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전(前) 대통령이 파면되고, 새로운 대통령으로 문재인 후보가 선출돼 업무를 시작했다. 새 대통령이 보인 행보 중 눈에 띄는 것은 집무실 이전이었다. 그는 집무실을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실무직원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옮겨 업무를 보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과 가까이서 토론하겠다는 취지였다. 문 대통령은 공약을 세울 때에도 청와대의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고, 대통령이 거주하는 관저 역시 광화문 인근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에 발표에 가까웠던 언론 대응법도 개편됐다. 모두 ‘소통’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최경희 전 총장이 궐위한 이후, 본교에서는 무엇보다 ‘소통’에 대한 염원이 간절했다. 학생들은 의사를 묻지도 않고 멋대로 사업을 진행한 것에 대해 분노했다. 파빌리온을 짓고, 프라임 사업을 진행시켰으며 미래라이프 평생단과대학을 설립하려고 했던 최 전 총장에게 학생들은 대화를 요구하며 맞섰다. 

  그런 최 전 총장이 내려오고 이제 216일 만에 총장이 선출된다. 현재 총장후보 입후보자(입후보자)들은 작년 분규 사태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고, 사명감을 갖고 출마했을 것이다. 그들이 소통과 대학 구조 개선을 내세웠다는 것은 구성원의 바람을 반영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학교 내 구성원들이 주요 의사 결정 기구에 참관할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 투표로 학교의 중대사를 결정하겠다, 총장이 직접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입후보자의 수만큼이나 많은 공약이 나왔지만 이 공약들의 목표는 하나였다.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는 열린 태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미 소통이 없는 학교 본부에 많이 실망했다. 직원도, 교수도 본교가 겪은 초유의 사태에 상처 입었을 것이다. 대외적인 이미지도 많이 흔들렸다. 총장후보 선출을 준비하며 모든 구성단위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만들었던 4자 협의체도 반절의 성공, 반절의 실패로 끝났다. 직원의 임기 제한이나 입후보자의 정년 제한과 관련된 논의는 합의를 이뤘지만, 투표 반영 비율 등 의견이 갈렸던 다른 논의들은 합의되지 못했다. 

  이렇듯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겪은 이화의 구성원들에게 더 이상 불통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들을 위로하고 감싸지 않으면 믿음은 영영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22일 사전투표를 시작으로 24일~25일 모든 구성원들의 투표에 의해 새로운 총장후보가 정해진다. 누가 될지, 어떤 공약에 구성원의 마음이 끌렸을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억해야 하는 것은 입후보자가 선거에 출마하며 생각했던 소통의 의지다.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든, 직접 듣는 시간을 통해 수렴을 하든, 주요 의사 결정 기구를 개편하든, 자신의 공약이든 아니든,  새 총장은 실질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도 집무실을 옮겨가며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눈에 보이고 있다. 대학생에게 있어 커다란 사회이며, 131년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여성종합대학의 총장 역시 그 자리에 맞는 소통의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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