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후보 8인 공약 분석

  16대 총장후보 입후보자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소견서는 이화의 고질적 문제를 지적한 진단서이자 이화 미래상의 조감도다. 후보 8명이 소견서를 통해 밝힌 핵심공약에는 이화의 상처를 보듬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겠다는 공통된 목표, 실행방안에 대한 서로 같고 다른 해결책이 담겨 있다. 이번 총장후보 추천 선거는 유례없이 학생까지 참여한 직선제 투표로 이뤄지는 만큼, 유권자 개개인이 각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본지는 선거공용 홈페이지에 올라온 입후보자 소견서를 중심으로 공약을 분석해 2주에 걸쳐 싣는다. 후보 간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내용과 다른 후보의 소견서에 없는 후보별 공약 위주로 소개한다. 이번 호에서는 ▲거버넌스 ▲행정 ▲재정 ▲미래 발전에 대한 공약 분석을 통해 차기 총장의 최우선 과제와 이를 실현할 공약의 특징을 살펴본다.


  △ 거버넌스 구조 개선

  후보 8명의 소견서는 모두 이화의 위기를 언급하며 시작했다. 본관 점거농성부터 정유라 부정입학 사건까지 일련의 사건들이 전개되는 과정, 이른바 ‘이화 사태’로 인해 이화의 가치가 훼손된 상황 인식과 함께, 구성원 모두의 힘을 모아 그 가치를 다시 정립할 ‘견인차’로서의 차기 총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다수 후보들은 이화 사태의 근본 원인을 일방적 정책 결정 구조에서 찾았다. 모든 후보가 폐쇄적 거버넌스의 개방을 통한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단과대학(단대) 분권화 및 책임경영제는 모든 후보가 공통으로 제시한 공약이다. 책임경영제란 정책 결정권과 인사권, 교수 평가 등 중앙 본부에 집중돼있는 권한을 각 단대에 나눠 자율적으로 책임지고 경영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는 총장이 학장, 대학원장 등 단대의 주요 보직자를 모두 임명하는 방식이다. 권한 위임 범위에 대한 세부적 정도 차는 있었지만, 후보자들은 이러한 중앙집권적 구조가 각 단대의 개성을 중시하지 않고 성과 위주의 획일화된 평가를 야기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권력 집중 문제와 단대 분권화의 필요성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본지 1529호(작년 11월14일) 당시 인터뷰했던 이재경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는 “각 학과와 단대의 특수성을 존중하는 대학 행정 권력의 분산형 제도가 필요하다”며 “총장 등 일부 권력 집단이 대부분의 결정권을 가지는 현재의 구조가 단대의 독립적 발전을 제약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김경민 교수와 최원자 교수가 학장·대학원장 인준제 마련을, 이공주 교수는 학장·대학원장 및 보직자 추천위원회 설립을 제시했다. 김은미 교수는 인사권에서 더 나아가 예산권까지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후보자들은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도 주요 공약으로 강조했다. 최경희 전 총장의 문제로 지적된 ‘불통 행정’이 근본적으로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 간 자유로운 소통 창구와 협의체를 마련하고, 주요 사업이나 정책을 도입하는 데 있어 ‘상향식’ 의견수렴을 거치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은미 교수는 독특하게 학교 중요 정책이나 사업을 결정할 때 온라인 직접 투표를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부 후보는 학교를 넘어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회(이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혜숙, 이공주, 최원자 교수는 이사회 의결 구조의 선진화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행정···직원 역량 강화 및 보직제도 개선

  비효율적인 행정 구조를 개선해 행정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공약도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불필요한 인사이동을 줄이고 직원 역량 강화를 통한 업무 전문화가 핵심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불합리한 인사 평가제도의 개선, 처장·부처장 등 상위 보직을 직원에게 확대 등의 공약을 제안했다.

  직원 상위보직 확대는 대부분 후보가 공통으로 제시한 공약이다. 현재 교수만 맡을 수 있는 처장·부처장 등의 상위 보직을 관련 직무에 역량이 있는 직원에게 개방해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것이다. 상위 보직의 대상자가 교수로 한정돼있는 것 이미 많은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의식이다.

  의과대학 이정희 팀장은 “직원에 비해 직무 관련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교수가 부처장이 돼서 업무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다”며 “다만 부처장의 경우 그 역할 자체가 모호한 경우가 많아, 상위 보직의 역할 분담부터 명확하게 한 후 보직 임명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대부분 후보가 직원에게 부처장직의 기회를 약속한 가운데, 최원자, 김은미, 이향숙 교수는 점진적으로 처장직까지 직원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인사 평가제도 개선 공약은 김혜숙, 강혜련, 김경민, 김성진, 이향숙 교수 등 5명의 후보가 제안했다. 이들은 협업의 과정이 반영되지 않고 단기 업무와 성과 중심으로 이뤄지는 평가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김혜숙 교수는 불합리한 평가 방식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공적 통로 마련, 김성진 교수는 급여 및 복지제도 논의구조 마련 등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했다. 

  그 외에도 강혜련 교수는 부서·업무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정규직원의 획일적 감축을 지양하고, 직원에게 안식월을 제공해 유능한 직원의 조기 이탈을 막겠다고 했다. 이공주, 김성진 교수는 부처 간 정보 공유와 시스템 통합 등을 통한 행정 원스톱 서비스를 제안했다. 김혜숙, 최원자 교수는 증원을 통해 직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 건강한 학사 위한 재정 건전성 공약 제시

  총장 후보자들은 모두 재정 건전성 제고를 강조했다. 본교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탄탄한 재정확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기부금 확대, 학교 기업 설립 등 상이한 공약을 내놓았다.

