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하는 영화 취향이 뚜렷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면, 나는 우디앨런(Woody Allen)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밋밋한 스토리와 뻔한 전개. ‘매직 인 더 문라이트(Magic in the Moonlight)’를 제외한 그의 영화 대부분은 깊은 이야기는 없고 2~30년대 재즈에만 초점을 맞추어 놓은 것이 너무 진부하다고 생각해왔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불편하게 한 것은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낭만적인 ‘몽상가’와 속세에 찌든 ‘사회인’ 사이의 대립이다.

  그는 대개 낭만에 취한 감정적인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그리곤 하는데, 나에게 몽상가들이란 결국 세상에 어울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다. 나는 그들이 이상만을 좇고 세상과 양립하지 못하는 것을 ‘낭만적’ 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치부 시킨다고 생각해왔고, 단순히 시간 낭비인 일을 ‘예술’이라는 단어로 가장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는 ‘각박한’ 혹은 ‘낭만적이지 않은’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해준다. 사실, 대학생이라면 고등학생과 달리 진짜 자신의 꿈을 좇아 떠나고 이성이 아닌 감정에 의존할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20대의 청춘을 마음껏 누리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학생들에게는 진짜 여유가 없다. 교양 서적에 등장하는 터너 (J. M. W. Turner)의 그림은 그저 [영국의 ‘추상표현주의’의 걸작] 중 하나인 것이다. 그 누구도 그 그림을 보고 멀미를 하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오늘날 대학생들에게 낭만이란 사치고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사람의 모습은 ‘허세’일 뿐이다. 생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결과적으로 이룬 것은 없지만 꿈이 있는 사람은 미련하다는 인식만 자리잡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즉흥적으로,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주인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부러움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올해 대학에 입학해 벌써 한학기를 보내고 지적으로 성숙해졌다면, 방학 동안에는 다양한 경험과 여러 나라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감정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자신의 진짜 ‘꿈’을 꾸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되었고,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낭만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얼마전 우연히, 엄마가 다운받아 놓으신 우디앨런의 ‘미드 나잇 인 파리’를 다시 보게 됐다.

  “파리는 빗속이 제일 예쁘죠.”

  가브리엘의 대사가 어찌나 예쁘던지.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