 굶주림 외에도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많았다.

  ‘엄마 같은 계층에 속한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성적이 뛰어나 함흥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 허가를 받았다. 만약 선택권이 있었다면 엄마는 의사가 되었을 것이다.(p48)’

  ‘좋지 않은 성분(북한의 신분제도)’의 여성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한정적이었고,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삶의 개념은 꿈꿀 수조차 없었다. 힘없고 어린 소녀였던 당시의 저자에게 북한은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곳’이었다.

박씨는 병원에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몸으로 오로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탈북을 택한다. 탈북 과정에서 ‘북한 출신 여성’인 박씨의 시련은 계속됐다. 중국 인신매매 브로커에게 붙잡힌 것이다.

  ‘인신매매 브로커들은 성폭행범에 폭력배라 많은 여자들이 끔찍한 고통을 받았다..(중략)..나를 비롯한 탈북 소녀와 여성들이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야 했던 일을 생각하면 구역질이 날 것 같다.(p190)’

  ‘그 때의 나는 ‘존엄성’이라는 단어도 몰랐고 도덕의 개념조차 몰랐다. 다만 뭔가 이건 아니라는 느낌과 용납할 수 없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바로 그 때 내가 처한 상황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p209)’

인권에 대해 무지했음에도 불합리한 일을 겪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던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저자는 독자들에게 호소한다.

“북한 성인 여성과 10대 소녀들 중 70%는 범죄의 대상이 되거나 단돈 200달러에 팔려가고 있습니다..(중략)..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춰주어야 합니다.(p7~8)”

  박씨의 진술처럼 북한 여성 인권 문제는 심각한 수준임에도 아직까지 공론화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북한 연구의 80% 이상은 정치, 경제 분야에 치중돼 있고 사회 문제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마저도 주로 남성들이었기에 여성 문제가 중요하게 인식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북한 여성들의 삶은 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까

  「북한 녀자」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의 저자가 진술한 것처럼 북한 출신의 여성이 받는 대우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북한 남녀평등법에서는 ‘여성해방’을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가혹한 의무를 떠맡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한 채 강제로 가정과 직장에서 동시에 여러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인 저자는 이런 북한여성의 모순적인 삶에 대해 의문을 갖고, 15년간의 연구를 토대로 집필한 「북한 녀자」에서 그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힌다. 

  북한 여성들이 짊어지고 있는 이중역할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북한 정권은 사회주의적 근대를 추진하면서 국가와 여성의 공동운명체 이데올로기를 형성했으며, 여성에게 ‘혁신적 노동자-혁명적 어머니’라는 규율을 강제했다. 이 여성관이 북한 여성의 국민화 모델이며, 전통과의 갈등 및 접목 과정을 거쳐 전체 북한여성에게 작용하였다.(p58)’

  전통적으로 여성의 역할이라고 여겨지는 가사와 양육은 그대로 여성 몫으로 남긴 채, 노동자 구실을 여성의 의무에 추가했다. 가족공동체 관리와 가사노동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정은 없었다. 단지 북한 여성들은 혁명적 노동자이자, 혁명의 어머니라는 이중 노동의 존재로 주체화될 뿐이었다.

  이렇게 여성이 버거운 짐을 지게 된 과정에 대해 저자는 역사적인 배경을 들어 설명한다.

  해방 후 북한은 소련군의 영향력 아래에서 식민체제 종식과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민족국가 건설과 여성해방 논리를 연결지어 여성을 ‘민족주의 국가건설의 주체’로 내세웠다. 여성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고, 남녀평등 정책을 내놓으며 전근대적 여성상에서 여성들을 해방시키는 것처럼 주민들을 선동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끝에 여성이 얻은 것은 ‘혁신적 노동자’와 ‘혁명적 어머니’로서 이중착취당하는 가혹한 굴레뿐이었다.

 

무심한 당신, ‘인간이고 싶다’는 그들의 절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간이고 싶다」

  2009년 미국 워싱턴(Washington) D.C.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탈북 여성 방미선씨는 “북한 여성들이 중국에서 짐승처럼 팔려 다니지 않도록 해 달라. 감옥에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지 않도록 국제사회에서 떠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인간이고 싶다」는 이러한 북한여성들의 호소를 녹여낸 김혜숙씨의 자전 소설이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인간이고 싶다’고 간절히 외치던 북한 여성들과, 그 처참한 유린의 현장을 직접 보고 겪은 경험자의 증언을 모든 페이지에 빼곡히 담았다.

