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를 동물분류학상의 학명으로는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 라고 하는데 이는 라틴어로 ‘지혜로운 사람’이란 뜻이다. 우리 말로는 ‘슬기사람’으로 번역을 한다. 사람은 ‘동물계’, ‘척색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Family Hominidae)’, ‘사람족(Hominini)’, ‘사람속(Homo)’에 속하는 지구상에 살아가는 작은 동물군에 불과하다. ‘사람’이라는 용어로 처음 분류되는 ‘사람과’는 영장류 중 대형 유인원류를 지칭하는 것으로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인간 등이 속하며 ‘사람속’에는 우리 인간 1종 만이 포함되어 있다.

  인간을 포함하는 영장류는 다른 포유강 동물과는 다른 몇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네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가동 범위가 크다. 둘째, 손발 모두 오지형(五指型)으로 하나하나가 자유로이 움직이며, 물체를 쥐는 데 알맞다. 셋째, 포유류 중에서 몸무게에 비해 가장 큰 뇌를 가지며, 특히 운동과 시각을 맡은 부분이 크다. 넷째, 시각이 발달해 눈이 얼굴의 전면(前面)에 위치해 물체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색채감각도 매우 발달했다. 다섯째, 뒷다리와 엉덩이로 체중을 지탱하고 몸을 수직으로 앉을 수 있다.

  이러한 5가지 특징 중에 인간을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특성이 세 번째와 네 번째의 뇌 발달에서 나타난다. 다섯 번째 특징은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이족 보행을 한다. 이족 보행은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음성’을 선물했다. 음성은 개체 간의 의사소통을 효율적으로 가능하게 하고 문자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유일한 정보 및 지식의 전달 방법으로써 인간이 동물과는 다르게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줬다. 그런데 이족 보행이 음성 생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첫째, 이족 보행을 함으로써 지면으로부터 곧은 척추를 가지게 됐고 그 위에 90°각도로 두개골이 놓이게 했다. 이를 통해 후두가 다른 영장류와는 다르게 아래쪽으로 하강하게 됐고 혀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성대에서 만들어진 소리가 공명이 될 수 있는 일종의 공명강이 만들어졌다. 

  둘째, 후두가 하강하면서 숨을 쉬고 말을 하는 성문의 형태가 다른 영장류와는 다르게 됐다. 일반적인 영장류의 성문은 마름모 꼴로 숨을 쉬는 데 보다 큰 면적을 제공해 쫓고 쫓기는 생존경쟁에서 저항이 적어 호흡에 유리하다. 

  반면 인간의 성문은 야구의 홈 플레이트와 비슷한 오각형이다. 앞쪽의 반을 차지하는 삼각형 부위는 면적이 좁아 급한 맹수가 쫓아 오는 응급상황에서 호흡에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부위의 성대 점막이 호흡을 담당하는 부위와는 별도로 자유롭게 진동해 쫓기는 상황에서도 목소리를 내어 동료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 

  셋째, 보행으로부터 앞발(손)이 자유로워 지면서 쇄골이 지면과 이루는 각이 다른 사족 보행 동물에 비해 평행에 가까워 졌다. 이는 손의 행동 반경을 넓히는 것 외에도 흉곽의 안정성을 높여 발성에 필수적인 양질의 호흡이 가능하게 했다. 

  이비인후과 의사의 관점에서 ‘지혜로운 사람’은 ‘말을 하는 사람(Homo vocalis)’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머리로 하는 생각이 모두 지혜로운 것이 아닌 것처럼 성대에서 만들어 내는 목소리가 다 좋은 소리는 아닐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나라와 학교가 많이 시끄럽다. 지혜로운 생각을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목소리를 통해 ‘사람답게’ 표현하는 지성이 더욱 필요할 때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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