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찾은 저널리즘 교육 현장

▲ 에멀슨 컬리지 Evolving Media Suite에서 촬영하는 모습을 재현중인 저널리즘 부서 Paul Niwa 학장

  본교의 저널리즘 실습 환경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커미) 학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이화·포스코관 5층에는 서암영상제작센터, 디지털 사진 제작실 등 4개 이상의 실습실이 구비돼 있고, 실습실 및 준비된 기자재는 커미 학생 및 영상 제작 동아리 등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DSLR카메라 41대, 캠코더 약 60대를 비롯해 삼각대, 마이크 조명 등이 마련된 실습실은 사전에 예약하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스튜디오에는 뉴스를 진행할 수 있는 방송 세트와 Full HD 방송용 카메라 3대가 준비돼 있다. 이곳에서 녹화한 영상은 중앙저장장치에 자동으로 저장돼 부조정실과 편집실에서 편집할 수 있다. 

  모든 기자재는 매년 부족분을 조사해 추가로 구매하거나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서암영상제작센터가 처음 설립됐던 2002년에도 선진적인 시스템으로 시작했다. 장비의 노후화로 작년 여름 조명은 LED등으로 바꾸고 한 대 뿐이던 일반 카메라를 HD 방송용 카메라로 바꿨다. 각 카메라마다 출연자의 대사를 일러주는 프롬프터도 설치됐다. 

  스튜디오와 장비는 언론인 양성을 위한 비학위 과정을 제공하는 프론티어저널리즘스쿨, 영상 제작 동아리 등에서도 사용한다. 커미를 복수 전공하거나 부전공하는 학생 역시 실습수업을 수강하는 기간에 한해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방송 전문 인력인 이규현 연구원이 오전9시~오후5시 부조정실에 상주하며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카메라 조작법이나 실습실 이용 규칙을 교육한다.

  학생들의 수요에 비해 기자재가 부족하지 않냐는 물음에 이 연구원은 “‘방송뉴스제작’, ‘영상기획과연출’ 등 실습실과 실습 장비를 사용하는 수업의 과제가 몰리는 시험 기간은 기자재가 부족하기도 하다”며 “학생들이 예약하는 대로 장비를 제공하지만, 학점이 관련된 실습생을 먼저, 실적을 내야하는 동아리와 개인 사정으로 필요한 학생 순서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비가 부족해서 다른 학생들이 장비를 쓸 수 없는 기간은 길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미국의 저널리즘 실습 환경은 본교보다 잘 갖춰져 있을까. 실습수업이 중점적으로 이뤄지는 저널리즘 스쿨은 교내 시설을 넘어 학생 개인에게도 지원하고 있었다. 보스턴의 에멀슨 컬리지(Emerson College)는 모든 입학생에게 노트북과 카메라 등 방송 제작용 장비를 일괄 제공한다. 이는 학생들이 서로 다른 장비를 사용하면 과제를 수합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힐 때 어려울 수 있다는 배려에서 시작됐다. 모든 장비는 2년 단위로 교체된다. 

  강의실 구성도 본교와 차이가 크다. 본교는 일부 실습실에만 컴퓨터가 구비돼있고,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강의실의 비중이 크다. 반면 에멀슨 컬리지, 뉴욕시립대(City University of New York), 뉴욕대(New York University)는 이론수업이 적어 거의 모든 강의실이 소규모 강의실이며 컴퓨터도 충분히 마련돼 있었다. 

  에멀슨 컬리지는 개인 작업과 팀 프로젝트 모두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학생들은 강의실마다 마련된 15대의 컴퓨터로 개인 작업을 준비한다. 강의실 중앙에는 스크린이 있어 학생들이 함께 프로젝트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 이론수업은 한 수업 당 최대 35명, 실습수업은 그보다 적은 10~15명이 수업을 듣는다. 뉴욕대의 모든 강의실은 수용 인원이 최대 20명으로 대부분 15명이 강의를 듣는다. 이곳 역시 대부분의 강의실에 컴퓨터가 구비돼 있다. 