  이야기는 중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지내던 주인공 설아가 자신의 조국인 북한으로 끌려가는 상황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가 처음 끌려간 곳은 신의주 월경자 집결소 감옥으로, 그곳은 인간이기를 포기해야만 버틸 수 있는 산지옥이었다.

  저자는 설아의 눈을 빌려 감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 수감자들을 낱낱이 묘사한다. 작중 탈북 여성들은 소지하고 있던 돈을 보위부(북한 비밀경찰 및 정보기관) 검사에서 들키지 않기 위해 성기 깊숙이 넣어 숨긴다. 이에 보위부는 몸에 숨겨져 있는 돈을 샅샅이 찾아낸다. 대변 검사부터 자궁 안 검사까지. 결국 설아도, 함께 북송당한 16살 소녀마저도 보위부의 검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북한 보위부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강제 낙태와 구타, 열악한 위생 환경에 의한 질병은 여성 수감자의 삶에 깊게 뿌리내렸다. 수감돼 있는 12살 어린이를 조사를 명목으로 성폭행하는 것은 예삿일도 아니었다.

  보위부와 같은 정부 기관에서 이런 일이 만연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김석향 교수는 북한의 폐쇄적인 정치체제를 꼽았다. 김 교수는 “실제로 감옥과 같은 특수한 장소를 포함한 북한 사회 곳곳에서 여성 대상 성범죄는 만연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것이 범죄라는 인식도, 제재할만한 수단도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북한 당국은 체제에 해가 되는 내용은 기록물로 남기지 않기에 성범죄를 기록한 자료가 거의 없어 공론화가 어렵다. 게다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인권유린이 당연시되는 사회이기도 하다. 

  성범죄에 쉽게 노출된 감옥 안 여성들은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에 의해 ‘인간답게 살’ 인간의 권리를 무참히 말살당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들을 인간으로 취급해주지 않는 그들에 맞서, 인간으로 남기 위해 발버둥 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뿐이었다.

김 교수는 북한 여성의 열악한 상황을 공론화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북한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는 언제나 민감한 사안 혹은 경계의 대상이지만 이런 모습이 북한의 전부는 아니다”며 “북한 또한 특별히 다른 사회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북한의 여성 문제도 많은 이가 관심을 갖고 문제 제기를 통해 사회적으로 의제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책 소개

1.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박연미 저 / 정지현 역 / 21세기 북스 출판 / 2015년

  이 책에는 그녀가 직접 보고 경험한 북한의 참상에서부터 인권유린에 노출된 탈북자의 처참한 삶, 인권운동가가 되기까지 23년 동안의 고된 여정이 기록돼 있다. 같은 한반도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로지 악몽 같던 그곳을 벗어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만이 소리 없는 외침을 이어가고 있다. 책의 저자인 탈북 여대생 박연미씨가 그렇다. 그녀는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을 통해 독재 정권에 세뇌당해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과 인신매매, 감금, 폭력 등 인권유린에 노출된 탈북자들의 실상을 알리고자 한다.

 

 

 

2.「북한 녀자」

박영자 저 / 앨피 출판 / 2017년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인 저자의 오랜 의문과 그에 관한 연구의 성과를 담아낸 ‘북한 젠더사’에 관한 책이다. 북한 체제와 젠더사 연구자로서 북한 탈북민을 만날 기회가 비교적 많은 저자는 탈북 여성을 만날 때마다 특히 놀란다고 한다. 한 번은 그 강한 자기주장과 억척같은 생활력에, 또 한 번은 가정이나 지역으로 돌아갔을 때 보이는 그 순종적인 모습에. 일할 때는 억척스럽고, 남편이나 국가 앞에서는 순종적인 모순된 태도의 연원은 어디일까? 이 글은 한반도에 거주하는 우리의 또 다른 반쪽에 대한, 오래됐으나 아무도 속 시원히 답해 주지 않은 의문에서 출발했다.

 

 

 

3.「인간이고 싶다」

김혜숙 저 / 에세이(ESSAY) 출판 / 2009년        

  지옥과도 같았던 북한의 수용소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여성 탈북민 김혜숙 씨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김정일 독재의 비인간성과 반인민성을 가장 진실하고 양심적으로 실증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과 탈북자들의 삶이 갈피갈피 새겨진 한 인간의 처절한 이야기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역사의 기록이다. 시대의 아픔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꼭 한번 읽어 봐야 할 책이다. 개인적인 체험과 뼈아픈 느낌을 생생하게 그려낸 만큼 북한 주민들의 삶과 고통에 무지한 이들과 수난당하는 탈북자들의 인권의 절박함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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