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열린 동창 대상 정책 토론회 총장후보들의 모습 제공=16대 총장후보 추천 선거관리위원회

  학생 대상 정책토론회(토론회)에 하루 앞선 11일에는 동창 대상 토론회가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열렸다. 약 200명의 동창이 참석한 이 날 토론회에서 총장후보들은 현재 이화와 동창의 위상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 등에 대한 동창들의 질문에 응답했다. 

  동창회 측이 정한 토론회 규칙에 따라 각 입후보자는 3분 동안 자신의 비전을 소개한 뒤 사회자가 묻는 8개 질문에 2분씩 대답했다. 한 질문 당 후보자 4명에게 답변 기회가 주어졌으며, 답변할 후보자는 16대 총장후보 추천 선거관리위원회가 즉석에서 무작위 추첨했다. 질문은 총동창회가 사전에 단체채팅방 등을 통해 질문을 받고 부장 회의를 거쳐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동창으로부터의 첫째 질문은 “마곡병원 건립에 기금 약 7000억 원이 조달돼야 한다는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지 말해달라”는 것이었다. 후보자들은 기본적으로 병원의 수익 창출을 통해 융자를 갚고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공통으로 제시하면서도, 방법적 측면에서는 조금씩 다른 방안을 이야기했다. 

  최원자 교수(생명과학전공)와 이향숙 교수(수학과)는 모두 마곡병원의 ‘국제화’를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최원자 교수는 “김포공항과 가까운 마곡병원의 위치를 고려해 의료관광 등을 활용해 국제화를 추진하고 간호·운동·영양 등을 융합하는 너싱 홈(nursing home)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 기부자들의 돈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향숙 교수도 “마곡병원을 국제의료원으로 발전시키겠다”며 “또 중증환자 중심의 4차 병원으로써 목동병원과 차별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은미(국제학과) 교수는 “신촌-목동-마곡을 잇는 첨단융합 연구 클러스터를 통해 연구중심병원을 만들겠다”고 했고, 김경민 교수(경영학전공)는 “지금도 의대 교수들이 열심히 일해 흑자를 내고 있다. 의료원에 권한을 위임하고 의료원장 인준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일부 학생들이 김활란 전(前) 총장의 동상에 친일행적과 관련된 마크를 부착할 것이라는 참담한 소식을 들었다”며 후보들에게 찬반 입장과 그 이유를 요구한 질문이 대표적이다.  

  이 질문에 답한 4명의 후보 중 최원자 교수가 유일하게 찬성표를 들었다. 그는 “공과 과는 똑같이 표시돼야 한다”며 “김 전 총장의 공로와 과실을 쓴 표지를 동상 옆에 세워, 당시 그런 선택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도 이해, 설득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추첨이 된 김혜숙(철학과), 김경민, 이향숙 교수는 모두 반대표를 들었다. 이중 이향숙 교수는 “김 전 총장은 이화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기 때문에 기억하고 기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일부 동창의 박수를 받았다. 김혜숙 교수는 “어떤 사람의 한 가지 행적에 의해 그 사람 전체를 규정하는 데 반대하기 때문에 딱지(마크) 붙이는 일에는 반대한다”며 “이번 기회에 김 전 총장의 여러 차원에 대한 공적·학문적 논의를 통해 담론이 생성되기 바란다”고 했다.   

  ‘다른 후보자의 공약 중 가장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공약’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먼저 이공주 교수(약학과)는 “전일제 박사과정 대학원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특정 후보의 공약은 재정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김은미 교수(국제학과)는 “마곡병원 건축으로 인해 생긴 재정적 문제해결에 관한 공약을 문제 삼고 싶다”며 “많은 후보들이 여러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교내 공간은 지금도 부족한데 학생들의 휴게공간을 늘리겠다는 공약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향숙 교수와 강혜련 교수(경영학전공)는 본교의 명칭을 바꾸겠다는 공약을 지적했다. 이향숙 교수는 “Ewha Womans University를 Ewha University로 바꾸는 것은 본교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며 “과연 그 후보가 본교의 정체성에 대해 신중히 고민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강혜련 교수는 학교의 주요 정책을 온라인 투표로 결정하겠다는 후보의 공약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창의 투표반영비율에 대한 총장후보들의 생각, 후보자가 전문경영가로서 가진 특별한 자질 등에 대한 질의응답도 오갔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윤은주(경영·89년졸)씨는 “토론회는 총장을 뽑기 위해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만든 절차이기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해 참석했다”며 “졸업한지 오래돼 학내문제로부터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이번 기회로 후배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론회 내용에 대해 아쉬움이 담긴 의견도 있었다. 한기정(특교·75년졸)씨는 “후보들이 많아서 후보들의 세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없었다”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질문도 있어 정말 필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한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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