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화의 축제, ‘대동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화인은 공연을 준비하고, 의미있는 상품을 구상하고, 음식을 만들며 각자의 방식으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모두의 기억 속 청춘의 한 장면으로 남겨질 대동제. 그들은 축제를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까. 대동제의 서막을 앞두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이화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꾸준한 연습, 100명의 합을 맞추다··· ‘이화여대 풍물패연합’

▲ 사진=김수연 기자 mangolove0293@ewhain.net

  학생문화관(학문관) 지하 주차장에 전통악기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전통악기를 손에 든 약 100명의 사람들은 넓게 원 모양을 그리며 걸었다.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던 구성원들은 큰소리로 구음(박자를 맞추기 위해 외치는 장구가락)을 외쳤다.

  “덩기덕 덩덕 쿵!”

  박자에 맞춰 꽹과리, 북, 소고, 장구, 징의 합을 맞추는 ‘이화여대 풍물패연합’이다. 패별로 약 20명이 하던 공연을 100명이 넘는 사람과 연습하니 어렵지만 꾸준한 연습으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꽹과리 연주자 중 우두머리인 상쇠를 맡은 신지윤(전자·15)씨는 “새내기들은 악기를 처음 다루고 사람들도 처음 만나 힘들겠지만, 다들 고생한 만큼 공연에서도 즐겁게 뛰길 바란다”고 말했다.

 

  처음 배우는 악기 소리가 하모니를 만들다··· 중앙 노래동아리 ‘한소리’

▲ 사진=김수연 기자 mangolove0293@ewhain.net

  악기를 처음 다루는 학생들이 모이는 한소리는 3월에 선곡을 하고나면 줄곧 공연을 준비한다. 합주를 하기 위해서는 모두 모여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맞추기 힘들지만 각자 바쁜 일정을 쪼개 연습에 임하고 있다.  중앙 노래동아리 ‘한소리’는 일주일에 열여섯시간을 연습에 매진한다. 학문관에 있는 동아리방은 공연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 찬다. 구성원들은 베이스와 일렉기타, 드럼의 합을 맞추고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연주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회장 김경미(심리·15)씨는 “3년째 공연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느낌”이라며 “외부인 앞에서 하는 공연은 언제나 떨리기 때문에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처음의 세심함을 잊지 않고, 한 병 한 병 정성을 가득 담아··· ‘진진이의 홍차시럽’

▲ 사진=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다갈색 시럽이 가득 담긴 조그만 유리병의 뚜껑을 흰 레이스 종이가 감싸덮고 있다. 그 종이 위로는 베이지색 끈이 리본으로 야무지게 묶여있다. 진다예(광홍·14)씨가 야심차게 준비한, 정성이 가득 담긴 홍차시럽이다.

  작은 병 두 개를 채울만한 양의 홍차시럽을 만드는 데는 약 한 시간 반이 걸린다. 신선함을 위해 판매 전날 시럽을 제조해 그때그때 소독한 병에 담는다. 진씨의 레시피는 처음 시럽을 제조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바뀐 적이 없다.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홍차를 나누고 싶다는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 

  진씨는 홍차시럽 뿐 아니라 시럽을 담는 병과 리본을 고를 때도 직접 동대문시장에서 포장지를 고르는 등 심혈을 기울인다. 공들여 준비한 기분 좋은 맛을 예쁜 포장에 담아 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정성을 듬뿍 담아 만들었으니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잔의 짜이, 기부금을 머금다··· ‘작은 짜이집’

▲ 사진=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매년 대동제에 참가하기 때문에 1학기에는 늘 축제를 염두에 두고 활동한다. 올해 축제에서는 부스 홍보를 가장 신경 쓰고 있다. 회장 왕서현(간호·16)씨는 “부스 신청을 실패하면 동아리의 대동제 참여가 물거품이 될까 회장으로서 전전긍긍했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이번 축제에서는 비교적 유동인구가 적은 후윳길에 부스가 있어 판매가 힘들 것 같아 홍보포스터도 따로 제작중이다.  ‘작은 짜이집’은 인도식 밀크티인 짜이를 판매해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금을 전달한다. 매학기 시험기간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2~3일씩 직접 찻잎으로 짜이를 끓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부금을 받고 있다.

  왕씨는 “밀크티하면 ‘작은 짜이집’이 떠오를 수 있도록 대동제 맛집이 되고 싶다”며 “우리가 파는 짜이는 정말 맛있으니까 많은 벗들이 들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미니스트임을 드러내길, 너의 색을 인정하길! ··· ‘꼴페미 양성소’

▲ 사진=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누군가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요?”하고 물어온다면 꼴페미 양성소가 제작한 ‘하드코어 페미니스트’ 뱃지와 ‘Not your bitch’가 적힌 에코백을 보여주길 추천한다. 꼴페미 양성소 회원 이도윤(언정·12)씨는 “우리 굿즈로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좀 더 발랄하게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초점을 맞춘 또다른 굿즈는 여성의 가슴 모양을 본떠 만든 쿠키다. ‘젖꼭지 색이 분홍색이어야 예쁘다’는 생각 자체가 여성에게 가해지는 일종의 폭력이라는 점에 집중했다. 여러 색의 컬러칩을 준비해 자신의 젖꼭지 색깔을 고르게 하여 ?네가 어떤 색이든, 너는 존재 자체로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급진적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꼴페미 양성소가 정한 이번 키워드는 ‘주저하지마’다. 이씨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페미니즘에 거부감없이 다가올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색을 드러내며, 스스로가 페미니스트임을 인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재학생과 졸업생 중심으로 페미니즘을 재해석하다··· ‘이화여성주의학회’

▲ 사진=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이화여성주의학회는 두 가지 디자인의 여권케이스와 뱃지를 기획했다. 학회에서 이번 학기에 중점적으로 다루는 주제인 ‘radical feminism’을 녹여냈다.

  ‘radical’에는 ‘급진적’과 ‘근본적인’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이화여성주의학회는 ‘근본적’이라는 뜻에 초점을 맞췄다. 어떤 소재를 사용해야 페미니즘의 근본을 잘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해외여행을 떠올렸다. 굿즈기획팀 담당자 김혜린(국제·14)씨는 “여성들이 해외여행을 갔을 때 마주하는 근본적인 성차별들을 유쾌하게 재해석해 여권 케이스에 담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작년에 판매한 페미샤넬 에코백이 생각보다 많은 수익을 거뒀다”며 “길을 걷다 우리가 만든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여권케이스의 일러스트는 외부인과 직접 상의해 로열티를 지불해 제작했다”며 “이번 학기에도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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