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영된 JTBC <청춘시대>는 그간의 한국 드라마가 청춘을 전시해 온 방식과 달리, ‘우리 옆에 나란히 존재하는 사람들’을 등장시켜 큰 호응을 받았다.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은재(박혜수)부터, 등록금에서 생활비까지가 오로지 자신의 몫인 스물여덟의 졸업반 진명(한예리)까지, <청춘시대>의 등장인물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청춘이란 말로 쉬이 덜어낼 수 없는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시즌2가 나온 시점에 지난 드라마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까닭은, 진명의 출국으로 끝맺어지는 마지막 장면에 있다. 딛고 선 자리에서 감당해야 할 몫이 지나치게 컸던 진명은 다시금 삶을 버텨내기 위해 한 달여간의 여행을 결심한다.

   그렇게, 떠나는 진명의 체크인을 안내하던 두 항공사 직원은 부러운 듯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한 달이래, 부럽다.”

  “그러게 너도 부모 잘 만나지 그랬니.”

   작품은 자신을 두고 오가는 대화에 되레 미소를 띠며 출국장을 향하는 진명의 모습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진명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그녀는 불운으로 인한 불행을 오롯이 안고 사는 인물이다. 불운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오늘날의 수저론과 다름 아니며, 진명에게는 그로 인해 떠안게 된 불행을 막아낼 운이라는 방패가 주어지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결국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오늘날, 서로가 서로에게 타자일 수밖에 없는 자명한 사실을 간과하고 마는 순간에 대해, 거기에 불행한 우리가 너무 많다는 사실에 대해, 작품은 말하고 있다.

   방학이 되면 지인들의 SNS가 여행 사진으로 도배되는 광경을 줄곧 본다. 동시대를 사는 이십 대로서, 쉼 없이 알바를 전전하다 이국의 풍경으로 가득한 누군가의 피드를 목도할 때의 비참한 심정을 결코 모르지 않는다. 다만, 타인으로부터 온전한 이해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깨달은 진명의 미소를 목격한 후, 나는 비로소 “건강에도 나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의 파편에 불과한 모습을 관망하며 허락 없이 타인의 삶을 부풀리는 행위를 멈추게 된 것이다.

   앞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진명의 처지를 부연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대개 타인의 삶은 괄호 안의 내용이 생략된 채 비추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우리는 타인을 알지 못한다. 어쩌면 영원히. 그러므로, 이해라는 말로 결코 가닿지 못할 미지의 영역이 타인의 삶에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그 어떤 사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되뇔 때, 서로를 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당신과 내가 공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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