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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과 육아의 병행··· “대학의 배려에서 시작된다”
교내 육아 인프라부터 정서적 지원까지, 학생부모를 위한 다양한 지원
2017년 05월 22일 (월) 리즈=김동건 기자 gunnykddong@ewhain.net
   
 
  ▲ 리즈대 자체 보육시설 Bright Beginnings Centre 내부  
 
   
 
  ▲ 건물 내부 곳곳에 놓여진 아이를 위한 장난감  
 

  ‘휴학기간은 통산하여 3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임신, 출산 및 육아로 인한 휴학, 창업으로 인한 휴학은 2년 이내의 기간을, 군복무로 인한 휴학은 의무복무기간을 추가 휴학기간으로 허가할 수 있다.’

  작년 최종 개정된 본교 학칙 제8장 제26조(휴학) 4항에 명시된 내용이다. 휴학의 사유로 ‘임신, 출산 및 육아’를 인정한다는 것은, 학교 차원에서 학생 신분과 부모 신분의 양립을 허용한 것이다. 이는 본교가 개교 이래 116년간 소위 ‘금혼 학칙’을 유지하며 사실상 학생이 부모가 되는 것을 인정하지 않던 과거에 비하면 다소 발전한 모습이다.

  그러나 최대 5년의 휴학만으로 학생이 임신에서 출산, 출산에서 육아로의 과정을 완전히 마치기는 부족하다. 학생 신분으로 이 과정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마련하는 것 또한 힘들다. 시간과 비용의 문제를 해결해도, 학생이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도전에 가까운 일이다. 특히 학업을 뒤늦게 시작한 대학원생의 경우, 결혼 및 출산?육아와 맞물리면서 학업을 중단하거나 휴?복학을 반복하며 졸업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가 된 학생을 위해 학교는 어떤 지원을 하고 있을까. 학생처 학생상담센터는 학생부모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으며, 학생부모만을 위한 교내 장학금도 없다. 학생부모도 학생상담센터를 이용할 수 있고, 장학제도에 지원할 수 있지만 학생부모만을 위한 제도는 없다. 이는 학생부모에 대한 논의 자체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본교, 나아가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학생부모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선진적인 학생부모 지원 체계를 갖춘 영국 리즈대(University of Leeds)를 방문했다. 

 

  “양육의 의무만 있다면 누구나 ‘학생부모’”

  리즈대의 Student Experience Officer 폴 데블린(Paul Devlin)씨는 학생부모 지원은 학생부모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우리는 LGBT 부모, 나이가 많은 부모, 나이가 어린 부모를 구별하지 않고 양육의 의무만 있다면 모두 학생부모에 포함시키고 있어요. 풀타임으로 공부하는지 파트타임으로 공부하는지 구별하지도 않고요. 대학원생과 외국인 유학생도 양육의 의무가 있다면 학생부모에 해당되죠. 정확한 학생 수를 알려줄 수는 없지만, 약 10~20%의 학생들이 양육의 의무를 지니고 있어요.”

  리즈대에서 학생부모에 대한 논의는 사실 30~40대 만학도에 대한 지원부터 점화됐다. 물론 대학에는 18세에 입학해 평범한 코스를 밟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교육 기회 확대로 늦은 나이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났고, 육아로 인해 수업에서 낙제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에 학교가 LLC(Lifelong Learning Centre)를 설치해 만학도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고자 한 것이 학생부모 지원의 시발점이었다. 즉, 리즈대의 초창기 학생부모 지원은 만학도에 치중돼 있었다.

  “초반에는 만학도에 대한 지원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원 대상이 확장됐어요. 학생부모의 범주가 늘어난 거죠. 우리는 사소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양육의 의무가 있는 학생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어요. 수업 시작 시간을 몇 시로 할지, 우리가 적당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죠.” 

 

  학생부모의 주거 문제는 대학의 몫

  전세계 도시 생활비 데이터베이스 넘베오(NUMBEO)의 올해 조사에 따르면 리즈 중심부의 방 한 개짜리 아파트는 평균 월세가 675파운드(한화 약 100만원)로, 유럽 179개 도시 중 상위 20%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학생부모에게 힘든 일이다.  

  “리즈대에는 두 종류의 학생들이 있어요. 공부하기 하기 위해 이사 온 학생들과 리즈에서 살다가 입학하게 된 학생들이죠. 후자의 경우는 주거 걱정이 적어요. 리즈에서 오래 살았고, 직업이 있어 경제적 상황이 안정적인 만학도들이 해당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다만 그는 전자의 학생이 아이가 있거나 재학 중 아이를 갖게 되면 주거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런 학생부모들을 위해 가족용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어요. 어떤 학생부모가 학교에 입학했는데, 아이나 배우자와 함께 살 곳을 구하지 못했다면 그곳에서 살 수 있죠.”

