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단 대학(Fudan University)

  ‘상해를 내 동네로 만들기’, ‘중국어만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화 실력 늘리기’. 상해에 있는 기간 ­­동안 꼭 이루겠다고 다짐한 두 가지 목표와 함께 지난 7일부터 나의 중국 생활이 시작되었다.

  첫 외국 생활에 대한 기대감만 가득 안고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내 눈 앞에 닥친 것은 상상 속 삶과 달리 하루하루가 실전인 삶이었다. 당장 밥 한 끼 제대로 챙겨먹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버스를 타는 것도 무서워 한국에선 절대 걸어 다니지 않을 정도의 거리도 묵묵히 걸어 다니기 일쑤였다. 그나마 나을 거라 믿었던 학교생활은 더 했다. 수업은 이미 본과 학생들로 가득 차 남은 자리가 많지 않았고, 첫날부터 교수님들께 증원을 부탁드리러 다니기 바빴다. 대화조차 쉽지 않은 중국에서 증원 신청을 하려니 몇 배로 힘이 드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상하이를 ‘내 동네’로 만들기는커녕, 학교조차 ‘내 학교’로 만들기 힘들 것 같았다.

  더 심한 문제는 외로움이었다. 야심찬 계획과 눈앞에 닥친 현실과의 괴리는 너무 컸다. 학교에서는 생각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이어가기가 힘들었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밤마다 할 게 없었다. 게다가 4개의 수업은 학생들끼리만 듣는지라 중국인보다 한국인을 접할 기회가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국인과 중국어, 중국 문화를 일상 속에 쉽게 녹여낼 수 없는 환경 또한 나의 외로움을 가중시킨 원인 중 하나였다. 그저 중국에 오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고 여겼던 내 머릿속은 자칫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 갈 수도 있겠다는 걱정으로 가득 찼다.

  그 때부터 친구와 직접 기회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학기 초인지라 교정에는 여러 부스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는 부족한 중국어 실력으로 부스의 설명을 알아듣기 위해 애썼고, 노력 끝에 학생회에 소속돼 유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중국 친구도 사귀었고, 그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따로 연락해서 만나고 놀기도 하며 중국어와 중국 문화에 우리를 노출시키게 되었다.

  상해를 내 동네로 만들기 위한 노력 또한 멈추지 않았다. 하루 종일 수업이 없는 화요일을 투어 날로 정해 직접 여행 일정을 짜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니 중국 문화와 중국어를 접하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그리고 주말에는 좀 더 멀리, 중국 곳곳을 여행하며 더 다양한 세상을 마주하려고 한다.

  첫 날 함께 와주셨던 홍석표 교수님께서 한국으로 돌아가실 때 해주신 말씀이 있다.

  “너희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왔다면, 이제는 거친 야생을 경험할 차례다.”

  이제 상해에 온지 3주차에 접어들었다. 첫 주보단 훨씬 편하고 익숙해졌지만, 아직은 야생 속에서 적응 중에 있다. 그리고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계속 야생에서만 머무르게 될지도 모른다. 더 큰 세상을 경험하고 배우러 온 만큼 대담하게 도전하고 부딪힐 것이다. 스스로 더 많은 걸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된 만큼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낸다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는 나의 ‘온실’이 된 상해를 떠나기 싫어 아쉬워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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