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동아리 ‘솔찬’ 조경림 회장 인터뷰 – 채식주의자에 대한 편견을 깨고 다양한 활동을 하다

▲ 채식 동아리 ‘솔찬’의 조경림 회장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대학가에 구제역, 살충제 계란 등으로 인한 불안과 동물의 권익(동물권)에 대한 관심으로 채식동아리가 등장하고 있다. 올해 3월,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본교에도 채식동아리 ‘솔찬’이 생겨났다.

솔찬은 단순히 개인의 선호가 아닌 동물권 보호의 연장선에서 채식을 지향한다. 채식과 거리가 멀었던 솔찬 조경림 회장 역시 비윤리적 축산환경을 인식한 후 채식을 시작하게 됐다. “다른 활동을 하던 중 비육식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을 통해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이를 반대하는 실천적 운동을 하고자 채식을 시작했죠.”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으로 채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조 회장은 채식주의의 동물권 지향성도 부각되길 바란다. 그는 동물권 향상을 위한 채식과 자기 몸을 위한 채식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동물권을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은 육식 중심 사회가 가지는 문제점과, 또 이로 인해 동물들이 입은 피해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어요.”

  조 회장은 교내 채식인끼리 연대할 수 있는 단체가 없다는 생각에 목소리를 내고자 솔찬을 조직했다. 현재 4명의 동아리원은 일주일에 한 번 채식・동물권 관련 서적을 읽고 토론하며 비건(Vegan) 식단을 만들어 함께 식사한다.

  채식 단계는 육류만 먹지 않는 페스코(Pesco), 계란・우유 등의 유제품만 허용하는 락토오보(Lacto-Ovo), 동물에서 나온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비건 등 매우 다양하다. 페스코로 채식을 시작한 조 회장은 현재 비건으로 나아가고 있다.

  “채식을 하며 계란이나 우유도 공장식 축산과 비슷한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요즘은 계란과 우유를 조금씩 줄여가며 비건을 지향하고 있어요. 그래서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었죠”

  하지만 본교 근처에서 비건을 위한 식당을 찾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교내에서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음식은 발견하기 어렵다. “이화사랑 김밥도 햄이 들어가 있어 채식주의자들이 먹기 힘들어요. 학교 차원에서 채식주의자 수요 조사 등이 이뤄진다면 좋을 것 같아요.”

  채식주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 없는 것도 불편하지만 더 힘든 점은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각이다. “채식한다고 했을 때 돌아오는 시선이 좋지만은 않아요. 무엇보다 채식하는 사람들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편식이 심해 과일, 밀가루, 고기밖에 안 먹었거든요. 그런데 채식을 시작하고 육류 대체 음식을 찾다 보니 오히려 편식도 거의 안 하게 됐어요.”

  그는 채식주의자는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다양한 채식 파티에 참여하고 있다. 채식주의자 청년 모임 ‘노티 비건즈(Naughty Vegans)’가 기획한 ‘비건 크루즈 나이트 파티’는 크루즈 위에서 비건 음식을 먹고 술도 마시며 즐길 수 있다. 이외에 ‘비건 페스티벌’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비건 페스티벌은 콩고기 등 비건 음식만 파는 채식주의자들의 축제예요. 동물 실험과 연관된 물건들을 지양하고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죠.”

  솔찬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채식주의와 관련한 활동을 활발히 펼치지는 못했다. 이에 대한 아쉬움으로 조 회장은 2학기에는 다양한 활동을 구상 중이다. “채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동네별 채식지도를 만들려고 해요. 채식 단계별로 식사가 가능한 식당을 알려주는 식으로요. 또한 야생조류 연구 동아리 ‘새랑’, 길고양이 공생 동아리 ‘이화냥이’처럼 교내에서 동물 보호 활동을 하는 동아리와 학내 동물권 세미나를 열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또한 그는 대학가 채식동아리 간의 연대활동을 꼭 진행하고 싶다고 한다. “대학가 채식동아리들이 조금씩 생겨나는 추세지만 대부분 초기 단계여서 별다른 연대 활동은 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차후 채식주의자 간 연대 활동은 꼭 진행할 계획이에요.”

조 회장은 재학생들이 채식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채식을 하지 않아도, 채식주의자들에게 정신적 지지를 보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채식과 동물권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솔찬 회장이 추천하는 채식동물권 입문작

채식・동물권 책을 읽고 토의하는 솔찬이 재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과 영화가 있다. 동물권은 반려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 등 분야가 다양하기에 관심 있는 분야의 서적부터 읽을 것을 추천한다.

 

「동물해방」 

피터 싱어(Peter Singer) / 연암서가 출판 / 2012

윤리적 차원에서 육식주의의 문제를 짚고 공장식 축산이 동물, 인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통계로 보여준다. 저자는 동물들이 이용되는 실험실과 공장식 농장이 동물들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동물 학대로 이어지는 종 차별주의 사고의 그릇됨을 보여준다.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멜라니 조이(Melanie Joy) / 모멘토 출판 / 2011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전제 아래 먹을 수 있는 동물과 먹을 수 없는 동물은 어떻게 구분되는지와 같은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또한 저자는 ‘육식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사례 및 연구 결과를 자신의 주장 근거로 든다.

 

「동물의 역습」

마크 롤랜즈(Mark Rowlands) / 달팽이 출판 / 2004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 관한 책으로 동물을 해치는 행위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의 여가생활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동물원, 사냥, 애완동물 사육 등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알아보는 책이다.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2014)

주인공이 농장 돼지와의 만남을 계기로 동물에 정이 들고 농장의 이면을 알게 돼 그동안 먹던 육식을 더는 마음 편히 먹을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음식을 고를 때마다 딜레마에 빠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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