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찾은 저널리즘 교육 현장

  언론인을 꿈꾸는 국내 학부생들을 학부 졸업 후 사설 기관에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을 따로 배우는 경우가 많다. 이 원인으로 학부 시절 이뤄지는 저널리즘 교육이 실습 수업보다 이론 수업에 치우쳐있다는 점,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대학보 기자 4명으로 이뤄진 ExPress팀은 학생처 학생지원팀에서 주최한 '2016학년도 해외탐사II(자기설계) 프로그램'을 통해 1월10일~1월21일 미국의 우수한 저널리즘 교육 환경을 살펴보기 위해 보스턴과 뉴욕을 방문했다.

 

  △실무 중심으로 진행되는 미국 저널리즘 수업

  선진적인 저널리즘 교육으로 유명한 미국에서는 예비 언론인을 어떤 방법으로 교육하고 있을까. 미국의 저널리즘 교육은 실무를 중시한다.

  보스턴의 에멀슨 컬리지(Emerson College) 저널리즘 부서 폴 니와(Paul Niwa) 학장은 미국 저널리즘 교육을 실용적이라고 평가했다. 폴 니와 학장은 “미국에서 사립학교는 공립학교에 비해 원하는 교육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며 “공립학교가 이론을 가르치고, 대규모 학생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의무가 있는 반면, 에멀슨 컬리지는 실습 위주의 교육을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멀슨 컬리지에서 이뤄지는 저널리즘 교육의 목표는 실무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실습수업은 전체 커리큘럼의 70~75%를 차지한다. 이론수업을 할 때에도 실용성을 중시한다. 에멀슨 컬리지에서 이론수업은 우수한 기사나 영상을 보고 장점을 찾아낸 후, 그 작품에 적용된 이론을 스스로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습수업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그렇다고 이론을 소홀히 여기진 않는다. 폴 니와 학장은 “이론이 없다면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이해할 수도 없고, 설령 작업물이 잘 완성됐다고 해도 거기에서 똑같은 질의 작품을 다시 만들 수 없다”며 이론수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뉴욕에서 방문한 뉴욕대(New York University)와 뉴욕시립대(City University of New York) 역시 실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 토크쇼 배경이 구비된 뉴욕대 스튜디오
▲ 워크숍 형태로 진행중인 뉴욕시립대 수업현장

  특히, 뉴욕시립대(City University of New York)의 저널리즘 스쿨 관계자들은 저널리즘 스쿨을 ‘전문가 양성 기관’이라고 정의하며 실습수업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시립대 저널리즘 스쿨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복도 곳곳에서 학생들이 카메라를 이용해 영상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뉴욕시립대 저널리즘 대학원 스테판 도어티(Stephen Dougherty) 학장은 “뉴욕시립대에서는 저널리즘의 역사나 철학, 정책 같은 이론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며 “오히려 최신 기구를 다루는 방법이나 기술 등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본교 저널리즘 교육은 이론 비중이 절반 이상

  현장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언론인을 양성하기 위해 실습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저널리즘 교육은 이론을 중요시 여긴다. 본교의 저널리즘 교육도 이론수업과 실습수업의 비율이 비슷하다. 

  본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할 수 있는 학과는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커미)다. 학생들은 저널리즘, 전략 커뮤니케이션, 디지털·영상미디어, 미디어 경영·법제, 자기 설계의 5개 트랙 중 원하는 트랙을 이수할 수 있다.

  저널리즘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전공필수 과목, 트랙 공통 기초·캡스톤 과목(트랙 공통 기초 과목)과 저널리즘 트랙 과목을 이수할 수 있다. 

  학부 측에서는 정확한 실습 과목 비중을 파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언론정보학과, 방송영상학과, 광고홍보학과가 통합돼 커미로 개편된 재작년 1학기부터 올해 1학기까지 개설 강의의 실습수업 비율을 직접 계산했다. 

  실습수업은 실습 위주의 과목이라고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비율이 50%이상인 과목으로 한정했고, 강의계획안에서 ‘실습/실험’ 비율을 참고했다. 강의계획안에 실습 비율이 명시되지 않은 과목은 평가 항목에서 과제 및 레포트, 기말, 중간 등의 평가 비율을 고려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퀴즈는 이론으로 계산했다. 과제 및 프로젝트는 과제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측정했다. 예를 들어, ‘저널리즘 비평’에서 비평하는 과제와 같이 수업에서 배운 바를 실제로 해보는 경우는 실습으로 계산했다. 

