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제 논의 전에 문제의 본질 파악해 여성 건강권 보장해야

  여성의 약 80%가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가 건강을 위협하고 있었다는 발표는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놀랄 일은 아니다. 이는 이미 여성들의 경험적인 논의에서 흔히 제기되던 의심이다. 처음 생리대 파동이 일었을 때, 충격적인 반응보다는 ‘역시나’하는 여론이 우세했던 까닭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공론화 전부터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하고 나서 생리양과 기간이 현저히 줄었다는 증언이 적지 않았다. 의심이 때늦은 확신으로 변한 것 말고는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

  파동 이후 대체제로 면생리대, 탐폰, 생리컵 등이 논의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대체제들이 일회용 생리대의 편리함과 접근성까지는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면생리대는 생리의 불편함을 온전히 사용자에게 전가시킨다. 일일이 빨아 써야 하며, 바깥에 오래 있을 경우에는 오염된 생리대를 들고 다녀야 한다. 탐폰은 소비자의 유해물질 불안을 온전히 종식시키지 못한다. 탐폰 역시 일회용 생리대를 제조한 회사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편리성과 유해물질로부터의 안전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생리컵은 접근성이 부족하다.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도 않았고, 국민에게 노출된 정보량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젊은 세대가 아니라면 생리컵의 존재도 알기 어렵다. 더욱이 질 내부에 무언가를 삽입한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정서가 팽배하기 때문에 생리컵을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이들도 많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성의 여성혐오적 관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대체제를 논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생리대 파동이 여성에게 주는 의미는 ‘생리대가 유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차원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의 건강에 대해 개인과 사회, 정부 중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는 배신감에 가깝다. 여성을 ‘애 낳는 기계’, 혹은 자궁 취급할 줄만 알았지, 그 이전에 보장됐어야 할 건강권은 정작 어느 쪽의 관심사도 아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슈의 당사자인 여성들조차도 생리대 파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생리주기에 이상이 생겼을 때 스스로의 건강관리 탓을 해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안전을 이유로 생리컵 수입을 미루고 있는 와중에, 가장 보편적이고 접근성이 뛰어난 생리대가 숨겨왔던 유해성은 아무도 확인할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문제가 대두된 지금도 식약처는 “지나치게 우려하기보다는 위해평가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경각심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발표를 했다. 발표가 나기 이전까지 80%의 여성들은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생리대를 계속 착용하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사건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한 국가의 대처방안과 비교돼 더욱 실망감을 낳는다. 전수검사, 환수 등 발빠른 대처와 달리, 생리대 파동에 대한 대처는 안일하기까지 하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김만구 강원대 교수·여성환경연대를 공방하는 모양새는 대처보다 자기방어에 급급한 태도로 느껴진다. 임신가능성을 지닌 여성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권리는 언제쯤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아득함마저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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