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5월이다. 3월에 느꼈던 개강의 설렘이 가고, 시험 보느라 머릿속만 바빴던 4월이 가고, 이제 과제들 사이를 헤쳐서 열심히 놀아야 하는 5월이다. 종강을 한 달 앞두고 있기도 하다. 

  새내기 시절에 가장 들뜨고 설렜던 달이기도 한 5월에,  기회와 일들은 쏟아진다. 연구 논문 대회, 서포터즈, 과제, 해외탐사 등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활동 중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적어 보인다. 나는 만년 15학점을 듣는, 소위 '졸업할 생각은 있는걸까 싶은' 평범한 학부생이다. 그러나 지금 내게도 수없이 많은 기회들이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야속하게도 자신이 잘 해내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때 주변의 잘나가는 인물을 한번씩 들여다 보게 된다. 페이스북을 통해 기웃거리는 것이다. 얘는 벌써 조기졸업이네, 얘는 왜 미국에 가 있지? 등 온갖 빛나는 일상을 들여다봤을때, 괜한 심술을 부리게 된다. 빛나는 것을 보면 샘이 나듯이, 저 일상도 분명 포장되어있을 거라며 못된 마음을 품기도 한다. 그러다 나를 들여다보면 문득 내가 잘하고 있다는 믿음은 더 휘청거리고 있을 뿐이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이 비단 나뿐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떠올리면 힘이 되던 교수님의 말씀을 공유하고 싶다.

  살아가다 보면 세상 일이라는 게 참 마음대로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열심히 하는데 참 안풀릴 때도 있고,  살아가다 보면 우울한 일도 많이 생깁니다.
  모함도 당해보고, 이불 속에서 하이킥도 해보고, 배신도 당하고...
  참 세상살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그 모든 것을 합쳐서 다 삶입니다.
  하나만 약속해주세요. 다른이를 사랑하기 전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세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법을 지금 이 청춘에 배워두세요
  이 삭막한 경쟁 사회에서,
  생존과 생계만이 화두가 되는 자기 착취 사회에서 여러분이 절망하려 할때,
  여러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러분만이 구해줄 수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지금 자신이 가는 길이 흐릿하고, 비록 다른 사람들보다 느려보여도 그 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편지였다. 특히 내겐, 2년이 지난 지금도 스크린샷으로 남겨두고 가끔씩 꺼내보는 편지이다.

  장학생 심사에 떨어지길 벌써 수십차례, 이젠 떨어져도 '그러려니'하게 되었지만 그때는 내 노력에 따라주지 않는 결과에 서운하기도 했다. 의욕만 앞서서 벌였던 내 실수에 창피도 해보고, 혼도 나면서 이젠 '뭐든지 잘하고 싶은 나'에서 조금은 변한 것 같다. 뭐든 잘 하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내가 뭘 잘하는지를 발견하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내 실수가 자꾸 생각나 창피할 때도 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삶'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앞서나가는 다른 이들의 뒷모습을 선망하기보다, 자신을 삶 자체를 사랑하는게 더 중요하단 것을 일깨워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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