  재작년 1학기부터 올해 1학기까지 개설된 트랙 공통 기초 과목은 14과목이었다. 그 중 명확하게 실습 비율이 50%이상인 과목은 ‘현상과 의미’였다. 여기에 전공 필수 과목 3개를 고려하면 ‘미디어글쓰기와스피치’가 실습과목으로 추가된다. 이외의 과목은 실습이 0%나 10%였다. 저널리즘 트랙은 10과목이 개설됐는데, 그 중 강의계획안을 보고 명확히 실습 비율이 50% 이상이라고 볼 수 있는 과목은 6개였다. 

  커미 소속 ㄱ교수는 “커뮤니케이션·미디어라는 학문을 구성할 때에는 융합적인 인재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3개의 학과를 합쳤다”며 “그들이 공통적으로 들어야 하는 기초 과목은 이론일 수밖에 없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2학년 2학기부터 다양한 실습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실습을 하기 전 기반이 되는 이론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생들이 저널리즘 트랙 이수를 위해 수강해야 하는 과목은 트랙 공통 기초 과목과 저널리즘 트랙에서 각각 최소 6개다. 복수전공인 경우 이수할 학점이 낮아져 저널리즘 트랙 최소 3과목, 트랙 공통 기초 과목 최소 6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이론수업 개수를 보면, 트랙 공통 기초 과목은 13개, 저널리즘 트랙은 4개이므로 학생의 선택에 따라 실습수업을 단 한 과목도 듣지 않고 졸업할 수도 있다. 

  이재경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는 미국 저널리즘 스쿨의 교육 방식을 본교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외국 대학에서는 저널리즘 스쿨 형태로 교육이 진행돼 전공이 세분화돼 있지만 본교는 그렇지 않다”며 “미국 저널리즘 스쿨에 비교했을 때 본교에서 깊고 실용적인 교육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부터 촬영세트까지, 효과적 실습 위한 환경 마련돼

▲ 녹음을 위해 마련된 뉴욕대 라디오 스튜디오

  본교의 저널리즘 실습 환경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커미) 학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이화·포스코관 5층에는 서암영상제작센터, 디지털 사진 제작실 등 4개 이상의 실습실이 구비돼 있고, 실습실 및 준비된 기자재는 커미 학생 및 영상 제작 동아리 등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DSLR카메라 41대, 캠코더 약 60대를 비롯해 삼각대, 마이크 조명 등이 마련된 실습실은 사전에 예약하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스튜디오에는 뉴스를 진행할 수 있는 방송 세트와 Full HD 방송용 카메라 3대가 준비돼 있다. 이곳에서 녹화한 영상은 중앙저장장치에 자동으로 저장돼 부조정실과 편집실에서 편집할 수 있다. 

  모든 기자재는 매년 부족분을 조사해 추가로 구매하거나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서암영상제작센터가 처음 설립됐던 2002년에도 선진적인 시스템으로 시작했다. 장비의 노후화로 작년 여름 조명은 LED등으로 바꾸고 한 대 뿐이던 일반 카메라를 HD 방송용 카메라로 바꿨다. 각 카메라마다 출연자의 대사를 일러주는 프롬프터도 설치됐다. 

  스튜디오와 장비는 언론인 양성을 위한 비학위 과정을 제공하는 프론티어저널리즘스쿨, 영상 제작 동아리 등에서도 사용한다. 커미를 복수 전공하거나 부전공하는 학생 역시 실습수업을 수강하는 기간에 한해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방송 전문 인력인 이규현 연구원이 오전9시~오후5시 부조정실에 상주하며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카메라 조작법이나 실습실 이용 규칙을 교육한다.

  학생들의 수요에 비해 기자재가 부족하지 않냐는 물음에 이 연구원은 “‘방송뉴스제작’, ‘영상기획과연출’ 등 실습실과 실습 장비를 사용하는 수업의 과제가 몰리는 시험 기간은 기자재가 부족하기도 하다”며 “학생들이 예약하는 대로 장비를 제공하지만, 학점이 관련된 실습생을 먼저, 실적을 내야하는 동아리와 개인 사정으로 필요한 학생 순서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비가 부족해서 다른 학생들이 장비를 쓸 수 없는 기간은 길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미국의 저널리즘 실습 환경은 본교보다 잘 갖춰져 있을까. 실습수업이 중점적으로 이뤄지는 저널리즘 스쿨은 교내 시설을 넘어 학생 개인에게도 지원하고 있었다. 보스턴의 에멀슨 컬리지(Emerson College)는 모든 입학생에게 노트북과 카메라 등 방송 제작용 장비를 일괄 제공한다. 이는 학생들이 서로 다른 장비를 사용하면 과제를 수합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힐 때 어려울 수 있다는 배려에서 시작됐다. 모든 장비는 2년 단위로 교체된다. 

