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딸들을 위한 안내서 세 권

▲ 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강영현 조교

 

당신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생각만 해도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람? 혹은 정신적·물리적으로 나를 위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만 하는 사람?

성인이 된 딸은 엄마와 생각보다 자주 충돌한다. 그간 우리는 엄마를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이해하고 존경해야만 하는 ‘특정한 틀 속의 대상’으로 대해왔다.

동시에 엄마는 자식이 성장하며 자신의 품을 벗어나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대상이 아들이 아닌 딸일 때, 엄마가 받는 충격은 더 크다.

딸은 부모를 살갑게 챙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물론 엄마는 나를 낳아 길러준 감사한 존재다. 하지만 신격화되고 부풀려진 모성 이데올로기는 모녀 모두를 힘들게 한다.

엄마와 딸’이라는 기형적인 심리적 구조에서 탈피해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자 노력하는 딸들을 위한 책 세권을 소개한다.

 

  정다은(화학신소재·16)씨는 작년 7월 한 달간 엄마와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엄마는 프랑스의 첫 여행지였던 마르세유(Marseille)에서부터 계속해서 이전에 다녀온 여행지 얘기를 늘어놓았다. 이어진 이야기들은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불평으로 끝이 났다. 마르세유 여행을 가장 기대했던 정씨는 기분이 상했다.

  엄마의 행동에 화가 난 정씨는 순간적으로 엄마가 밉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엄마에게 밉다는 말을 써도 될지 한참 고민했다. 정씨에게 엄마는 ‘절대 미워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종종 서로를 감정적으로 할퀴고 상처 입혔다.

  꽤 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맴도는 질문이 있다. ‘엄마가 미웠던 경험은 나에게만 있을까? 엄마를 미워한다는 것이 인간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나는 잠깐이라도 엄마를 미워해도 되는 걸까?’

 

엄마가 미운 순간, 나에게만 있는 경험일까?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정씨의 질문에 대한 답을 쥐고 있다. “엄마와 딸 사이의 갈등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덧붙여, “딸은 그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엄마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p.37)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루이는 서른 셋 직장인이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의 관계에 지쳤던 그는 취직과 동시에 독립했다. 하지만 정신적 홀로서기는 실패했다. 엄마를 만날 때면 마음이 무겁고, 엄마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와 있으면 숨이 턱 막혔다.

책은 루이가 그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들의 조언을 통해 성숙해지는 과정을 담았다. 각 챕터의 끝에는 루이의 일화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가정 심리상담 전문가 노부타 사요코의 칼럼이 실려 있다.

  루이는 혼자 있을 때도 언제나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고, 엄마의 말 한마디에 우울해지며, 자기혐오에 빠진다. 어느 날, 루이는 자상한 엄마를 둬 어릴적부터 부러워했던 친구 사키를 만나 엄마에 대한 자신의 기분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사키의 답은 예상 밖이었다.

  “결국 우리 엄마도 똑같았어.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인생을 살게 하고 싶어했던 거지”(「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p.78), “나는 부모님한테 인정받으려고 줄곧 ‘착한 딸’로 살아왔는데 부모님이 하는 요구는 끝이 없었어”(「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p.86) 사키는 원하던 남자와 결혼했으나 엄마의 성화에 식은 올리지 못했다. 모녀간의 위태로운 갈등의 골은 루이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었던 것이다.

  노부타씨는 “엄마는 딸의 영역을 자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가 ‘딸의 행복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반면, “딸은 자기영역의 주도권을 쥔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엄마와 딸의 양립할 수 없는 사고의 충돌이 단순한 기분이나 감정의 문제를 넘어선 사고관의 문제”라는 것이다.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p.130)

 

엄마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과연 제가 엄마 마음에 들 날이 올까요」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현대사회에서 딸과 엄마와의 갈등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여성들에게 만연한 문제임을 말한다. 가치관의 충돌로 발생하는 엄마와의 갈등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과연 제가 엄마 마음에 들 날이 올까요」는 엄마와의 문제를 엄마 탓으로 돌리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저자 캐릴 맥브라이드(Karyl McBride)는 “많은 여성들이 거짓된 가면을 써서라도 가족은 긍정적으로 바라봐야한다고 세뇌됐다”고 말했다. 이에 “자신의 진짜 감정을 인정하고 가치를 부여해 자신의 모습을 건강하고 진실한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덧붙였다. (「과연 제가 엄마 마음에 들 날이 올까요), p.8)

  이 책은 가족 심리 상담사인 저자가 만난 수많은 여성이 엄마와 갈등을 겪은 사례를 소개한다. 엄마와의 관계를 견디기 힘들어 아예 관계를 끊어버렸다는 체리스에게 저자는 “상처가 그대로 있는데 물리적으로만 거리를 두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가벼운 관계’를 유지”할 것을 조언한다. (「과연 제가 엄마 마음에 들 날이 올까요), p.246)

  저자가 말한 ‘가벼운 관계’란 “심리적으로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으면서 심각하지 않고, 선을 넘지 않는 가벼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엄마와 완전히 관계를 끊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엄마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여성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된다”고 덧붙였다. (「과연 제가 엄마 마음에 들 날이 올까요), p.247)

