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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깨달은 이화의 ‘자유’
2017년 09월 25일 (월) 윤주원(심리・15) -

여대여서 겁났던 나

이화에서 느낀 암묵적 배려

눈치 볼 필요 없는 자유

 

  난 지금 3학년 2학기째 이화여대를 다니고 있다. 입학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친구와 만나기 전 시간이 비어서 잠을 자기로 했다. 포스코관 3층 정수기 쪽 의자는 5시 이후로는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다.

  사실, 내가 직접 그 자리에서 자는 것은 처음이었다. 늘 누군가가 거기에서 자는 것을 보기만 했었다. 직접 누워보니 조용하고 아늑했다.

  문득 이화에 처음 왔을 때가 떠올랐다. 난 언제나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대가 겁이 났다. 난 여중 여고를 졸업했고, 같은 여자들의 시선에 민감했다. 혹시나 쟤가 날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내 뒷담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 늘 웃는 얼굴로 대했다. 난 누구에게도 욕먹지 않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이대에 와서도 난 나를 포장했다. 팀플이든 수업이든, 되도록 튀지 않게 중간만 할 생각이었다. 중간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눈치를 봤다.

  내가 포스코관에 늘어져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새내기 때 난 항상 포스코관에서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늦은 오후에는 꼭 한두 명씩 그 자리에서 자고 있었다. 그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학교가 집도 아니고, 보는 눈도 많은데 저렇게 자도 되나? 하고 생각했다. 정작 거기서 자던 사람들은 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난 이화의 '자유'를 알기 시작했다. 마음대로 입고 올 자유. 생얼에 씻지 않고 와도 욕먹지 않을 자유. 팀플에서 의견을 제시해도 눈치 보지 않을 자유. 스스로를 가둬놨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소소한 자유들이 쌓이다 보니, 6학기째 이화에 몸담은 나는 포스코관에 늘어져서 신발을 벗고, 옷을 아무렇게나 깔고, 읽던 학보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잔다. 그래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무관심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이것은 암묵적인 배려이자 이대생을 위한 자유다. 졸리면 아무 데서나 잘 수 있는 자유. 남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이화. 가을바람을 맞으면서 멍하니 누워있다 문득 졸업하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 새내기 때는 이화가 재미없어서 정을 붙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곧 재미없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본모습을 감추고 살았으니 재미없을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깨달은 이화의 자유가 아쉬워졌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짧은 시간이지만, 이제라도 자유를 누려야겠다. 나 말고 다른 많은 학생들도 이 자유를 느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이대생이 개인주의적이라고 말한다. 난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굳이 바꾸자면 개인'존중'적이다. 이화는 개인이 남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도록 한다. 그것이 자랑이자 행복이다. 그렇게 이화에서 나는 진정 자유로운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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