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왜’ 하는가

기본적이지만 어려운 질문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사는 길

 

  이번 가을을 맞아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다시 돌아온 나는 복학생이다. 오랜만에 학교에 오니 아직 좋기만 하다. 아름다운 학교 캠퍼스에서 반가운 친구들과 수업을 듣는 것은 꽤 낭만적인 일로 느껴진다. 졸업한다면, 이러한 사소한 일상들이 그립겠지. 하지만 휴학 전 학교생활은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든 암흑기였다.

  힘들었던 이유는 딱 한 가지, 나는 나를 몰랐다. 고등학생 때는 크면 나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될 줄 알았다. 대학교 가서 원하는 공부를 깊이 있게 배우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은 눈치 없이 빠르게 흘러 다 컸다고 하는 나이인데도 나는 여전히 내가 어려웠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떠한 일을 하고 싶은지 답할 수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대학교 공부, 친구 만나기, 대외활동 등도 좋지만 나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휴학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또래 친구들보다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무서웠고,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막막했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나를 짓눌렀다. 휴학한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러한 감정을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거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외국에서는 ‘gap year’라고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쉬는 휴식기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던데 왜 나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 중 꿈꾸는 자가 적을까. 왜 우리는 자신에 대해 모를까. 왜 우리는 한 학기 휴학에도 이리 불안감을 느낄까.

  생각해보니 우리는 항상 경쟁 속에서 바쁘게 살아왔고, 삶의 여유를 갖는 것은 일종의 사치라고 느꼈던 것 같다. 부지런하게 살아야 성공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휴식, 노는 것’은 나중에 여유로울 때 해도 되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생 중에서 정말 대학교만 다니는 학생들은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건, 대외활동을 하건, 외국어 공부를 하건 항상 무엇을 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것은 훌륭하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주변 친구들만 봐도 비슷한 고민을 가진 청년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을 ‘왜’하는지에 대해 곰곰이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어떨까? ‘나는 이 공부를 왜 하고 있는가, 나는 이 활동을 왜 하고 있는가, 나는 이 직업을 왜 꿈꾸는가, 내가 살고 싶은 삶은 무엇인가?’ 와 같은 기본적이지만 답하기 어려운 것에 대해서 계속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했던 활동들이 방향을 잃어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는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바쁜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마음의 휴식을 가지며 ‘나’를 천천히 알아간다면, 더욱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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