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총장으로 김혜숙 교수가 당선됐다. 작년 10월21일 최경희 전(前) 총장의 사퇴 후 약 7개월간 이어진 공석이 채워졌다.

  이번 직선제 선거의 영광을 가진 김혜숙 총장은 ‘학생들이 세웠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임기 중 교원 정년(만 65세)에 이르지 않는 학내 인사’로 총장후보 자격을 제한하는 기존 총장선출 규정 조항에 의하면 63세인 김혜숙 교수는 입후보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이 조항이 직선제의 취지를 해친다며 크게 반발하는 학생들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결국 해당 규정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실제 투표에서도 김 교수를 향한 학생들의 압도적 지지는 두드러졌다.

  그렇다고 해서 신임 총장이 학생들만의 총장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직원단위에서도 김혜숙 교수를 지지하는 비율은 다른 후보자 지지율과 큰 격차로 높았다. 교수, 동창단위에서도 후보 간 격차는 다른 단위에 비해 작았지만 최다득표자는 역시 김혜숙 교수였다. 

  이렇게 모든 구성원에게 고르게 지지를 얻은 것은 ‘새로운 이화’를 향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봐야 한다. 작년 미래라이프대 사태에서 김 총장은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으로서 성명서 등을 통해 최경희 전(前) 총장을 규탄하며, 이화의 비민주적 소통체계를 강력히 비판했다. 사실 후보자들이 각자 밝힌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은 대동소이했음에도 김 총장이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것은, 그의 주장이 충분히 진정성 있었다는 방증인 동시에, 오랜 폐단이 바로잡히길 바라는 구성원들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두의 주목과 기대를 받는 만큼 소명감을 갖고 잘 해내길 바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참모진을 곁에 두는 것이다. 개인의 득실을 따지기보다는 진정으로 학교 발전을 위해 헌신할 자세를 갖춘, 그러면서도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난 교수들로 탄탄한 진용을 짜길 바란다. 그래서 학교행정과 시스템을 정상화·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 우선 해결해야 할 현안 중 하나는 이화의 이미지 제고다. 정유라 입학비리가 터진 이후로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졌다. 이화를 누구보다 사랑함에도, 막상 누군가 어느 학교 다니는지 물어오면 쉽사리 ‘이화여대’라고 말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잖다. 이대생에 대한 편견의 눈초리, 또는 ‘정유라 대학’이라는 비아냥거림이 혹시라도 돌아올까 두려운 까닭이다. 

  학생들이 어디서든 당당하게 ‘이화인’이라고 밝힐 수 있는 학교, 지나친 학점 경쟁에 시달리지 않고 배우고 싶은 학문을 마음껏 탐구할 수 있는 학교, 교수와 직원, 학생 모두가 자부심으로 행복한 학교로 거듭나기를, 임기동안 최소한 그런 학교로 발전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는 데 성공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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