  그러나 그는 가족과 함께 캠퍼스에서 사는 것을 꺼리는 학생부모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캠퍼스 내 가족용 기숙사의 공급이 한정돼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유니폴(UNIPOL)의 설치였다.

  유니폴은 캠퍼스 밖 도시 공간에서 살고 싶어 하는 학생부모를 위해 조언 해주는 학생회 소속 센터다. 유니폴은 도시의 다양한 주거 정보를 제공해 학생부모가 적당한 집을 찾도록 돕는다. 학생회 소속이기 때문에 전문 중개인은 물론 집을 구해본 경험이 있는 또래 학생들도 조언해 줄 수 있다.  

 

  학교 곳곳에 배치된 육아 인프라

  폴 데블린씨와 살펴본 리즈대 LLC 건물 곳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 놓여 있었다. 여자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있었고, 직접 가볼 수는 없었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남자화장실에도 기저귀 교환대가 마련돼 있다고 한다. LLC 건물 밖으로 나와 기숙사 단지를 가로지르니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유치원이 보였다.    

  “리즈대의 자체 보육 시설 ‘Bright Beginnings Centre’예요. 학생부모가 공부하는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인데, 학생부모 뿐만 아니라 교직원들도 이용할 수 있어요. 또, 캠퍼스 곳곳에 기저귀 교환대와 이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어요. 수유 시설도 있죠. 그리고 Reception centre에 문의를 하면 아이에게 필요한 용품 키트를 제공해줘요. 이 모든 것은 학생부모들이 자신이 환영받고 있고, 이 대학에 소속돼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고 할 수 있어요.”

  본교 재학생은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 여성이며, 교직원도 대부분 여성이다. 그렇다면 아이를 둔 학내 구성원들을 위한 인프라는 잘 마련돼 있을까. 

  본지 2009년 9월14일자 기사에 따르면 본교는 ECC 11번 게이트 부근 및 법학관에 수유실이 마련돼 있다. 인사팀에 따르면 ECC 11번 게이트 수유실은 원칙적으로 교직원을 위한 곳이지만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면 학부생도 이용이 가능하다. 재무처 시설팀에 확인해본 결과, 이를 제외한 학부생 학생부모를 위한 시설은 없었다. 

  한편 최근 본교의 보육시설이 착공돼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로써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본교의 수많은 대학원생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 다만, 이 보육시설을 학부생 신분의 학생부모, 유학생 학생부모도 이용할 수 있는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학생부모에게도 사회생활이 필요하다

  리즈대에서는 학생부모에 대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왔다. 그렇다면 그 마지막 단계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학생부모를 위한 정서적 지원이다. 학생부모는 어떤 지원을 받더라도 양육의 의무가 없는 학생과는 다른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한 소외감, 외로움 등을 해결하기 위해 리즈대에서는 사교모임(social event)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우리는 학생부모들을 위해 다양한 사교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아이가 있는 학생은 자신이 아이가 없는 학생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스스로를 다른 사람이라고 느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우리 대학은 학생부모가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길 바라거든요. 이런 사교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학생부모들이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학생들과 어울리고, 교우관계를 맺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요.”

  그는 이런 모임이 학생부모 당사자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족에게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학생부모가 대학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지지가 필요하다. 사교모임에 학생부모의 가족이 참여하면서, 대학이 어떤 곳이고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교모임을 통해 학생부모의 가족을 캠퍼스로 초대하고 학생부모로부터 학업에 대한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 신분인 학생부모의 경우 좀 더 신경을 써야 해요. 유학생 학생부모의 가족들은 새로운 나라에 오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이런 사교모임은 학기말, 크리스마스, 부활절 등에 정기적으로 열기도 하고 매직쇼나 영화제 등 테마 별로 열리기도 하죠.”  
또, 리즈대에서는 학교 당국뿐만 아니라 학생회 차원에서도 학생부모를 지원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학생회와 학교 당국은 별개의 조직이지만, 학생부모 문제는 함께 해결하는 편이에요. 우리가 학생부모를 위한 정기 모임을 주최한다면, 학생회 측에서는 학생부모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까지 아우르는 모임을 주최해요. 또, 학교 차원에서 만학도나 학생부모가 이끄는 학생회가 조직돼 있다면 학생회 차원에서는 그들이 이끄는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고 보면 돼요.”

  본교는 학생부모를 위한 지원이 미흡한 편이지만, 제16대 총장후보 입후보자 8명 모두 일반대학원 학생회가 엄마 원생에 대한 지원 계획을 묻자 보육시설 확충을 약속했다. 김혜숙, 김성진, 최원자, 김은미, 이향숙 교수의 경우 엄마 원생을 위한 장학금 확충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일과 학업 병행에 대한 정책 마련을 위해 거버넌스 구축을 약속한 이공주 교수도 있었다. 이를 통해 본교에서도 학생부모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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