  강의실 구성도 본교와 차이가 크다. 본교는 일부 실습실에만 컴퓨터가 구비돼있고,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강의실의 비중이 크다. 반면 에멀슨 컬리지, 뉴욕시립대(City University of New York), 뉴욕대(New York University)는 이론수업이 적어 거의 모든 강의실이 소규모 강의실이며 컴퓨터도 충분히 마련돼 있었다.  

  에멀슨 컬리지는 개인 작업과 팀 프로젝트 모두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학생들은 강의실마다 마련된 15대의 컴퓨터로 개인 작업을 준비한다. 강의실 중앙에는 스크린이 있어 학생들이 함께 프로젝트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 이론수업은 한 수업 당 최대 35명, 실습수업은 그보다 적은 10~15명이 수업을 듣는다. 뉴욕대의 모든 강의실은 수용 인원이 최대 20명으로 대부분 15명이 강의를 듣는다. 이곳 역시 대부분의 강의실에 컴퓨터가 구비돼 있다. 

  뉴욕시립대는 대부분의 수업을 워크숍 형태로 진행해 한 수업에 최대 15명이 참여한다. 뉴욕시립대는 양질의 수업 환경을 위해 교수와 학생의 비율을 약 7대1로 유지한다. 강의실에는 컴퓨터가 있지만 개인 노트북을 사용하는 학생이 많아 전부 사용하고 있지는 않는다. 

  본교의 실습 환경이 스튜디오와 편집실, 컴퓨터실 등으로 구비돼 있다면, 미국은 보다 다양한 장비와 시설이 준비돼 있었다. 특히 스튜디오, 라디오 스튜디오, 개인 편집실 등 본교에는 없는 다양한 환경이 마련돼 있었다.

  스튜디오는 방송 제작을 위한 각 분야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전문적으로 구성돼 있다. 에멀슨 컬리지는 스튜디오 옆 컨트롤룸을 자동화했다. 학생들이 스토리텔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작 기술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컨트롤룸에서는 전문 카메라로 찍은 영상뿐만 아니라, 핸드폰으로 촬영한 영상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편집할 수 있다.

  컨트롤룸 바로 옆 스튜디오에는 뉴스 앵커 좌석과 토크쇼에서 사용되는 소파를 구비하고 있다. 프롬프터, 조명 등 충분한 기자재가 있어 학생은 오래 기다리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뉴스를 제작해볼 수 있다. 실제로 방문했던 스튜디오는 다양한 기자재가 있었음에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넓었고, 앵커 좌석도 세 명 이상이 여유롭게 앉을 수 있었다.

  뉴욕대는 라디오 스튜디오가 별도로 존재한다. 학교에 송출탑이 없어 영상을 바로 송출할 수는 없지만, 팟캐스트 형식으로 배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조용히 녹음할 수 있는 위스퍼룸(whisper room)도 있다. 또한, 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학생을 위해 개인 편집실도 마련했다. 긴 다큐멘터리는 편집하는 데만 3~4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상주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개인 편집실에서 작업한다. 

  학생들이 만든 TV 프로그램을 실제로 브라운관에 내보내기도 한다. 뉴욕시립대는 교내 스튜디오에서 학생들이 TV쇼를 제작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로 송출된다. 또한, ‘219’라는 강의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에피소드를 만들고 카메라와 프롬프터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경험한다. 

  뉴욕시립대의 실험실(laboratory)에서는 에디팅이 진행된다. ‘코치’라 불리는 각 기술의 전문가들이 대기하고 있어 언제든 자문을 구할 수 있다. 코치는 비디오, 저널리즘을 비롯해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코치 등 분야별로 10명 정도가 상주한다. 

  이 연구원은 미국 저널리즘 스쿨의 사례를 보며 본교의 환경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본교가 실습에 비중을 두지 않고 있지만, 실습으로 꿈을 찾는 학생을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 생활을 떠올려 보면 시립대학에 방송국이 보유돼 있어 실무를 더 실질적으로 배워볼 수 있었다”며 “그런 산학협력 시스템을 갖추면 교내에서도 더 창의적인 실습수업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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