  이공주 교수는 연구·교육 프로그램의 재원 확충, 연구 부가가치 창출 등에 기반한 재정 확보를 강조했다. 김은미, 이향숙 교수는 법인과 연계한 학교기업의 설립 등을 통해 적극적인 수익 창출로 재정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이화의료원을 통한 재원확보방안도 제시됐다. 김경민, 최원자 교수는 마곡지구에 새롭게 신설될 예정인 이화의료원에 대한 집중투자로 신규 수익을 창출해 다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적립금 사용도 언급됐다. 김성진 교수는 적립금을 탄력적으로 사용하고 적립금 관리 전담 위원회를 설치해 지속적인 재원 확충 전략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김은미 교수 역시 단기적으로는 적립금을 우선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후보 다수는 외부로부터 기부금을 확대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공주 교수는 이화의 가치와 정신을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이화미래네트워크를 구축해 기부금을 통한 지속 가능한 재정 확보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진 교수 역시 외부 기부금 확대, 기업화 창업 지원 등 지속적인 재원 확보를 통해 등록금 수입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내놓았다.

 

  △ 더 나은 이화를 위한 발전 방향 제시

  후보자들은 일제히 ’새로운 이화’를 향한 변화와 혁신 계획을 밝혔다. 이화의 브랜드 가치를 회복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미래’라는 키워드와 관련해 강혜련 교수는 ‘이화교육기부학교’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화교육기부학교는 지역 소외계층에게 본교의 인적·물적 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기여 프로그램이다. 

  이화의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상설기구 설치 공약도 다수 제시됐다. 이공주 교수는 본부, 교수평의회, 노조, 학생대표로 구성된 이화미래아젠다위원회를 설치해 이화의 장기적 비전을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진 교수 역시 교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싱크탱크를 상시 운영해 이화의 발전전략을 제시할 계획이다. 

  몇몇 후보들은 마곡지구에 건설될 예정인 이화의료원 발전을 강조했다. 김경민 교수는 의료원·의대·약대·자연대·간호대·공대·경영전문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디자인대학원 등이 참여하는 ‘이화 헬스케어기술 클러스터’를 구축해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김은미 교수는 신촌, 목동, 마곡지구를 연결하는 첨단융합 연구 클러스터를 구축해 연구중심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을 제시했다.

  이밖에 이향숙 교수는 세계 주요 명문대학과 공동 및 복수 학위제도를 활성화하고 해외거점캠퍼스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최원자 교수는 4차 산업시대의 창의인성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개혁정책연구소를 설립해 수업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혜숙 교수는 미래지향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 인사시스템의 투명성 제고, 단대 자율권 확대를 강조했다.

 

  비전은 명확하나 구체적 공약 부족··· 재정 관련 공약, 실현 가능성 확보

  총장후보 입후보자의 공약은 ‘이화 사태’로 전환기를 맞이한 현 상황에 매우 중요한 청사진인 동시에 유권자들의 주된 판단 기준이다. 그러나 총장후보들은 대체로 명확한 비전과 발전방향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비해 재정 확보 및 건전성 제고 방안은 추상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11일 열린 동창 대상 정책토론회에 앞서 동창 측이 후보들에게 사전에 보낸 공통 질의서에는 재정에 관한 질문이 포함됐다. 이들은 “현재 모교 재정이 매우 심각함에도 후보자들은 재원확충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장학금, 급여인상, 연구시설 확충 등 공약을 남발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재정 확보를 위한 대외적인 사업계획에 대한 인식과 해결 방식을 알고 싶다”고 질문을 던졌다. 

  각 후보자의 답변을 살펴보면 김혜숙 교수는 “이화브랜드위원회를 만들고 산학협력을 적극 모색하며 기업과의 협력과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금모금과 홍보를 위해서는 이화브랜드위원회 산하에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강혜련 교수는 “등록금이나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이외의 재정 소스 다변화를 꾀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면서 “우리대학의 경우 대학기술지주회사 육성이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공주 교수는 “이화의 정신과 가치를 확산하는 프로젝트를 발굴해 기여자가 보람을 느끼도록 하고, 정부 사업 수주 등 연구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및 연구·교육·창업 선순환을 기반으로 재정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또 김경민 교수는 국책, 지방자치단체, 민간 연구사업 확보와 창업 활성화, 기업 투자 유지, 기금전담조직 신설을 통한 모금 현실화 등을 꼽았다. 

  김성진 교수는 “적립금의 탄력적인 활용과 관리를 전담하는 전문위원회를 두고 지속적인 확충전략을 세우겠다”면서 산학혁력단 내 대정부 R&D 전략팀 마련, 교원 벤처 활성화 지원, 모금전문가 양성 등의 방안을 내세웠다. 최원자 교수는 “동창에 집중됐던 기금 모금 방식을 전면 개편하겠다”며 대학특성화 목적별 기부 협업기관 발굴, 펀딩 정책개발 전문가 고용, 병원 재정수입 다변화, 수익성 있는 병원 연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추진방안을 밝혔다.  

  김은미 교수는 “학교의 연구자산을 산업화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사업성 있는 학교기업의 설립에 관해 재단과 적극 논의하겠다”며 “국내외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본교 사업의 외연을 넓히겠다”고 답했다. 이향숙 교수는 대규모 모금 프로그램 및 조직개발, 학교기업 개발 및 전문경영인 도입, 교내 연구기반 지적재산 활용과 교수·학생 벤처기업 투자로 인한 수익 개발, 대외협력처 확대개편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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