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월요일 이화여대의 역사적인 투표가 시작된다. 

  선거규정에 따르면 구성단위별 투표반영비율은 교수 77.5%, 직원 12%, 학생 8.5%, 동창 2%이다. 명시된 비율에 따라 환산해 적용된 1인 투표값은 각각 다르다. 교수는 1인 1표인 반면 직원은 1인 0.567표, 학생은 1인 0.00481표다. 후보별 최종 득표수는 실제 표를 얻은 수에 각 단위별 1인 투표값을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쉽게 말해 투표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적을수록, 그 구성단위 전체가 후보별 최종 득표수에 미치는 영향력도 작아진다는 얘기다.

  선거권자 모두가 자신이 행사하는 표의 무게와 의미를 깊게 인식하고 행사해야 하는 이유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사전투표도 마련했다. 이번 직선제 선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그러나 지난 경험을 돌이켜볼 때 투표율에 관해선 다소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학생의 경우에 그렇다. 지난주 대강당에서 진행된 학생 대상 정책토론회에 청중으로 참여한 학생 수는 200명이 채 넘지 않았다. 학생 선거권자 전체의 1%에 못 미치는 수치다. 홍보 부족 등의 문제가 제기되긴 했지만, 그동안 4자 협의체 회의 등에서 학생 대표가 학생 투표반영비율을 높이려고 애써 온 노력이 무색하리만치 한산한 모습이었다. 

  매년 총학생회장 등 학생대표를 뽑을 때에도 투표율은 매번 50%를 겨우 넘는 ‘턱걸이’ 수준이다. 일부 단과대학은 투표율 미달로 연장투표를 하곤 한다. 그러나 이번 총장후보 추천 선거는 투표율이 미달됐다고 해서 연장 투표를 시행하지 않는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달성이 이화의 밝은 미래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뽑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어떤 총장을 뽑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화의 상황은 특수하다. 작년 이화 사태를 거치며 학내 민주주의 회복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사상이다. 이를 대학에 적용시키면, 이화의 민주주의는 그동안 무시돼 온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학교 운영에 반영하고 존중해 달라는 의미가 클 것이다. 총장 직선제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았고 실제로 이뤄진 것은, 그러한 대학 내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 싶은 구성원들의 열망이 집결된 결과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면, 그 경험은 학내 민주주의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선거권자들은 총장후보 입후보자들의 공약을 차근차근 살펴보고 지금 이화에 가장 필요한 존재는 누구일지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서 이화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흔히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한다. 민주적인 이화는 우리 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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