  뉴욕시립대는 대부분의 수업을 워크숍 형태로 진행해 한 수업에 최대 15명이 참여한다. 뉴욕시립대는 양질의 수업 환경을 위해 교수와 학생의 비율을 약 7대1로 유지한다. 강의실에는 컴퓨터가 있지만 개인 노트북을 사용하는 학생이 많아 전부 사용하고 있지는 않는다. 

  본교의 실습 환경이 스튜디오와 편집실, 컴퓨터실 등으로 구비돼 있다면, 미국은 보다 다양한 장비와 시설이 준비돼 있었다. 특히 스튜디오, 라디오 스튜디오, 개인 편집실 등 본교에는 없는 다양한 환경이 마련돼 있었다.

  스튜디오는 방송 제작을 위한 각 분야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전문적으로 구성돼 있다. 에멀슨 컬리지는 스튜디오 옆 컨트롤룸을 자동화했다. 학생들이 스토리텔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작 기술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컨트롤룸에서는 전문 카메라로 찍은 영상뿐만 아니라, 핸드폰으로 촬영한 영상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편집할 수 있다.

  컨트롤룸 바로 옆 스튜디오에는 뉴스 앵커 좌석과 토크쇼에서 사용되는 소파를 구비하고 있다. 프롬프터, 조명 등 충분한 기자재가 있어 학생은 오래 기다리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뉴스를 제작해볼 수 있다. 실제로 방문했던 스튜디오는 다양한 기자재가 있었음에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넓었고, 앵커 좌석도 세 명 이상이 여유롭게 앉을 수 있었다.

  뉴욕대는 라디오 스튜디오가 별도로 존재한다. 학교에 송출탑이 없어 영상을 바로 송출할 수는 없지만, 팟캐스트 형식으로 배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조용히 녹음할 수 있는 위스퍼룸(whisper room)도 있다. 또한, 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학생을 위해 개인 편집실도 마련했다. 긴 다큐멘터리는 편집하는 데만 3~4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상주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개인 편집실에서 작업한다. 

  학생들이 만든 TV 프로그램을 실제로 브라운관에 내보내기도 한다. 뉴욕시립대는 교내 스튜디오에서 학생들이 TV쇼를 제작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로 송출된다. 또한, ‘219’라는 강의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에피소드를 만들고 카메라와 프롬프터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경험한다. 

  뉴욕시립대의 실험실(laboratory)에서는 에디팅이 진행된다. ‘코치’라 불리는 각 기술의 전문가들이 대기하고 있어 언제든 자문을 구할 수 있다. 코치는 비디오, 저널리즘을 비롯해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코치 등 분야별로 10명 정도가 상주한다. 

  이 연구원은 미국 저널리즘 스쿨의 사례를 보며 본교의 환경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본교가 실습에 비중을 두지 않고 있지만, 실습으로 꿈을 찾는 학생을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 생활을 떠올려 보면 시립대학에 방송국이 보유돼 있어 실무를 더 실질적으로 배워볼 수 있었다”며 “그런 산학협력 시스템을 갖추면 교내에서도 더 창의적인 실습수업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버드 크림슨, “목표는 디지털 혁신”

▲ 미국 하버드대 학보사 하버드 크림슨 Derek Choi 편집장

  미국의 대학언론은 뉴미디어에 대응해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의 학보사 하버드 크림슨(Harvard Crimson)을 찾았다. 

  하버드 크림슨은 1873년부터 발행돼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신문으로 약 400명의 학생이 매일 1500부를 배포한다. 웹사이트는 하루 10~20만명이 방문한다. 올해 144대 편집장은 데렉 최(Derek Choi)가 맡았다. 그를 만나 하버드 크림슨의 미디어 개혁과 뉴미디어 활용 상황을 알아봤다. 

  하버드 크림슨의 기본 방침은 종이 신문보다 웹사이트에 집중하는 것이다. 인쇄돼 나오는 시간을 고려하면 신문은 발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웹사이트는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다수의 독자가 웹사이트로 유입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기사는 웹사이트에 먼저 올린다. 

