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시절 겪은 첫사랑

비 오는 날 떠오르는 추억

습관이 된 편지의 기억

 

  제 전공이 전공인 만큼, 저는 이화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주로 장래 진로와 희망, 직업, 취업준비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우리 20대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이 ‘커리어’에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국 20대 때의-어쩌면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서-가장 큰 화두는 ‘사랑’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만큼 가장 가슴이 절절하고 들끓었을 때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의 제 심정과 그때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글이 있어서 이화의 학생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마 여러분도 이러한 사랑과 이별을 경험할 테죠? 이미 경험했거나…

  20여 년 전에 만난 첫사랑이 15년전에 보냈던 일기식의 편지입니다.

 

[Rainy day

  인사동 찻집에 들어가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 한개피와 국화차에

  아무 생각없이 비오는 인사동 길을 응시하며 허전함을 채워야 했던 젊은 날이 있었다.

 

  그때가 그립다거나 그때의 담배 한개피가 절실한 지금이 아니다.

  왜인지 모를 "왜"라는 단어가 끝없이 내 머리속을 맴돌던 그때가...

  비가오면 왜인지 모를 허전함에 가끔 쓸쓸하기만 했다.

 

  지금도 그때도 왜인지 모를 허전함은 외로움도 고독함도 아니었다.

 

  친구를 만나고 함께 얘기를 나누고 싶던 것처럼 비 오는 날 찻집 창가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연기 사이로 보이는 비 오는 날의 풍경은 일상 속의 또 다른 행복이었다.

  알 수 없던 그런 내 마음에 위로가 되었던 것은 단순히 빗소리였다.

 

  쓸쓸했으나 살아오며 한번도 지겹지 않았던 이 비처럼...

 

  그대 역시 이 비처럼 쓸쓸하겠지만 지겹지는 않을 것이란 것을...

  내가 왜 그대를 사랑했는지 모르는 것처럼...

  그대 목소리 하나면 좋기만 했던 그때처럼...

  다른 이유는 없었다.

 

  이유가 없었기에 난 그대를 그토록 사랑할 수 있었다.]

 

  이 편지를 읽기 전에는 비를 싫어하는 편이었습니다. 땅도 질척해지고 다니기에도 불편하고 여러 가지 냄새와 등등. 그러나 이후로 아주 좋아하게 됐죠. 특히 비가 오면 커피와 차를 마시는게 좋아지고 빗소리가 자장가 같아서 커피를 마시고 낮잠을 자게 된다던 모순 같던 그 사람의 말이 지금은 저에게도 똑같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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