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빌 컬리지(Maryville College)

  한 나라에서 살아본다는 것은 그 나라를 여행하는 것과는 꽤나 다른 것 같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온 지 약 3주가 지난 지금, 나는 매일같이 새로운 문화에 놀라고 익숙해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2년 전 미국을 여행할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미국에서 직접 살아가고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았다.

  먼저 미국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처음 만나는 친구들에게도 ‘Hi’, ‘Good morning’ 과 같은 가벼운 인사를 건넨다. 누구나 쉽게 친구가 되며, 낯선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잘 느끼지 않는 분위기이다. 처음 미국에 와서 이러한 문화를 몰랐을 때는 내게 인사하는지 모르고 지나친 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하곤 한다. 또한 한국에 있을 때 ‘혼밥’을 즐겨 해왔던 나는 미국에서도 역시 종종 혼자 밥을 먹으러 가곤 한다. 하지만 미국 학생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으면, 누군가 늘 옆자리에서 말을 건넨다. 이름, 전공, 사는 곳 등을 물어보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가끔은 Snapchat이나 Facebook 계정을 물어보기도 한다. 이후에 연락이 와서 같이 산책을 하거나 기숙사에 초대받아 방 구경을 한 적도 있다. 이러한 문화 덕분인지, 한국인이 거의 없는 시골 마을에 있어도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 않는다.

  수업에서도 미국의 분위기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교양 수업을 비교하자면, 대체로 한국은 PPT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설명식 대형 강의가 많다. 하지만, 이곳 메리빌 컬리지에서 내가 듣는 교양 수업들은 모두 30명 정원의 소수 강의이며, 읽기자료를 미리 읽고 와서 토론하는 식이다. 많은 학생들이 다리를 꼬거나 팔짱을 끼며 수업을 듣는데, 이는 전혀 예의 없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나 농담도 가볍게 던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평소 설명식 강의에 익숙해진 한국인이라면 조금 낯설 수 있지만,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기 때문에 이에 적응하는 것이 마냥 어렵지는 않다.

  평소 학생들은 주로 편한 스포츠 웨어를 입고 다니며, 화장을 하지 않고 다닌다. 공식적인 행사나 파티에 참석할 때만 드레스를 차려 입는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 입던 원피스나 스커트를 평소에 입고 다니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I love your dress!”와 같은 말을 자주 던진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원피스를 입은 날에 이런 말을 듣지 않으면 서운해지기도 한다.

  이외에도 건조대에 빨래를 널지 않고 항상 건조기를 이용하는 것, 음식물과 다른 쓰레기를 따로 분리수거하지 않고 함께 버리는 것, 그리고 여름 내내 밤새도록 에어컨을 끄지 않는 것까지… 일상에서도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앞으로 한 학기동안 경험하게 될 문화 차이는, 지난 3주간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많고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새로운 문화를 접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워간다.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교환학생을 생각하는 학생이 있다면, 이렇게 단순히 수업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넘어 새로운 문화의 매력을 느끼고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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