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포함한 전 구성원이 직선제 총장 선출에 참여해 자체 민주주의를 이뤄내며 8개월간의 긴 여정이 마무리됐다. 김혜숙 총장은 본교 개교 이래 전 구성원이 참여해 뽑은 첫 직선제 총장이다. 이에 본지는 최경희 전(前) 총장의 사퇴부터 김 총장이 당선될 때까지 본교가 밟아온 과정을 짚었다.

  △최 전 총장 사퇴 후 직선제 요구 시작

  작년 10월21일 최 전 총장의 사퇴서가 수리되고, 송덕수 학사부총장이 총장 대행직을 맡은 후 본격적으로 차기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회(이사회)는 작년 11월9일 ‘이사장의 편지’를 통해 교수평의회(교평)를 중심으로 제16대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총장선출 방식을 정하는 것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간선제를 고수할지 아니면 직선제를 도입할지를 두고 각 구성원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간선제를 고수하자는 구성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최 전 총장 사퇴 후 총장 선출 과정에 직선제를 요구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각 구성원의 의견 반영률을 높이고 총장 검증 과정을 도입해 총장의 대표성을 부여하는 방안으로 직선제가 논의됐다.

  △직선제 채택, 그러나 세부규정에는 반발

  작년 12월14일 교평 설립 후 1월6일 전체 교수회를 진행한 교평은 ‘제16대 총장후보자 선출 규정 및 절차에 관한 권고안’(권고안)을 작성해 이사회에 전달했다. 이사회는 이를 바탕으로 1월16일 ‘제16대 총장후보 추천에 관한 규정’(규정안)을 의결하고 차기 총장 선출 방식으로 직선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은 각자 다른 이유로 이사회의 규정안에 반발했다. 학생 측은 이사회가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규정안을 의결했으며 학생 투표 반영비율을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직원노동조합(노조) 측은 총장선출 제도 개선을 위한 절차와 결정 과정에 반발했다. 교평의 권고안이 학생과 직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1월20일부터 본관 앞에서 규정안에 반대하는 농성을 시작하기도 했다. 

  교평 측은 이사회가 의결한 규정안이 권고안을 사전 논의 없이 수정했다며 1월18일 교평 홈페이지에 반대 성명서를 올렸다. 교평은 이사회가 규정안에서 선거인 투표반영 비율을 수정했음에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학내 구성원의 뜻을 충실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4자 협의체 선거인 투표반영 비율 미합의

  구성원들이 반발하자 이사회는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총장 선출 규정안을 작성하기 위해 2월8일 4자 협의체를 조직했다. 각 구성원이 이사회 측에 쟁점 사항에 대한 의견을 합의해 제출하길 건의했고, 이사회의 동의하에 4자 협의체가 구성됐다. 4자 협의체에서는 ▲제16대 총장후보 추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구성방법 ▲선거권자의 범위 ▲선거인 투표 반영비율 ▲선거운동 방식 ▲피선거권자 자격제한 등에 대한 협의가 진행됐다. 

  4자 협의체 협의 중 합의점을 찾기 힘들었던 쟁점은 선거인 투표반영 비율이었다. 각 구성원은 협의 초반부터 선거인 투표반영 비율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특히 학생 측과 교평 측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학생 측은 교수와 직원 학생이 같은 비율로 의사가 동등하게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평 측은 이사회 규정안의 비율(교수 82.6%, 직원 9.9%, 학생 5%, 동창 2.5%)을 고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먼저 합의 여지를 보인 구성원은 노조 측이었다. 노조는 6차 회의 당시 제시했던 직원 비율 17~18%을 9차 회의 때 직원 비율 15% 이상으로 조정안을 제시했다. 학생 측은 3월29일 학생총회를 통해 재학생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사회에 비율 결정권이 넘어가는 것을 우려한 학생들에 의해 구성단위별 동등 비율에서 학생비율 확대로 수정됐다. 교평 측은 조정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합의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선거인 투표 반영비율은 끝내 구성단위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이사회로 결정권이 넘어갔다.

  △총장후보 추천에 관한 수정 개정안 발표

  이사회는 4월10일 진행된 14차 4자 협의체 회의를 마지막으로 4월14일 제16대 총장후보 추천에 관한 규정(규정 개정안)을 개정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끝난 선거인 투표 반영비율은 이사회에 의해 교수 77.5%, 직원 12%, 학생 8.5%, 동창 2%로 정해졌다. 

  이외에도 총장후보 입후보자(입후보자) 자격과 선거운동에 대한 규정이 개정됐고 선관위 구성이 정해졌다. 입후보자 자격은 개정 이전 ‘재직자로서 총장임기 중 정년에 달하지 않는 자’에서 ‘등록공고일 현재 본교 전임교원’으로 바뀌었다. 선거운동은 공용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하되 오프라인에서는 공용 벽보안을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선관위 조직 후 총장 선출 시작

  선관위 구성 후에는 총장후보 선출 방식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들이 선관위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회의에서는 투표 방식, 시간, 장소 등을 결정하고 벽보 부착 위치 등을 정했다. 입후보자는 8명이었다.

  전 구성원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제16대 총장후보 추천 선거 공용 홈페이지(my.ewha.ac.kr/election16)도 개설됐다. 공용 홈페이지에는 입후보자 소개와 소견발표, 입후보자 정책 토론회(토론회) 영상 등이 게재됐다. 이외에도 토론회 일시와 장소 안내, 투표 일시 및 장소 안내 등 구성원이 알아야 하는 일정들을 공지하거나 입후보자 사퇴 공고, 현장사전투표 현황 등도 알렸다. 

  토론회에서는 입후보자들에게 각 구성단위가 직접 질의할 수 있었다. 각 구성원  별로 질문지를 작성해 입후보자들에게 질의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물었다. 가장 많이 질의된 것은 투명성, 공정성 재고 방법과 소통 방식 등이었다. 

  투표는 현장사전투표, 1차 투표, 결선 투표로 3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현장사전투표와 1차 투표는 사퇴한 입후보자를 제외한 7인의 입후보자 중 다득표자 2인을 결정했고, 결정된 상위 2인의 입후보자를 두고 1위와 2위를 결정하는 결선 투표가 진행됐다.

  선관위는 26일 공용 홈페이지를 통해 제16대 총장으로 김혜숙 교수가 57.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음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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