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바일유통영업그룹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을 것이다. 나 역시도 신입사원 시절부터 지겹도록 들어왔던 말이지만, 현장에서 답을 찾기도 전에 상처부터 받았던 실제 경험을 이화인들 앞에서 가감 없이 전달하고자 한다. 

  제품과 브랜드에 가치를 심어주는 전략가, 마케터로서의 삶을 꿈꾸며 입사했지만, 입사 후 첫 배치가 된 곳은 휴대폰이 유통되는 전 경로를 관리하는 ‘현장영업’ 부서였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매일 제품 포스터와 스카치테이프, 세일즈가이드, 목업(Mock-up) 등을 가지고 휴대폰이 유통되는 모든 판매접점을 돌아다니며 제품 연출 및 교육을 하고, 시장조사를 하는 등 Retail 활동을 하는 것이 당시 나의 주요 업무였다.

  하루는 판매점(통신3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 갔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성에서 나왔습니다. 저희 이번에 갤** 신제품이 나와서요… ” 

  인사를 하자마자 사장이라는 사람이 냅다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성? 왜 이제 배가 좀 고픈가 보지? 아가씨가 백날 천날 와 봐라 내가 *성 1대라도 팔아주나! 아가씨 딱 보니까 신입인것 같아서 말해줄게요. *성이 왜 *성인지 알아요?  3개 성, 이병*, 이건*, 이재* 3개의 별이라는 뜻인데 이제 이 별도 다 떨어졌어. 다 망해가는 회사에 미련 갖지 말고 얼른 나가요”

  그렇게 욕을 한 바가지 듣고 서둘러 매장을 나와 점심을 먹으러 홀로 도넛츠 매장에 왔는데, 앉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이런 취급을 받으려고, 이런 단순 업무나 하려고 비싼 등록금을 내가면서 공부했던가…. 현장의 답은 커녕 현장의 욕만 실컷 얻고 온 순간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 사장의 반응은 너무나 당연했던 것이다. 당시 회사에서는 큰 매출을 하는 도매점 영업에만 집중했을 뿐, 한 명 한 명의 고객을 만나는 소매영업 현장을 관리하는 것에 소홀했기에 갑작스런 직원의 방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는 시장에서의 우리 회사에 대한 인식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던 것이다.

  이후 8번의 신제품 출시가 이뤄지는 동안 수 십 차례 그 매장을 방문했고, 내게 소리쳤던 그 판매점 사장은 신제품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쓴소리를 하고, 우리 회사의 정책에 비견되는 타사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공유해주는 협조적인 매장이 됐다. 가끔은 그 xx 같은 회사에서 고생한다며 가방에 몰래 캔커피도 챙겨 넣어준다.

  듣기 싫었던 제품에 대한 쓴소리는 차기 제품 보완에 도움이 되는 핵심 포인트였고, 경쟁사 동향은 자사의 신속한 정책 대응에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무기들이었다.

  영업에만 몇 십 년 이상 종사해오셨던 선배님들께는 부끄러운 말이지만, 앞으로 영업이라는 직무에 종사하게 될 후배 이화인들에게는 이런 말을 전달해주고 싶다. 진정성을 갖고 적극적인 자세로 현장과 소통하라는 아름다운 말 보다는 네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 네가 오래 있나, 내가 오래 있나 식의 독기를 갖고 끈질기게 다가가라. 

  영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누구나 잘 할 수는 없다. 영업은 회사와 고객 사이를 잇는 제일 튼튼한 가교이다.

  짧은 영업생활 중에 경험했던 작은 에피소드 이지만, 앞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 이화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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