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길고양이 공식 캔따개, ‘이화냥이’ 밀착 취재

  교내 곳곳 화장실 문과 벽에 붙은 삐뚤빼뚤한 글씨의 벽보를 본 적이 있는가? ‘우리 벗들애개…’라는 서툰 한국말로 시작한 이 글은 길고양이의 공생을 위해 이화인의 행동을 촉구하는 ‘이화냥이’ 팸플릿이다. 교내 유일 길고양이 공생 동아리 이화냥이는 스스로를 고양이들의 ‘캔따개’라고 지칭하며 길고양이가 안전한 이화를 표방한다. 이화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길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조직된 신생 동아리 이화냥이를 8월 중 서면 인터뷰했다.

  이화냥이는 작년 11월 설립된 신생 동아리다. 동아리 설립 이전에도 교내 길고양이의 식사를 챙겨주는 이화인들이 있었으나, 산발적이고 특정 구역에서만 진행되던 활동이 체계화 된 것은 이화냥이 조직 이후부터다.

  이화냥이의 목표는 ‘공생’(共生)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공생이란 고양이들을 만지고, 귀여워만 하는 차원이 아니라 고양이의 생명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활동이다. “가정에서 기르는 고양이와 달리,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약 3~5년이에요. 인간 수명과 비교하자면 20살 전후의 어린 나이에 아사하거나 로드킬, 학대 등으로 사망하는 거죠. 이화에서만큼은 이런 일을 막고,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켜주고 싶었어요.”

  이화의 길냥이(길고양이)를 사랑하는 약 40명의 부원이 모인 이화냥이는 맘마팀, 인사팀, 홍보팀, 컨택팀, 짤랑팀으로 구성돼 있다. 고양이들의 식사 관리를 총괄하는 맘마팀, 카페 관리 및 신입 부원 모집 등을 담당하는 인사팀, SNS 관리와 홍보물을 제작하는 홍보팀, 학내·외 기관과의 컨택 및 TNR(Trap, Neuter, and Return: 포획 후 중성화 방생)을 맡고 있는 컨택팀, 마지막으로 예산안을 수립하고 물품을 관리하는 짤랑팀이다.

  이들은 길고양이 보호, 친목 도모 그리고 이화냥이 조직 체계화를 위해 활동한다. “길고양이 보호를 위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사료 급여 활동이에요. 뿐만 아니라 질병예방과 개체 수 조절을 위해 TNR, 급식소 설치, 구조 및 치료 활동도 진행 중이죠.”

  애묘인이라는 공통점으로 똘똘 뭉친 만큼, 동아리 내 친목 도모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길고양이 보호라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 이화 안에서 좋은 인연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화냥이의 목표 중 하나예요.”

  뿐만 아니라 이들은 이화냥이 조직을 체계화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화냥이의 중앙 동아리화, 담당 교수 섭외 등 학교의 협조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길고양이가 안전한 이화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모였지만 모든 활동이 순탄하고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덥고 습한 여름날에도, 쏟아지는 장대비에도 매일같이 사료를 주러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교내 모기들은 산모기인 경우가 많아 물리면 퉁퉁 부어오르기도 하고, 급식소 주변에는 벌레도 들끓기 때문에 활동이 쉽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깨끗하게 비운 그릇이나, 눈길에 찍힌 작은 발자국을 보면 마음이 사르르 녹아요.”

  이화냥이는 동아리원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구름이 긴급 구조 활동이 있다. 구름이는 이화냥이가 조직된 이후 처음으로 구조 활동을 펼친 고양이다. 올해 초 심한 구내염 증상으로 포획, 수술을 진행해야 했다. 3월23일 모금을 시작한지 엿새 만에 치료비 66만원이 넘게 모였다. 이화인 뿐 아니라 외부인들도 모금에 동참해 구름이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쳐 건강한 모습으로 교내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이화냥이는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통해 물품 지원을 받기도 해요. 동아리 초반부터 꾸준히 사료를 지원해주시는 벗, 교내 부처와의 연락을 주선해주신 교수님, 사료를 지원해주신 교수님 등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죠.”

  고양이를 사랑하면서도, 그들과 거리를 두려는 것은 길고양이의 안전을 위해서다. 길고양이가 인간과 지나치게 가까워질 경우 경계심이 사라져 나비탕(고양이탕) 업자, 고양이 혐오자에게도 접근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화냥이와 길고양이를 사랑해주는 이화인 여러분들께 감사하지만 길고양이들은 눈으로만 사랑해주시길 부탁드려요. 간혹 먹던 음식을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고양이 건강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한편 ‘빼꼼이’가 8월31일 오후 2시40분 경 ECC 동산에서 ECC Valley 4번 출구로 떨어져 큰 부상을 입었다. 이화냥이는 SNS로 사고 발생을 알리고, 긴급 모금을 진행했다. 1일 오전11시41분 1차 모금액이 모여 긴급모금은 중단됐고 빼꼼이는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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