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워싱턴 대학교 Central Washington University

  “이거 미국에선 당연한 거야?”

  내가 현지 친구들에게 많이 했던 말이다. 미국의 미디어도 많이 접했고 학기 직전에 미국 여행도 했던지라 문화충격은 경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에 도착한 순간부터 ‘내가 한국인 교환학생이구나’를 실감했다.

  센트럴 워싱턴 대학교는 워싱턴주의 엘렌스버그(Ellensburg)라는 작은 도시에 위치해 있다. 시골이라는 이야기는 출발 전부터 들었지만 얼마나 시골인지는 가늠하지 못했다. 

  엘렌스버그에 도착한 첫날부터 도시 곳곳에는 눈이 쌓여있었다. 미디어에서 보던 화려한 미국 도시도, 초원이 펼쳐진 아름다운 시골 마을도 아니었다. 

  마트에 생필품을 사러 가는 데도 담당 선생님의 차를 타고 가야 했다. 외식을 하고 싶어도 차가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고 쌓인 눈 때문에 기숙사에 발이 묶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딜 가든 교통이 편리하고 24시 편의점이 있는 우리나라가 그리울 때도 있었다.

  미국인 룸메이트와의 생활 역시 문화 충격의 연속이었다. 미국에 도착한 지 1주일이 됐을 무렵 룸메이트는 방 안에서 제모를 하면서 큰 소리가 나는 만화를 이어폰 없이 봤다. 

  나는 이게 문화 차이인지 개인적인 차이인지 고민했다. 어느 날에는 새벽에 우리 방 창문을 통해 친구를 데려왔다. 다음 날 친구들에게 ‘이게 미국에선 당연한 거야?’라고 물었다. 나중에는 룸메이트 개인의 잘못으로 결론 내리긴 했지만, 한국에서였다면 바로 지적했을 것을 문화 차이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수업에서도 많은 문화 차이를 경험했다. 교수님과 학생들 사이에 많은 대화가 오갔다. 제일 기대했던 Introduction to Queer Study 라는 수업에서 교수님은 퀴어와 관련한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드러냈고 자연스럽게 커밍아웃을 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었다. 

  물론 우리 학교에서도 교수님과 학생들 간에 활발하게 의견을 공유하는 수업이 많이 있지만 이렇게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열린 분위기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내가 몰랐던 것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다양한 문화 차이를 겪고 미국에 적응할 때가 되니 교환학생 생활이 끝났다. 3개월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문화적인 차이를 인식하고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직접 책으로, 인터넷으로 셀 수 없이 접해왔던 미국도 직접 경험하는 것과는 달랐다.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도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다른 세상은 어떨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짧았던 나의 한 학기 교환학생 경험은 지친 학교 생활에 쉼표가 되어줬고, 더 큰 세계로 도약할 수 있게 하는 발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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