  또한, “엄마가 어떻게 당신을 생각하든, 당신의 행동에 어떤 느낌을 받든 그건 엄마의 문제”라며 “엄마의 감정을 당신이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태도를 끝까지 관철시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엄마와 거리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엄마가 보이는 서운함에도 온건히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이 정신적 독립에 큰 역할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과연 제가 엄마 마음에 들 날이 올까요), p.251)

  하지만 맥브라이드씨는 “상처가 아예 없었던 것처럼 완치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한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가 엄마와의 뒤틀린 관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상처를 어루만져 치료하는 것”이라고도 귀띔한다. 이 관계 개선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엄마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의 생기를 되찾는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과연 제가 엄마 마음에 들 날이 올까요」, p.184)

 

엄마와 내가 심리적 균형을 찾은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시즈코상」

  「과연 제가 엄마 마음에 들 날이 올까요」는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는 깨끗이 완치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아문 상처 위로 새살이 돋아날 수 있을까? 일평생 엄마에게 정신적 학대를 받고 자라온 사람도 엄마와 심리적 균형을 이룰 수 있을까? 어머니에게서 받은 숱한 상처에도 심리적 균형을 이뤄낸 딸의 이야기를 담은 「시즈코상」에서 그 과정을 앞서 겪은 사람의 일생을 엿볼 수 있다.

  「시즈코상」은 저자이자 주인공인 사노 요코가 암이 전이돼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직후, 생을 마감하며 쓴 책이다. 자신의 마음이 후련해지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는 이 책에는 엄마의 학대를 견뎌온 평생의 기억이 담담하고 자세하게 서술돼 있다. (「시즈코상), p.242)

  요코의 엄마는 일흔이 넘어 치매에 걸린다. 치매 병원에서 지내는 엄마는 요코가 “엄마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싫어했던” 과거 모습과 거리가 멀다. 요코의 오빠 대신 요코가 죽어야했다고 말하거나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그녀를 밭에 던졌던 엄마는 그곳에 없었다. 그 무렵의 엄마는 “평생분의 ‘고맙다’와 ‘미안하다’를 쏟아내는” 조그만 할머니일 뿐이다. (「시즈코상」, p.215)

  엄마가 치매에 걸려 꽤 많은 것을 잊어버린 후에야 요코는 엄마와 자신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는 “반평생동안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는 특별히 친밀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이가 좋지 않은 모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엄마와의 관계를 ‘자신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한걸음 떨어져 균형감 있게 바라보는 것이다. (「시즈코상), p.197)

요코는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엄마를 한 명의 인간으로 여기게 된다. 그는 “엄마는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파란만장한 삶을 강하게 살아냈다”며 “다소 거칠었는지 모르지만 엄마는 잘 살아냈다”고 이야기한다. 마음속에 간직했던 이상적인 엄마상에서 동떨어진 자신의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시즈코상), p.235)

 

책 소개

 

「과연 제가 엄마 마음에 들 날이 올까요」

캐릴 맥브라이드 지음 / 이현정 옮김

오리진하우스 / 2011년 출간

  약 20년간 결혼·가족 상담사로 활동해온 캐릴 맥브라이드(Karyl McBride)의 「과연 제가 엄마 마음에 들 날이 올까요」는 엄마와의 갈등 등을 통해 상처받은 여성들을 위해 저술됐다. 상처에 신음하는 여성들과의 풍부한 상담 경험을 통해 우리 삶을 망치는 나르시시스트 엄마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엄마의 나르시시즘이 우리 삶에 준 영향력을 설명하면서, 그가 던진 부정적 메시지가 단단히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살펴본다. 특히 엄마가 사랑을 주지 못한 이유를 이해하도록 이끌고 있다. 나아가 엄마와 자신 사이에 건강한 경계선을 설정함으로써 진정한 삶의 주인이 돼 정체성을 되찾도록 인도한다.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아사쿠라 마유미 , 노부타 사요코 지음 / 김윤경 옮김

북라이프 / 2017년 출간

  ‘착한 딸’이라는 굴레에 갇힌 수많은 여성들은 가족과 자신을 분리하지 못해 힘겨워 했다. 특히 엄마의 희생이 요구되는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엄마들은 딸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대신 살아 줄 것을 요구한다.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엄마와 갈등을 겪고 있는 수많은 착한 딸들에게 가족에서 벗어나 나답게 살아 갈 것을 제안하는 책이다. 어린 시절 엄마의 갖은 간섭과 구박에 시달려 온 루이는 엄마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러다 ‘그린그레이’라는 패션업체의 프로모션을 맡으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만나게 되고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엄마와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하며 진정한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시즈코상」

사노 요코 지음 / 윤성원 옮김

이레 / 2010년 출간

  일본의 그림책 작가 사노 요코가 일흔의 나이에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그려낸 자전적 에세이. 120만 부가 팔린 저자의 대표작 「백만 번 산 고양이」를 비롯한 여러 그림책에서 사랑을 통한 ‘구원’에 관해 자주 말해왔던 저자는 이 책에서 지나칠 만큼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어머니를 그려낸다.?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어머니와 자기 사이에 있었던 사실을 가감 없이 묘사한다. 일생 동안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악의나 사념을 배제하고 어머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시종일관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암에 걸려 있는 자신의 이야기까지도 무겁지 않게 담아낸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