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후보 입후보자들의 선거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일정이었던 총동창회 대상 정책토론회(토론회)에 이어 다음날인 12일 학생 대상 토론회가 개최됐다. 

  12일 오후5시 대강당에서 열린 토론회는 총학생회와 일반대학원 학생회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됐다. 각 총장후보는 추첨으로 순서를 정했으며, 추첨 순대로 사전질의 발제, 총장후보 간 질의응답, 현장 자유 질의응답에 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작년 미래라이프대(미래대) 사태로 촉발된 본관 점거농성 및 정유라 부정입학 사건과 관련한 일부 후보자들의 공약이 주요 논점이 됐다. 특히, 이른바 ‘이화 사태’를 기록물로 남기겠다는 후보 2명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이 쏟아졌다.

  한 학생은 최원자 교수(생명과학전공)의 ‘이화백서’ 공약을 철회해주기를 요청했다. 최원자 교수는 소견서에서 “이화의, 나아가 대한민국의 부조리와 비리를 밝힌 주역인 이화 학생들의 행적을 이화백서로 출간해 이화정신과 의의를 역사에 남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질문한 학생은 “이는 학생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 공약이다. 이 자리에서 철회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최원자 교수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그 트라우마와 자괴감을 치유하는 차원에서 학생들이 쓰고 있으며 결코 이름이 나오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분의 정신과 역사적 의의를 기록하고 싶고 여러분의 정신을 무산시키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총장이 된다면 여러분과 이 공약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겠다”며 “저 때문에 마음 아파하지 않길 바란다”는 뜻을 표하기도 했다.

  이공주 교수(약학과)가 제시한 ‘2016년을 기억하다’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미래대 사태의 과정과 의미에 대한 학술적 고찰 및 미래대 사태에서 얻은 경험을 내재화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공약이다.

  또 다른 학생은 “학술적으로 고찰한다는 게 어떻게 학생을 고려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단편적이기 때문에 학생 커뮤니티의 글이나 학생 인터뷰로 연구를 할 텐데 시위 참여 학생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나”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공주 교수는 이에 대해 “미래대 사태가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실제로 바뀌는 데 기본이 됐다”며 “이런 사건에 의해 사회가 변화돼 가는 과정을 잘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정유라 부정입학 사건을 바라보는 후보자들의 시각을 검증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한 학생은 최원자 교수가 작년 12월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서 “정유라씨 입학은 조직적 학사비리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언급하며 이에 대한 현재 최원자 교수의 생각을 물었다. 

  최원자 교수는 “이화여대의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비리가 아닌, 일부 개인의 권력형 비리”라며 “대부분 교수들은 엄격한 학사 및 입학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시는 입시 비리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본교 입시 결과(입결)에 대해서도 활발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질문의 골자는 대형학원 등 외부에서 이화의 입결을 점점 낮게 평가하는데 이 같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지였다.

  김은미 교수(국제학과)는 학생의 질문에 “학원가에서 평가 시스템을 진행하는데, 학원가에 방문해 담판을 지을 것”이라며 “글로벌 젠더 통계에서 116위를 할 만큼 척박한 한국의 상황에서 131년 간 종합대학으로 우뚝 서있다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답했다. 최원자 교수는 “순위보다는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지표를 무시할 순 없다”며 “많은 학원에 입학처장을 파견해 여대의 중요성 및 필요성을 강력히 홍보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밖에도 강혜련 교수의 경우 ROTC 존속, 채플 정당성 등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에 그는 ROTC를 군사문화가 아닌 하나의 직업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채플의 경우 종교의식이라기보다는 이화를 다니는 학생으로서 이화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의식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향숙 교수는 엘텍공과대학(공대),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 등의 명칭 개편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총장이 된다면 공대 선생님들과 다른 단과대 선생님들과 협의하여 해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혜숙 교수(철학과)는 사회에 만연한 ‘이대 혐오’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이에 자신의 공약 중 하나인 ‘학생 인권센터’를 제시했다. 그는 “학생 인권센터에서 학내뿐만 아닌 학교 바깥에서 일어나는 본교생들에 대한 온라인에서의 혐오, 언어폭력 까지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학생 대상 토론회는 약 150명(본지 추산. 주최측 확인필요)만이 참석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전체 선거권자 2만2581명(학부생 1만5157명/대학원생 7424명) 중 1%에 못 미치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토론회 일정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문제 삼기도 했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허수정(중문·14)씨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제시되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며 “학생분들 질문이 굉장히 예리하고 일목요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답변이 정확하거나 명확하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또, “발언시간이 좀 더 융통성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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