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용기가 당신에게 또 다른 용기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나는 7월부터 학생상담을 시작했다. 굳이 숨기려 노력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공개적인 지면에 털어놓으려니 머뭇거리게 되는 건 사실이다.

  처음 상담을 시작했을 때, 학생문화관에 들어서기 전까지 혹여나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봐, 상담 선생님이 하는 말에 상처 입을까 걱정돼 몇 번이나 돌아가려 했다. 상담 일지를 적는 선생님 앞에서 젖은 휴지를 꽉 쥐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때까지도 나는 ‘상담’이라는 단어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을지 모른다.

상담센터를 방문했을 때 혹시 내가 비정상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나약한 사람이 된 것 같아 평소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었던 학생문화관이 낯설게 느껴졌다.

  상담에 대한 두려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라졌다. 담당 선생님을 배정받기 전 심리 검사를 위해 별도로 마련된 방에 들어섰을 때 독서실 책상에 앉아있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보며 남모를 위안을 얻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를 익명의 다수가 한 공간에 앉아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려 찾아왔다는 게 그때의 나에겐 이상한 위로가 됐다.

  약 3개월간의 상담을 진행하면서 상담 선생님께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샘씨의 마음은 어때요’였다. 내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도 ‘그 사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요’ 하며 어떻게든 타인을 이해하려 애쓰곤 했는데, 내 감정을 묻는 말은 남이 아닌 스스로의 감정에 집중해야 함을 상기시킨다.

  현재의 내가 겪고 있는 외로움이나 부담감이 누구나 다 겪는 성장통일 뿐이라며 모른척했던 지난날이 무색하게, 상담을 진행할수록 마음의 상처가 꽤 깊고 오래됐음을 알았다. 혼자 있는 건 싫지만 같이 있으면 피곤하고, 복잡한 생각을 잊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지만, 집에 들어서는 순간 온몸의 힘이 풀리는 일들은 결코 체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을 혼자 있게 되면 지나친 우울함에 사로잡혀 현재의 내가 겪는 모든 어려움이 전적으로 내 탓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여 몸도 마음도 지쳤음을 그때야 알았다.

  상담은 매주 1회씩 이뤄지는데, 함께 있던 지인들이 어디 가느냐고 묻곤 한다. 이전의 나라면 또 다른 친구를 만난다거나, 도서관에 간다는 핑계를 댔겠지만 첫날 심리 검사 장소에 들어선 이후에는 상담센터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부끄러워하거나 숨길 일도 아니며 다른 누군가도 나만큼, 어쩌면 나보다 더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만약 지금 나의 상태와 상담 사실을 알리고, 차후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과거의 나처럼 ‘상담’이라는 단어에 막연한 거부감,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제 겨우 내 감정의 출발점을 찾았을 뿐이다. 이어진 길을 따라 오랫동안 걸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길의 끝에 온전해진 내가 있길 바라고 또 그 모습이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로 다가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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