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대신 따뜻한 말, 외모 강박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일

  본교는 재학생이나 졸업생이나 커뮤니티가 굉장히 활성화돼있는 학교 중 하나다. 학교에 대한 사랑 때문인지, 특별한 공동체의식 때문인지 모르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얼굴을 모르던 이들은 '벗'이 된다. 왜인지 오프라인에서 부르기 조금 어려운 호칭인 '벗'은 온라인에서 모두의 이름이 된다. 그리고 벗이란 이름 안에서 온갖 고민들을 함께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족갈등부터 연애, 종교, 기숙사 생활,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온라인 동아리를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주제의 게시판이 열려있다. 익명의 벗이 되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학교에 일이 생기면 '일상글 금지(학교에 관련한 내용의 게시글만 작성가능)', '말머리 달기 캠페인 (글 제목 앞에 경각심을 가져야할 학교 행사명을 붙이는 캠페인)’을 벌이며 학교의 일에 앞장서기도 한다. 이화라는 이름 안에서 만난 수많은 익명의 벗들은 이렇게 모였다 흩어지며 온라인에서 서로의 고민을 보듬는다. 그러나 벗들이 들어주지 않는 고민이 한 가지 있다.

  많은 이들이 고민하지만 스스로 고민하지 않기로, 또 서로 자제하기로 한 주제는, 바로 ‘외모스펙’이다. ‘여자 키 168에 54 괜찮나요?’ ‘저 보통인가요, 마름인가요?’ ‘얼마나 더 빼야 마름으로 갈 수 있을까요?’ 키와 몸무게에 대해 괜찮은지 묻는 이러한 글들은 누군가의 고민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키, 몸무게로 결정되는 외모 스펙에 대한 글이 많아질수록 우리 스스로의 외모강박은 심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무심코 게시판을 둘러보다가 키와 몸무게에 관한 글이 수시로 보인다면,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를 댓글로 계속 보게 된다면 말이다.

  이에 대한 하나의 자정작용으로 나타난 것이 ‘외모 관련 고민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외모 고민을 자제하고, 설사 외모스펙에 관한 글이 올라온다고 해도 평가 대신 따뜻한 말로 대신하자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외모 고민글이 많이 줄었지만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댓글로 ‘벗은 벗 자체로도 소중해.’ ‘벗 지금도 충분히 예뻐’ 같은 따뜻한 말로 평가를 대신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작은 변화이지만 한 명의 벗으로서 자랑스럽고 고맙다. 외모 강박이 만연한 사회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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