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미래라이프대 사태를 겪으며 이화의 총장직이 공석이 된 지 약 7개월. 그동안 본교에는 ‘총장 리더십’의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최경희 전(前) 총장은 여러 사업을 학내 구성원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추진하면서 ‘불통 총장’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는데, 이에 이화 구성원들은 새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을 ‘소통’으로 꼽기도 했다. 그렇다면 21세기, 특히 내홍을 겪어 온 본교의 현 상황에서 요구되는 총장의 리더십은 어떤 모습일까. 본지는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 이덕환 서강대 교수에게 오늘날 대학 총장의 리더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기고를 받아 소개한다.

 

  모든 능력을 갖춘 인물보단 섬김의 리더십 필요

  총장은 어떤 CEO보다도 가장 어려운 리더 유형에 속한다. 일각에선 총장을 ‘CEO 중의 CEO’라고 칭하기도 하는 이유다. 다양한 학문 영역과 구성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유력 경제지들이 3년 연속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선정한 다우코닝 회사의 마리 부사장은 “진정한 섬김의 리더십이 회사에 마법을 일으키는 비법”이라는 말을 했다. 필자가 지금껏 2000여 명의 총장들과 함께 일하며 발견한 사실 또한 마찬가지다. 성공한 총장은 반드시 섬김의 리더십을 갖고 있었다.  

  총장 리더십에 관한 여러 견해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미국 UC버클리대 전 총장이었던 클락 커(Clark Kerr)가 하버드대 강좌에서 말한 내용이다. 그는 “학생 앞에 설 때는 벗이 되고, 교수에게는 동료 학자로, 직원에게는 탁월한 행정가로, 사회에서는 성실한 경영자로, 대중 앞에서는 명 연설가로, 연구비를 출연한 사회재단 앞에서는 협상의 명수로, 교육계에서는 항상 선구자로, 그 위에 고매한 인품을 갖춰야 한다”면서 39가지에 이르는 총장의 덕목을 열거하고 있다. 대학 총장의 자리가 참으로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총장이 이화여대에 필요할까? 인성 측면에선 명문사학의 총장에 부끄럽지 않을 인격을 갖춘 사람, 전통과 새로움을 조화롭게 버무려 비전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 사회와 국가 그리고 학생들을 섬길 수 있는 겸손하고 강인한 인물, 무엇보다 교육이 무엇인지, 총장이 무엇을 위한 자리인지 아는 사람이어야 하 것이다.

  능력 측면에선 일반적으로 효율적인 대학 운영을 위해 행정력, 대외관계 조절과 관리 능력, 재무관리 능력, 재정건전성 유지능력을 바탕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또 서로 이해가 다른 학생·교수·직원·동창 등 학내외 주체들과의 건전한 관계 능력(Interaction ability)도 있어야 한다. 더불어, 개인의 영달보다 대학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도덕적 사고와 결단력을 내포한 ‘어센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비전과 꿈, 창조적 사고, 국제적 감각, 전문가적 자질이 필요하다.

  특히나 지금은 대학의 위기 상황이다. 지식정보화와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선 ‘모든 능력을 갖춘’ 인물보다는 변화를 조절하고 이끌며, 생존 전략을 추구하는 위기관리형 총장이 중요시된다. 전략적 총장(Strategic president)으로의 전환이다. 학과 간의 벽, 교수·직원·학생 간의 벽, 다른 대학과의 벽을 헐고 국내외 네트워킹을 주도하는 총장상이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도덕적 기반 위에 비전, 전문성, 열정을 가진 섬김 리더십의 총장이 가장 적격일 수 있다. 특히 학문의 자유와 지적 정직성을 바탕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대학 전통과 특성을 살리려는 애교심, 공동체 합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균형 감각, 대학의 생존전략을 추구할 수 있는 개혁성을 갖춘 총장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 

  2000년대 초 UC버클리대 티엔 총장에게 바람직한 총장상을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대학을 알고 대학에서 성장한 학자일 것.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적 비전을 가질 것. 학문과 대학 자체를 사랑할 것. 그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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