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예술대학 메이데이전

  예술 분야의 경계를 허물며 작품을 향한 열정 하나로 조형예술대학(조예대) 학생들이 뭉쳤다.

  조예대는 23일~28일 조형예술관과 ECC 대산갤러리에서 메이데이전을 개최했다. 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며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올해는 공간디자인과, 시각디자인과, 산업디자인과, 영상디자인과가 디자인학부로 통합됐다는 의미를 담아 ‘경계 허물기’라는 주제의 특별 기획전이 함께 열렸다. 이 기획전은 조형예술관A동과 C동에서 진행된다. 

  조형예술관A동에는 특별 기획전 외에도 동양화과, 서양화과, 조소과, 섬유예술과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신정은(조소·15)씨의 ‘어느 날 낯선’이다. 주저앉아 있는 여성의 나체모형과 그 앞에 매달려 있는 가발의 모습은 무심코 입구에 들어서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 낯선 자신을 발견했을 때 느낀 감정을 표현한 '어느 날 낯선'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신씨는 “관람객이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제 작품을 보고 두려움의 감정을 느끼길 바라 입구에 전시했다”며 “자신의 모습을 낯설게 느꼈던 경험을 사실적인 표현을 통해 담아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입구를 지나 1층에는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정보단말기인 ‘누니’(NUNI)는 현재 공공기관에 붙어 있는 점자가 평면적이고 즉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탄생했다. 볼록한 원반형인 누니는 가운데 구멍에 엄지손가락을 끼워 나머지 손가락으로 잡기 쉽게 제작됐다. 누니 안에는 카메라가 내장돼 시각장애인의 앞에 놓인 사물의 정보를 점자로 나타낸다.  

  누니의 개발자 구본희(산디·15)씨와 서현진(산디·15)씨는 “평소 사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며 “시각장애인이 신체상의 한계로 비시각장애인의 문화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누니를 만들었다”고 제작 배경을 말했다.

 

▲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정보단말기 '누니'(NUNI)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누니를 뒤로한 채 2층으로 올라가면 동양화과 학생들의 작품으로 아름답게 수놓아진 벽면을 마주할 수 있다. 벽면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걸어가다 보면 공간에 홀로 세워져 있는 나무집이 보인다. 바로 전지홍(동양화·15)씨의 작품 ‘아지트’다.

 

▲ 글씨 쓰는 소리를 들으며 작가의 그림일기를 읽을 수 있는 '아지트' 

  전씨의 ‘아지트’ 안에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기록해온 소중한 일기장, 여행드로잉, 일상드로잉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아지트 안에 들어가 조용히 집중하면 사각사각 일기를 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씨는 “관람객들이 나의 아지트에 앉아 수첩을 펼쳐보거나 그림일기를 읽으면서 그 순간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동양화과 학생들의 전시를 감상하고 한 층 올라가면 서양화과 학생들의 개성이 담긴 작품들을 볼 수 있다. 3층의 한쪽 벽에 여, 남 아동복 사진이 걸려있고 그 옆에 패션 브랜드별로 아동복을 분류한 파일이 쌓여 있다. 바로 전혜수(서양화·15)씨의 ‘GICHFB_B&G’다. 이 작품은 아이들의 젠더 정체성에 대한 패션 브랜드들의 관점을 연구해 탄생했다. 전씨는 “관람객이 이 작품을 통해 기성 아동복이 성의 이분법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닫고 아이들의 젠더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에 여러 가지 색실로 무늬를 수놓아 장식하는 자수기법, 세로실과 가로실을 사용해 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타피스트리 기법 등 다양한 기법을 이용한 섬유예술과 학생들의 작품은 4층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 중 김서희(섬예·15)씨의 ‘Skin Clothes’가 벽면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보통 중요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털과 상처들을 시각화한 이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독특한 재료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킨다. 김씨는 “인간의 아름다운 몸 위에 털과 상처가 난 혐오스러운 옷을 입혀 소외된 것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 소외된 요소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Skin Clothes'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조형예술관A동의 작품을 감상하고 B동으로 이동하면 도자예술과 학생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민지(도예·15)씨의 ‘Imaginary Friends-Memories of Childhood’는 아이들을 위한 도자기다. 이 작품은 추상적인 동물 형상인 큰 조각과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이 합쳐진 여러 개의 작은 조각들로 이뤄져 있다. 김씨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상상력을 마음껏 뽐내고 도자기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른 도예작품들과 달리 벽에 걸려있는 작품도 있었다. 김아인(도예·15)씨의 ‘달’은 여러 개의 그릇을 이용한 작품으로 그 안에 풍경을 그려 넣어 도자에 회화적인 느낌을 담았다. 김씨는 “달을 중심으로 하늘과 땅을 한 폭에 담아 이어진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 도자기 그릇에 풍경을 담은 '달'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ECC 대산갤러리에서 의상을 입은 마네킹들이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의 열정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화려하고 개성이 강한 여러 작품 중 눈길을 끈 것은 마치 둥근 검은색 덤불로 둘러싸인 듯한 권도현(패디·15)씨의 ‘Compression’이다. 권씨는 “부정적인 의미와 트라우마를 표현하기 위해 검은색 지끈을 사용했다”며 “칭칭 감는 행위를 통해 나를 얽매는 억압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 검은 지끈으로 억압을 표현한 'Compression'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특별 기획전인 ‘경계 허물기’에서는 디자인학부 학생들의 독특한 창의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중 김혜린(시디·13)씨의 ‘Melting’은 다양한 색상을 사용해 작품을 표현했다. 이 작품에는 녹아내리고 있는 ‘우울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김씨는 “공감과 위로의 아이콘인 우울이는 슬플 때 슬픈 노래로 위로받듯이 우울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얘기했다.

 

 

▲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캐릭터 '우울이' 

  기술과 감성의 접목을 시도한 작품도 볼 수 있었다. 바로 구혜원(영디·15), 김사라(영디·15), 이연수(영디·15)씨의 작품 ‘사랑을 꽃 피우세요’다. ‘사랑을 꽃 피우세요’는 지구본을 돌리면 각 나라의 국화와 꽃말에 관한 영상이 재생되는 인터랙션 영상 작품이다. 영상이 나올 때 꽃말과 어울리는 노래도 같이 재생된다. 구씨는 “사랑과 관련된 꽃말이 많아 이를 통해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관람객이 기술을 딱딱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예술과 감성을 느끼도록 작업했다”고 전했다.

  공간디자인과의 작품에는 브랜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학생들의 노력이 담겨 있었다. 김미혜(공디·13), 김민진(공디·15), 한서우(공디·15)씨의 공간 작품에서 1층은 컬러링북을 판매하는 가게로, 2층은 컬러링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아틀리에 공간, 3층은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는 공유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한씨는 “츄파춥스 브랜드 모토인 ‘Less Serious Lifestyle’(덜 진지한 생활방식)을 잘 나타내기 위해 스트레스 예방이라는 특성이 있는 컬러링북을 소재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조예대 원인종 학장은 “메이데이전은 새로운 창의적 사고와 수준 높은 조형적 역량을 볼 수 있는 전시”라며 “한국 문화 예술계를 이끌어온 본교 미술 교육의 함축적 의미가 담긴 행사”라고 개최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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