  데렉 최 편집장은 앞으로 ‘디지털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독자들이 어떻게 웹사이트로 유입되는지, 어떤 것을 보는지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하버드 크림슨의 개선점을 찾는다. 어떻게 접근성을 높일지 고민하는 것이다. 몇년 동안은 멀티미디어 부서를 확립하기 위해 코딩을 하는 사람, 웹 디자인을 하는 사람 등 인재을 많이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스냅챗, 트위터 계정을 통해 독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매체와 기사의 형식을 다양화해 어느 디지털 매체에서든 이용하기 쉽게 만들고 있다. 웹사이트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데스크탑으로 이용할 때 화면 크기를 고려해 최적화된 화면을 제공한다. 기사 형식도 포토에세이, 움직이는 그래픽을 활용한 기사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축구팀 취재를 포토에세이로 구성해 독자들이 긴 글을 읽지 않고도 역동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시각 자료에도 집중한다. 하버드 크림슨에서는 모든 기사가 하나의 사진 또는 비디오를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부와 미디어부는 약 20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취재 시간을 조정하기 힘들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첨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사진 기자가 배정된다. 

  이렇듯 활발한 개혁이 가능한 것은 운영 체제 때문이다. 국내 대다수 대학 언론과 달리 하버드 크림슨은 자체적으로 재정을 확보하고, 자체 인쇄소에서 신문을 인쇄하는 독자적인 신문사다. 이 특성을 살려 하버드 크림슨 내부에서의 개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데렉 최 편집장은 “기자 중 50명이 재정부에 속해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대학으로부터의 독립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학생의 기사를 지역신문에 연결하다

▲ NYCity News Service를 소개하는 뉴욕시립대 Hester Jere씨

  뉴욕시립대(City University of New York) 학생 A씨는 자신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한 사이트에 올렸다. 사이트에 올리고 얼마 뒤, 한 지역 언론사에서 연락이 와 기사를 신문에 싣고 싶다는 제안을 들었다. A씨는 지역 언론에 생애 첫 기사를 올렸다. 이 사이트가 바로 뉴욕시립대가 만들고 운영하는 ‘NYCity News Service’(뉴스 서비스)다.

  뉴욕시립대는 데이터 저널리즘, 비디오 저널리즘, 롱 폼 저널리즘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기사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한 수업이 활발하다.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기사 쓰는 법을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기사를 작성해 뉴스 서비스에 올릴 기회를 얻는다. 

  뉴스 서비스는 지역 사회 뉴스 관계자들이 학생들이 올린 뉴스를 보고 그 뉴스를 구매해 기사로 내도록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10년째 운영되는 뉴스 서비스에 참여하는 신문사는 약 50개로, 웹사이트만 운영하는 작은 언론사부터 <뉴욕 데일리 뉴스>, <뉴욕 타임스>, <허핑턴 포스트> 등 메이저 언론사까지 다양하다. 현재는 지역 언론사가 대부분 기사를 가져가지만, <뉴욕 타임즈>와 같은 메이저 언론사와 기사를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기도 한다. 

  기사는 대부분 사진이나 영상을 활용해 작성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쓴 시위 기사에는, 40개가 넘는 세부 기사가 있고 영상, 사진도 포함돼 있다. 사진이 글보다 많은 것을 전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진 기사만을 게재하는 카테고리도 따로 있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기사를 작성할 수도 있다. 

  뉴스 서비스에 기사를 올릴 수 있는 기회는 모든 학생에게 주어진다. 보통 뉴욕시립대 학생들은 졸업 전 최소 한 매체에는 기사를 게재한다. 학생들이 올리는 기사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이끌기 위해 조언을 담당하는 교수가 따로 존재한다. 큰 프로젝트는 교수와 학생이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이 서비스의 공동개발자인 뉴욕시립대 헤스터 제리(Hester Jere)씨는 지면 기사가 온라인 기사로 이동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면 신문은 그만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없어져선 안 되겠지만, 글의 특성에서 사진이나 비디오를 더하는 식의 변화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즈> 등을 예로 들었다. 

  또한, 그는 학생들이 변화하는 뉴미디어 환경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헤스터 제리씨는 “우리가 사는 동안 기술은 계속 변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배우는 경험을 해야 한다”며 “다른 언어를 배워본 사람이 또다른 언어를 배울 때 거부감이 덜한 것처럼, 새로운 기술을 배웠다는 경험은 새로운 기술을 다시 배울 때 두려움을 없애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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