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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태기”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혼밥, 혼술, 혼영… 관계에 지친 나를 돌아보는 시간
2017년 08월 28일 (월) 이지은(국문·15) -

  식당에 혼자 들어가도 눈치 보이지 않는 시대가 왔다. 이름하여 “나홀로시대”. 혼자 여행을 가는 것은 물론 혼자 밥 먹는 “혼밥”,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영화를 보는 “혼영” 등 하고 싶은 것을 혼자 즐기는 홀로족은 이제 주변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해졌다. 흐름을 눈치 채고 기업에서 내 놓은 “홀로족”을 겨냥한 상품과 마케팅 전략들은 당연히 성공적이다.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에 맞게 등장한 『나 혼자 산다』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수많은 연예인들의 “혼자라이프”를 엿볼 수 있다. 필자만 해도 일주일에 2번 이상은 혼밥을 하며 혼영, 혼술 등 안 해본 것은 없다. 어떤 이유인지 혼자라는 사실은 더 이상 두렵지 않으며 왠지 모를 뿌듯함마저 느껴진다.

  혼밥을 즐기는 성인 남녀 1,8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 출판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6%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선택으로 모두 할 수 있기 때문”에 혼밥을 한다고 답하였다. 사실이다.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해방감을 안겨준다. “해방”이라는 단어는 억압된 사람들에게나 어울리지만 세상에는 오롯이 “자신의 선택”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또한 그것이 억압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자신들이 만든 사회에서 인간은 도태되고 있다. 그리고 그 사회를 따라가는 것이 이제는 버겁게만 느껴진다. 마음대로 놀 수도 없고, 원하는 공부를 할 수도 없으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는 더욱 어렵고, 심지어 결혼마저 양가의 결합이라는 이유로 당사자의 선택은 큰 의미가 없다. 이제는 외모도, 인성도 “실력”이라고 불린다.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어 현실에 안주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법만 배워가는 청춘들에게 “마음대로 메뉴를 선택할 자유”는 아주 작은 자유지만 필수적이다. 자기 결정권은 자존감과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위해 관계를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왜 우리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여야만 하는 것일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내가 아닌 사회가 요구하는 누군가가 되어가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난 후에, 다른 사람을 위해 쓸 에너지 따위는 남아있지 않다. 에너지가 없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이 흥미진진하고 즐거움이 넘치기는 힘들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이렇게 관계에 권태를 느끼게 되는 “관태기”가 온다. 남은 에너지와 시간은 인간관계보다는 수많은 의무들 아래에 잊혀진 “나”를 돌보는 데에 투자하고 싶다.

  사람들은 인생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우리 모두 밥이라도 맛있는 것으로 “선택”하여 먹자고 말한다. 이것이 얼마나 일시적인 대안인지 알면서도 우리는 오늘도 혼자서, 즐겁게, 맛집으로, 영화관으로 향한다. 다시 사회적인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잠깐의 혼자만의 시간에서라도 “나”를 만나야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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