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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통해 가해자가 직접 밝히는 가해의 역사
'가해자 탐구_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 소개
2017년 05월 08일 (월) 유현빈 기자 heybini@ewhain.net

  피해자에게 부여된 순결성을 깨부수고, 왜 같은 문제가 대상을 바꾸어 가며 반복되어 일어나는지 그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겨냥해야 할 대상을 정확히 겨냥하는 것, 연출가 구자혜는 바로 그 점을 직시하고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시선으로 #예술계_내_성폭력 문제를 바라본다.

  <가해자 탐구_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는 가해자들이 스스로 기록하고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는 단 한권의 책이다. 가해자가 기록하게 될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책에서 ‘이 세계’로 표기하는 것은 특정 예술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예술은 시성(詩性)을 가지고 있다.”

  연극에 나오는 모든 ‘시’는 ‘예술’이고, 모든 ‘시인’은 ‘예술가’이다. ‘예술’과 ‘예술가’라는 이름의 숭고함 속에 가려진 위계에 의한 폭력은 장르를 불문하기 때문이다. 

  연극의 화자는 가해자의 주변인물들이고, 연극에서 호명되는 사람들은 ‘그’이다. 그러나 연극이 진행될수록 점차 ‘그녀’들이 호명되기 시작한다. 가해자 스스로 벌하고자 했던 가해의 역사는 그 화살표를 피해자에게로 돌린다. 늘 그러했듯이 결국은 피해자 책임으로 프레임을 전환시키면서 그렇게 피해자의 순결성이 완성된다. 이 연극의 마지막 화자는 ‘나’이다. 이를 통해 어떻게 집단이 유지되는지, 가해의 역사는 어떻게 마침표를 찍게 되는지를 드러낸다. 

  관객들은 이 연극을 통해 한권의 책이 쓰여지는 과정을 무대에서 보게 되지만 그 과정은 다분히 연극적이다. 연극 지문에 사용되는 ‘사이’가 배우의 입을 통해 발화되고 무대 위에는 진짜 사이의 시간이 만들어진다. 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집단성, 언제든 새로운 가해자로 채워질 수 있는 여자들을 무대 위 수많은 투명의자를 통해 표현한다. 이러한 연극적 장치를 통해 여러 장르가 혼재되어 있는 예술계, 즉 ‘이 세계’를 시각적, 언어적, 구조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 작품은 누군가를 (역시 예술의 이름으로) 소환하기 위함이 아니다. 가해자는 왜, 어떻게 가해자가 되었는지를 드러냄으로써 이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관객과 함께 이야기 나눈다. 예술계에 속한, 이 사회에 속한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극’이라는 장르가 가진 입체성과 상징성으로 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에 새롭게 연대하며, ‘극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이 이슈가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연극은 가해자의 마침표가 아니라, 우리의 새로운 쉼표이다.

- 남산예술센터 기획·제작PD 김지우의 프로덕션 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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